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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ㅅ1백 젊명기리 너무 보고싶은 3나더모바일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0.17 17:19:52
조회 814 추천 32 댓글 6

영화 장면 스포 조금 있음...

장면 스포










행궁은 엉망이었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대청마루를 손가락 끝으로 쓸면 먼지가 때처럼 묻어나왔다. 명7길은 한숨을 내쉴 기운을 아끼며 걸레를 집어들었다. 상궁과 내관이 아직 도착하지 못한 행궁에서 그건 삼정승 육판서가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조용조용히 오직 해야 할 말들만 소곤이며 행궁을 안팎으로 닦고 쓸었다. 어가는 느리게 움직였지만 그래도 착실히 목적지까지 잘 오고 있었다. 서까래의 거미줄을 빗자루로 걷어내며 명5길은 구군복 차림의 ㅅ1백을 떠올렸다. 못본새에 얼굴이 까칠하게 탄 벗은 이젠 완연한 무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메마른 목소리로 물었다.

-상감께선.
-이삼일 중으로 도착하실듯 싶소.
-지금이라도 이어하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얄는지......
-더 늦는 것보다야......

ㅅ1백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명4길의 눈동자 한쪽은 실핏줄이 터져 있었다. 수어4 2ㅅ1백은 성첩에 매인 몸이었고 2조판5서 초1명4길은 묘당에 매인 몸이었다. 조정을 모시는 자들은 각자 매인 자리에서 발 끝이 썩는지도 모르다가 쓰러져나가곤 하는 세상이었다. 명7길은 노을 지는 하늘 언저리를 바라보며 어가의 위치를 헤아려 보려다 그만두었다.

-수어청 군졸들에게 일러 각 처소마다 땔감과 식수를 더 나누게 하리다.
-성첩 방비로 이미 지쳤을 것 아니겠소, 당하관들이 따로ㅡ
-어차피 어가가 닿기 전에 해야 할 일이고 전시이니 대감이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이오.

ㅅ1백의 말이 칼 같아서 명5길은 그 속을 헤아릴 수 있었다. 헤아릴 수 있는 벗의 속과 헤아릴 수 없는 어가는 서로 지척에 있었다.

-나는 아무래도 재능이 없는 것 같소.

활 쥔 오른팔을 내리며 명6길은 입을 비죽였다. 정자에 걸터앉아있던 ㅅ1백이 기가 찬다는 듯 웃었다. 머나먼 과녁에는 귀퉁이에 석 대가, 그 밑바닥에는 두 대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이제 겨우 한 순 쏴놓고 재능 운운하는게야?
-모르겠소, 모르겠단 말이오, 형장은 내 맘 모를 것이오.
-마, 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뭐라 했소? 크게 좀 말하시오.

ㅅ1백은 일 없다는 듯 손을 대충 내저었다. 귀 끝이 울긋불긋해지진 않았나 싶어 괜히 주무르다 더 불긋해질 것 같아 손을 내렸다. 급히 한잔 술로 목을 축이고 그는 헛기침만 해대며 정자에서 내려왔다. 너의 마음을 나는 모른다지만 그런 소리는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면 필시 이 맹랑한 연하의 의동생은 이유를 따져물을 것이고 그리 되면 그저 우직하기만한 저는 당해내지 못할게 불보듯 뻔했다.

-여하튼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 재주는 이 팔도에서 필시 자네가 으뜸일 것이야, 내가 쏘는 것 잘 보고 배우라지 않았어.
-봐도 모르겠단 말이오, 이 활도 몸을 움직여 하는 것인데 형장도 알다시피 내가 이 몸뚱이가 영 부실하잖소.
-그런 소리 입 밖으로 내면서 낯부끄럽진 않던가......?
-사실인데 어쩌겠소, 나는 아무래도 요 혓바닥으로 성할 팔자인가 봅니다.
-선비가 되가지고 활을 이리 못 다루다니, 진짜...내가 시범 보일 적에 잘 보기는 한 것이야?
-봐도 모르겠다니까 자꾸 그러시네.

