밀양시장은 신공항 유치 포기를 선언하라

기자는 사회부 기자생활 을 부산 강서구청 출입으 로 시작했다.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 지만 경찰서 와 구청, 김해공항(강서 구 소 재)을 오가며 발품 을 팔던 기억은 언제나 새롭다. 지금은 신도시와 산업단지가 생기 고 에코델타시티 등 서부산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 강서지만 공항 소음문제 는 주민들에게 해묵은 숙제였다. 기자도 여 러 차례 소음문제를 기사화하곤 했다. 학생 들이나 주민들의 소음피해는 좀체 해결되 지 않는 민원이었다. 공항이 들어서면서 지 역 주민들이 혜택을 본 것도 없다.

최근 부산시청을 출입하면서 그 시절이 자 꾸 오버랩된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 때문이 다. 가덕도 신공항과 밀양 신공항을 놓고 부 산과 경남은 물론 대구·경북·울산지역의 힘 겨루기가 격렬하다. 양측이 외국 용역기관 의 타당성 조사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혔 지만, 동상이몽은 여전한 듯하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은 밀양의 입장이다. 많 은 밀양시민들이 신공항 유치가 지역 발전 의 디딤돌인 양 찬성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김해공항 주변 지역의 해묵은 피해를 지켜 봐 온 기자로서는 이 같은 입장이 쉽게 이해 되지 않는다. 김해공항 이용객이 공항 근처 에 머물며 숙박하거나 돈을 쓰는 경우는 드 물다. 밀양공항을 이용하는 이용객 역시 곧 바로 부산이나 대구로 이동할 게 뻔하다. 정 작 공항이 밀양에 유치되더라도 밀양에는 별로 이득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접근 성\' 을 이유로 밀양 유치를 주장하는 대구나 경 남·울산시민들에게는 득이 되는 게 분명하 다.

반대로 밀양시민들이 짊어져야 할 여러 부 담과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24시간 공 항 이·착륙이 이뤄지면 밀양은 국제도시라 는 허명만 얻을 뿐 소음도시로 전락할 게 뻔 하다. 누굴 위해 밀양시민이 밀양공항 유치 를 주장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밀양 송전탑 문제와 비교해 보면 송전탑의 피해는 전선이 지나가는 지역에 국한된다. 그러나 공항이 제공하는 소음 등의 피해는 밀양 전역에 걸친다. 이·착륙 사고의 위험까 지 상존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최근 이웃 김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공항 밀양 유치 반대 움직임\'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김해시 민들은 밀양에 신공항이 유치되면 또다시 소음 피해 노출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자가 부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부산 입장 을 두둔하는 게 아니다. 기자는 지난번 칼럼 에서도 밝혔듯이 밀양이 고향이다. 고향에 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밀촌(밀양촌놈)\'이 다. 실제 고교 선배인 엄용수 전 밀양시장과 신공항 밀양유치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 기도 했다.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시장 사퇴까지 선언했던 엄 시장은 다행히 임기 말 \'신공항보다는 나노산업 우선\' 정책으로 선회한 바 있다.

국토부 신공항 용역 평가문항에 소음문제 가 포함된다고 한다. 밀양을 위한 기자의 고 언이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더 늦기 전에 밀 양의 신공항 유치 반대를 공식 선언하길 바 란다. 어떤 결정이 밀양 주민들을 위한 올바 른 판단인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지역 이기주의라는 말을 들어도 좋다. 남 좋은 일 만 시키며 \'소음\'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