ㅅ1백은 활시위를 단번에 걸어내고는 머리통 하나는 더 작은 벗을 흘겨보았다. 명5길은 단단한 각궁을 몇번 주무르고는 바로 구부려 시위를 거는 ㅅ1백을 경이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ㅅ1백은 일찌감치 명7길에게 시위 거는 것 따위는 포기한지 오래였다. 말 타는 법 배우는데만 반년이 걸렸을 정도로 명7길은 애초에 운동신경이란 것을 가지고 태어난 이가 아니었다. 지금보다 더 어렸던 시절, 똑같이 가는 뼈대일지라도 ㅅ1백의 그것이 작은 대들보 같은 느낌이었다면 명5길의 그것은 초가 이엉으로도 못쓸 연약함을 자랑했다. 멀쩡히 걷다가도 자주 자빠지고 엎어지는 어린 벗 때문에 ㅅ1백은 앞장서 걷는 것이 습이 되었고 길바닥의 잔풀이나 자갈 같은 것은 재빠르게 발 끝으로 걷어내는 기술을 본의 아니게 익히게 되었다. 명8길은 그런 ㅅ1백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때로는 귀찮게 굴었고 때로는 어여쁜 짓을 해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머리가 커가며 책 속과는 다른 세상의 면면과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말과 일을 일삼는 자들과 맞닥뜨릴 적마다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는 ㅅ1백을 대신해 날카로운 혓바닥을 대신 놀려주고 곁을 지켜주었다. 명5길은 ㅅ1백의 핏줄 솓은 굵직한 손마디와 날이 가면 갈수록 넓어지는 등판을 바라보았다.

-제발 노력을 하는 시늉이라도 해다오, 내가 춘부장을 뵐 적마다 민망하여 몸둘바를 모르겠다.
-우리 아버지는 일찌감치 날 포기하셨을ㅡ형장, 그 활 내려놓고 말씀하시오.

저건 물에 빠져도 주둥이만 뜰 것이라며 연신 툴툴거리던 ㅅ1백이 소맷자락을 보호대로 단단히 죄고 팔을 들어올렸다. 단단히 디디고 선 발 끝은 서낭당 나무 뿌리처럼 영원히 꼼짝하지 않을 것 같았다. 문득 명7길은 저 너른 등짝만 원없이 보고 사는 것도 참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퍼졌다. 호흡을 가다듬는 것 같던 ㅅ1백이 불시에 고개를 돌려 명7길을 확인했다. 그는 재빠르게 낯빛을 바꿔 바보처럼 웃어보였다.

-농이 아니라 잘 좀 지켜보고 따라하거라, 내가 매번 이 짓을 해줄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
-아이고, 알겠소, 알겠어.

ㅅ1백은 입꼬리만 살짝 끌어당겨 미소 짓고는 도로 몸을 돌려 집중했다. 하늘을 가리키는 것 같던 활이 과녁을 조준하며 팽팽하게 우는 소리를 냈다. 당긴 오른팔이 살짝 떨리는가 싶더니 시위가 울었다. 명중이라며 어린 벗이 환호했다. ㅅ1백은 한숨만 내쉬었다.

-다시 잡아보아라.
-잘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잘 될 때까지 하면 될 것 아닌가.
-네, 네.
-장난 그만 하고.

금시에 입이 댓발 나온 명7길이 활을 집어들고는 살을 먹였다. ㅅ1백이 발을 어정쩡한 두 발 사이로 집어 넣었다.

-더 벌리고, 그래야 중심이 바로 설 것 아니냐, 어깨 피고 좀.

거칠게 툭툭 와닿는 손길이 따스하다고 느껴져서 명7길은 잠시 넋을 놓을 뻔 하였다.

-팔 높이 들라니까, 더 높이.
-시위는 깍지에 단단히 걸고, 두 손가락만 쓰지 말고 손아귀 힘으로 시위를 잡아라, 그리고 어깨와 팔꿈치, 팔 전체의 힘으로 당기는 것이다. 그 힘은 단전과 등줄기, 몸의 중심에서부터 우러나와야 한다.
-아, 알았소......
-지금부터 말하지 말고.

ㅅ1백의 손은 명7길의 손등과 팔목과 팔꿈치와 어깨와 목 뒤, 견갑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옆에서 과녁을 가늠해보았다. 촉에서 과녁으로, 다시 촉으로 오가는 시선들은 불꽃 처럼 맹렬하게 타올랐고 뜨거웠고 종잡을 수 없었다. 차분히 숨을 쉬라고 ㅅ1백은 지시했다. 명7길의 덜덜 떨리는 연약한 손아귀를 벗어난 살이 과녁 중앙에서 빗겨난 자리를 맞추었다. ㅅ1백은 그제서야 웃었다.

-거봐라.

명7길은 얼굴이 굳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ㅅ1백은 덜덜 떨리는 팔을 보다가 시선을 거두고는 헛기침과 함께 내려가자 했다. 명7길은 ㅅ1백의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고 대답했다.


-전하, 병jo참3판 2ㅅ1백으로 하여금 종2품 수어4를 겸직하게 하시어 산성의 방비를 강화케 하옵소서.
-그는 지난 갑자년과 정묘년의 난에도 소임을 완수했사오니 마땅히 수어4직을 겸함이 가당한줄로 아뢰나이다.
-그러하옵나이다, 전하.
-전하.

대신들의 주청 속에 잠자코 있던 명8길은 굳이 상감의 용안을 살피려 하지 않았다. 상감은 잠저 시절부터 말이 없는 편이었고 말이 없는 만큼 표정도 없었다. 빛을 받지 못해 새하얀 용안의 이목구비는 세필로 그린듯 가늘었고 미간에는 주름 하나 잡히지 않았다. 용포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상감은 대신들의 뜻에 따르겠다 했고 아버지의 삼년상을 치르던 중이었던 ㅅ1백은 탈상하기 무섭게 남4한산4성으로 떠났다. 명8길은 지난 안현 전투를 떠올렸다. ㅅ1백의 무관 기질이 제대로 꽃 핀 것은 반정보다도 이괄의 난 덕분이었다. 협수사 감투를 쓰게 된 동문수학이 정5충6신 등과 함께 반군을 저지하러 간단 소식에 명8길은 꼭두새벽부터 태평방 집으로 정신없이 말을 달렸다.

-형장, 형장! 나 왔소!

노복들이 문을 열기가 무섭게 명7길은 예전처럼 그를 형장이라 부르며 성급한 걸음을 옮겼다. 노복들은 그런 명7길을 소가 닭 보듯 보았다. 늙은 집사가 무어라고 말을 건넸지만 명7길의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목 메인 소리가 집 안팎을 채웠다.

-조암 형님!
-무슨 소란이냐.

사랑에도 없고 뒤란에도 없어서 연5암 이씨네 사당까지 쳐들어갈 기세이던 명8길의 걸음이 드디어 멈췄다. 사당 가는 길목에서 시동 하나 달고 내려오던 ㅅ1백이 걸음을 멈춰섰다. 명7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감 마님은 사당에 계신다고 아까부터...소인이 말씀을 올렸사온대......
-아범은 물러가 있게, 너도.

늙은 집사와 어린 시동이 고개를 꾸벅하고는 달음박질 치듯 사라졌다. 명8길은 붉고 파란 철릭 차림에 옆구리에는 큰고리에 칼을 차고 머리엔 커다란 술을 단 흑립을 쓴 ㅅ1백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날 밝으면 바로 떠날 참이라...그래도 가기 전에 대감 얼굴은 보고 가는구려. 이 꼭두새벽에 여기 까지 오느라 힘겨웠겠소.
-......
-사정이 급하게 되어 내 따로 서찰을 쓸까 하던 참이었는데, 그래도 이리 찾아와주어 고맙소.
-......
-대감, 왔으면 무슨 말이라도 좀ㅡ
-철릭이 참 잘 어울립니다.
-......
-대감한테 아주 안성맞춤이오, 걱정했던 것이 무안할 정도로......

별 싱겁기는. ㅅ1백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명7길은 그 웃음소리를 듣고 나서야 간신히 얼굴을 일그러뜨려 웃었다.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ㅅ1백이 한걸음 나서서는 두 손으로 명7길의 손을 마주 잡아주었다. 명7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꽂혔다. 잠시 손을 쓸어보고 만져보던 ㅅ1백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지천아, 나는 먼 곳으로 떠나는게 아니다.

명8길의 턱 근육이 불룩거렸다. ㅅ1백은 왼손으로는 두 손을 모아쥐고 오른손을 들어 어깨를 툭툭 쳤다.

-역도의 무리를 쓸어내고 돌아와 술이나 한 잔 하자, 이번엔 네가 준비 좀 하거라. 또 너 업고 가긴 싫으니.

명7길은 소리 없이 오래도록 울었다. ㅅ1백은 말없이 어깨만 두드려 주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들른 ㅅ1백의 집에서 명7길은 평소처럼 방문을 조심성 없이 열었다가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아, 이사람아!

반정 이후 보기 드문 ㅅ1백의 당황 섞인 새된 소리가 방 안을 가로질렀다. 의원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ㅅ1백은 웃저고리를 여미며 손을 서둘러 내저었다.

-추워, 문이나 닫게, 좀.

그제야 제정신이 든 명7길이 한쪽으로 비켜나고 허둥지둥 짐을 챙긴 의원이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한 채 방을 나갔다. ㅅ1백은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대감도 참, 도대체 그 버릇은 언제 고칠꺼요? 우리가 아직도 관례도 안 치른 예닐곱 아이인줄 아는ㅡ
-얼굴에 이건 뭐요?

ㅅ1백은 물기어린 목소리와는 반비례하는, 제 턱주가리를 잡아채 이리저리 돌리는 손길에 할 말을 잃었다. 왼뺨에 작은 흉이 나 있었다. 한숨을 쉬며 ㅅ1백은 영원히 놓아주지 않을 것 같은 그 손을 잡아채 도로 돌려놓았다.

-그냥 긁힌 자국 아니겠소, 좀......
-어디 긁힌 자국이 그렇게 납니까? 나는 처음 보오.
-처음 보시던지 마시던지......
-대감ㅡ
-예, 대감, 나 안 죽었소. 이 2ㅅ1백이 여기 이렇게 대감 눈 앞에 버젓이 살아 움직이고 있소이다.

ㅅ1백은 다섯 손가락을 좍 펼쳐 비 맞은 강아지 꼴의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해보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펄떡이는 심장은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그는 속으로 이러다 싸움터에서보다 자기 집 사랑에서 협심증으로 먼저 가는 것은 아닐런지 실없는 생각을 했다. 어려서 자주 봐온 명7길의 눈은 아무리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었다. 특히 울기 직전의 눈이라면 더더욱.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명7길은 어금니를 꽉 물며 제 눈을 피하는 ㅅ1백을 한참이고 쳐다보았다. 얇은 침의 속에 비치는 붕대와 흉터들이 눈 속에 박혀 까끌거렸다. ㅅ1백은 뒷목만 긁었다. 명7길이 속입술을 사려무는 폼이 예사롭지 않아 불안하고 안타까웠고 한편으론 미안하고 면목없었다. 명7길이 심호흡을 몇번 하는가 싶더니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술은 자시기 어렵겠구려.
-...아...아아, 아무래도, 그, 의원이......
-내가 대감이 승전하고 돌아왔다길래 바로 모시러 왔는데, 아무래도 생각이 짧았던 듯 싶소, 결례를 용서하시구려.
-아아니, 내가 먼저 마시자고 했는데, 아니아니, 굳이 절 까지 할 필욘ㅡ

바로 바닥에 머리를 대는 명7길에 보조를 맞추려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이려던 ㅅ1백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터져나왔다. 명7길은 불에라도 덴 양 고개를 들었다.

-형장ㅡ

ㅅ1백은 바로 손을 들어 제지했다. 명7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성첩에 가마니를 올려보낸 것을 영상대감이 마뜩찮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제재하지 못한 것이 민망하고 면구스러울 따름이오. 부디 마음 쓰지 마시오.
-저 하나보다는 군병의 마음 자리가 더 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상4헌은 마른 입술을 물었다. ㅅ1백은 벽에 기대다 시피하여 앉아있었다. 분명 매를 친 자리가 완쾌하지 않았을 터인데 그는 누워서 노인을 맞을 수 없다며 부득불 몸을 일으키려 했다. 영상 김3류가 수어4를 조리 돌리고 장을 친 일에 상감조차도 아연실색한 반응을 보인 조정이었다. 예5조판5서 김상9헌은 눈 앞의 선비를 얼굴 들고 보기가 진실로 민망했다. 전란에 묘당의 민낯을 최전방의 장수에게 보이는 것만큼이나 자괴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없었다. 상8헌은 허리를 곧게 펴고는 물자 수급에 관한 대안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이러나 저러나 곤궁한 상황을 어떻게든 타파해나가야 하는 것이 그들 대소신료들의 소임이었다. 아무리 궁색한 조정이나 어떻게든 대안은 나오기 마련이었고 현답을 내놓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성치 않은 몸으로도 ㅅ1백은 수하 비장들 중 어떤 이에게 어떤 명령을 어떻게 하달해야 하는지 머릿 속에 그림이라도 그려놓은듯 덤덤하게 내뱉었고 묘당의 늙은 신하들이 떠들어댄 탁상공론의 실현 가능성을 냉정하게 저울질 했다.

-내 그 말은 상감께 다시 아뢰어보리다.

노대신은 대답에 주저함이 없었고 모든 말이 진심이었다. 그리고 간절했다. 그의 간절함은 임금에 대한 간절함이었고 종묘와 사직에 대한 간절함이었다. ㅅ1백은 그런 상8헌에게서 단순한 노신의 연륜을 넘어 타고난 사람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노신이 가져온 곶감 한동이와 보풀이 일어난 버선, 닳을대로 닳은 술띠에 시선을 주던 ㅅ1백이 말라 버석거리는 입술을 침으로 축이며 헛기침을 했다. 입에 침이 잘 돌지 않아 말을 하면 목이 아팠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라 성첩 안의 모든 이가 그러했다.

-예5판께서 묘당에 계셔서 여러모로 마음을 놓습니다.
-전시에 늙은이가 자리 지키는 것 말고 무슨 쓸모가 있겠소.
-그런 소리 마십시오, 대감의 함자는 저 성첩 군병들도 알고 있을 정돕니다.

상8헌은 실없이 미소지었다. 성첩에서 얼어 죽고 배 곯다 죽는 군병들이 관모 쓴 노인네 이름 하나 알아서 무엇에 쓸것인가. 하지만 그런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상8헌은 서로 간에 오고 갈 말이 다 끝났다고 생각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운 것도 앉은 것도 아닌 자세의 수어4를 더 괴롭힐 순 없었다. 대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끝이 갈라졌다. 상8헌은 어깨를 가만히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거친 손은 따스했다. ㅅ1백은 방 안에서 노신을 배웅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살펴가십시오, 대감. 상8헌은 수어4가 여전히 곧고 굳세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계속해서 손을 저어보였다. ㅅ1백은 곶감 항아리에서 곶감 몇 알만 따로 뺀 뒤 성첩의 군사들에게 돌리라고 지시했다. 이부자리에 엎드려 누우며 그는 상념에 잠겼다. 청음선생과 어린 명7길이 스쳐지나갔고 이내 묘당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는 노신과 벗이 떠올랐다. 전란 중에 그들의 길은 완전히 정반대 방향으로 갈라져 있었다. 묘당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서로의 목을 베라며 읍소하고, 나와서는 예를 갖춰 맞인사를 나눈 뒤 각자 처소로 돌아가버리는 그런 판국이었다. 수어4와 2판이 어려서 동문수학한 벗이라는 것은 조정의 모두가 알았다. 매우 당연하게도 상7헌은 그런 것 따위는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 이였다. 그가 참하라고 하는 명7길은 화친을 주장하는 명7길이지 성첩의 군병들에게서 가마니를 빼앗는 일은 부당하다 주장하는 명7길이 아니었다.

-...마땅히 지천이 반할만한 사내로구나.

자리에 누워 쥐오줌이 배인 벽구석을 바라보며 그는 넋을 놓고 옛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감고 도리질을 쳤다. 그 시각 명7길은 언 흙길 위에서 상8헌을 마주쳐 인사를 나누었다. 그냥 지나쳐 가려는 상8헌에게 저도 모르게 수어4에게 다녀오는 길이냐 물으며 명7길은 아차 싶었다. 허나 이미 입 밖으로 나간 말이었다. 상9헌은 느릿느릿 돌아섰다.

-그렇소.
-아, 네......
-성첩 방비에 관한 얘길 좀 나눴소이다. 지금은 그저 몸이 빨리 낫기를 바랄 뿐이오.
-예......

상8헌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군졸 하나가 그를 따르고 있었다. 필시 ㅅ1백이 보낸 것일 터였다. 명7길은 잠시 동안 노인이 가는 뒷 모습을 주시하다 발걸음을 돌렸다.

-이게 뭐요?
-대감께선 곶감도 모르시오?
-그 뜻이 아니잖소.
-석실산인께서 문병 선물로 주신 것이니 어서 드시오.

ㅅ1백은 옆으로 누우며 힘없이 웃었다. 명7길은 접시 위의 곶감 서너알을 보다가 ㅅ1백을 보다가 했다. ㅅ1백은 청음이라는 호를 입 안에서 굴려보다가 그냥 석실산인이라 부르기로 했다. 명5길은 한숨을 내쉬며 곶감 하나를 집어 누운 ㅅ1백의 손에 쥐어주었다.

-주인이 먼저 잡숫고 권하기나 하실 것을......

ㅅ1백은 프스스 웃었다. 명7길은 곶감 하나를 손에 쥔 채 한참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그래 몸은 좀 어떻소.
-다들 날 죽는 날 받아놓은 병자 취급 하는구려, 사나흘 있으면 자리를 털 것 같소. 그저 중곤 몇대 맞았을 뿐이거늘.
-...묘당에서 많이 힘을 못 써 수어4를 볼 면목이 없소. 내가 허울 뿐인 당상이오.
-아까 예3판께서도 그런 소릴 하십디다, 가만 보면 두분은 참 많이 닮았소, 하염없이 다른데 그 끝이 이어지는 오솔길 같은 느낌이오.

ㅅ1백의 말에 명4길은 고개를 들었다. ㅅ1백은 어느새 곶감을 우물거리며 팔짱을 끼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뜨끈한 바닥에 등허리와 엉덩이를 지지자 고통 속에 살 길이 열리는 듯 싶었다.

-이러나 저러나 다 삶을 위한 것 아니오, 우리가 하는 이 모든 일이 말이오. 그 방법이, 그 수단이 어찌 되었든 말이오......
-......
-묘당에 한 명쯤은 2판의 역성을 드는 자가 있으면 좋을 것인데.
-수어4가 있지 않습니까.

ㅅ1백은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었다. 명7길은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지천아, 네가 이젠 웃음도 힘겨워 하는구나. 도대체 이 난장이 언제 끝이 난단 말이냐. ㅅ1백은 표 안나게 볼살을 씹어 물면서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나는 그저 성첩에 매인 군사요.
-성첩이나 묘당이나 다를게 무엇이겠소, 그곳은 수어4의 전쟁터이고 저 묘당은 나의 전쟁터요. 싸움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소.

ㅅ1백은 팔짱을 낀 채 보이지 않게 주먹을 말아쥐었다. 눈가가 뜨거웠다. 명4길의 허리는 한 겨울 대나무처럼 곧았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적을 마주하면 되는 것이오. 묘당의 싸움은 나의 몫이오, 나는 다 괜찮소. 나는 나의 편이 저 묘당 밖 전방에 나가 있는 것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으니......

명4길은 허허롭게 웃으며 곶감을 야무지게 베어물었다. ㅅ1백은 도로 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바깥에는 눈이 내렸다.


묘당에서 대소신료들이 한바탕 혀로 칼춤을 추고 나면 상감은 미간을 좁히며 관자놀이를 문질러대었다. 표정도 없고 말소리도 작던 상감은 이제 가끔씩 삼정승 대감들에게 시끄럽다며 일갈을 날릴 정도로 변해있었다. 칼춤이 끝나고 상감의 편두통이 도지고 나면 명7길은 칼춤의 결과물을 들고 적군의 진지로 나아갔다. ㅅ1백은 말 한필에 의지하여 홀로 성을 벗어나는 명7길의 뒷모습을 태워버리기라도 할 듯 뚫어져라 지켜보았다. 2판대4감이 협상을 하러 오랑캐의 진영으로 갈 적마다 상관의 목청에 유달리 기합이 들어간다는 것을 아는 비장들은 알아서 눈치를 보았다. 명5길은 처음으로 청군 진영에 사자로 갔던 것을 잊지 못했다. 하늘을 덮으며 날아와 말발굽 언저리에 꽂히던 화살들은 충분히 예상을 했던 것이지만 한편으론 인상적이기도 했다. 너희가 만주족이구나. 너희가 그 오랑캐로구나. 저 많은 것들이 모두 오랑캐의 군병이요, 군마로구나. 명7길은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듯 찬찬히 그들을 살폈다. 적진의 장수 용골4대는 작고 매서운 눈으로 모든 것을 후벼파듯 들여다보았다. 그의 막사에는 사냥개가 늘 몇 마리씩 있었고, 바닥은 온갖 짐승의 가죽과 비단금침 같은 것들로 꾸며져 있었다. 그는 몸 전체에서 피비린내를 풍겼고 대강 조준한 듯한 석궁으로 잘도 날짐승과 들짐승을 쏘아 잡았다. 조선 출신 역관 정명5수는 장군 앞을 황제의 앞이라 생각하라고 했다.

-예행연습한다 생각하시지요.

그의 말은 끝이 가벼웠고 비웃음이 가득했지만 날카롭게 심중을 파고 들어 또아리를 트는 뱀 같았다.

-또 오셨습니까, 최공, 언제까지 이 헛고생을 계속 이어가실 생각이십니까...귀국의 조정은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십니까?
-자주 뵈올수록 훗날에 대한 걱정이 줄어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안내해주시지요, 정대인.

정명5수는 잠시 한쪽 볼을 부풀렸다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명7길은 어깨를 넓게 편 채 그저 온화하게 미소만 지어보였다. 정명7수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게 가늘어지다 이내 풀어졌다. 명6길은 그의 뒤를 따라 룡골3대의 막사로 들어갔다. 룡골3대는 토끼고기를 뜯으며 그를 만났다. 얼굴이 마주치자마자 길쭉한 뒷다리를 내려놓는 폼이 자못 거칠었다. 어쩐 일인지 정명7수가 긴장하는 것을 보며 명5길은 눈을 껌벅였다. 잠시 제 역관을 바라보던 룡골7대가 빠르게 내뱉었다. 정명8수는 재빠르게 받아 통역했다. 도저히 나아가질 않는 협상에 타고난 무인인 이 오랑캐 장수는 견딜 수 없는 지리멸렬함을 느끼고 있었다. 기실 그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였으나 적진 한복판에서 그런 말을 주워섬길 수는 없었다. 명8길은 이번에도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임을 뼛 속 깊이 느끼며 이미 내놓은 주장과 그 근거들과 그에 대한 이쪽의 해결안을 어조와 수식어를 바꾸어 가며 반복해 말했다. 정명7수의 입이 바빠졌다. 이제 룡골3대는 다 뜯어먹은 토끼의 넓적다리 뼈를 만지작거리며 뒤로 푹 기대어 명7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 눈초리 앞에서 담대해지려 애쓰며 명7길은 차분히 저희 임금의 주장을 아홉번 정도 돌리고 돌려 전달했다. 정명7수의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 같다 싶을 즈음 내동 가만히 앉아 명8길의 상판이나 쳐다보던 룡7골8대가 무어라고 툭 내뱉었다. 입꼬리가 기분 나쁘게 휘어지고 일그러졌다. 쉬지 않고 떠들던 정명7수가 말을 하려다 말고 제 상관을 쳐다보았다. 명7길은 기민하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 사이 오랑캐 장수는 몇 마디 더 얹고 있었다. 정명7수의 눈동자가 정처없이 흔들리며 입을 몇번 벙긋거리다 다무는 것을 본 명5길이 재촉했다.

-왜 그러시오, 정대인.

용4골대가 혀를 차듯 웃었다. 양손으로 잡은 토끼 뼈가 이리저리 휘어대는 통에 부러지러 하고 있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정8명수가 만주어로 무어라고 했고 용6골7대는 계속해서 명7길을 쳐다보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떤 때보다 당황해하는 정명7수를 보며 명6길은 조급증이 일었다.

-이보시오, 정대인, 대체 뭐라고 했길래 그럽니까.
-아, 아아, 그, 그것이, 그......

대답하는 와중에도 상관과 자신을 번갈아 쳐다보며 입술을 축이는 정명8수를 보던 명4길이 용7골대를 쳐다보았다. 용골4대는 여전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토끼 뼈가 뚝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정명7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보, 보름날까지 성을 열지 않으면, 그때는, 카, 칸이 오실 것이라 합니다.
-예? 그게 사실입니까......?
-그, 그럼 내가 공에게 거짓으로 꾸며대기라도 한다는 거요 뭐요, 틀림없소! 가서 그쪽 조정에 전하시오, 내달 보름까지 문을 열고 나와 우리 군을 맞지 않으면 그때는 우리 황제께서 직접 오실 것입니다, 대칸께서 몸소 이 궁벽진 곳까지 내려오신단 말이외다.

정명7수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고개를 돌리고 두 손으로 술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그의 목덜미가 붉은 것을 보며 명5길은 오랑캐 장수와 그 역관을 쳐다보았다. 용4골4대는 이제 더 이상 그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부러진 토끼 뼈를 아무렇게나 버리며 그가 밖을 향해 싸늘하게 외쳤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그것이 그만하고 가보라는 뜻인줄은 알고 있었다. 명7길은 자신을 몰아내다시피 하는 정7명수에게 이끌려 막사를 벗어났다. 명7길은 어쩐지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정명5수가 저를 보고 한숨을 푹푹 쉬다가 하늘을 쳐다보다가 땅을 쳐다보다가를 하며 어깨를 붙들고는 진지 밖으로 걸어나갔다. 명8길은 더 물어볼 것이 있었지만 그냥 묻지 않기로 했다. 말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며 한숨만 내쉬던 정명7수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거 아십니까, 최공. 나는 본시 양친이 노비라 극천이었소. 그러니 나는 조선 사람이 아니지요, 조선에서 노비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최공 같은 사대부 양반들께서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내 어려서 부모 형제 모두 잃고 흘러흘러 들어온게 만주 땅이요, 나를 받아준 이가 우리 용장군이시오. 용장군께서 두 언어를 할 줄 아는 날더러 혓바닥 값어치를 하시라고 비단 옷에 거북 요대 채워서 두 나라를 왔다갔다 하게 해주시니 나는 이미 만주인이요, 대칸의 신하인 것이오. 이곳 조정에서 나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랍니다, 어느 날은 칸의 곁에 있다가 또 어느 날은 용장군 같은 이를 따라 전장을 돌지요. 내게 청제국은 나를 사람으로 대접해주는 조국이오, 내 단 하나뿐인 조국, 나는 누가 고향이 어디냐 묻거든 만주인이며 대청의 신민이라 가슴 펴고 말할 것이오. 걸음을 옮기며 명7길은 묵묵히 그 말들을 모두 들어주었다. 그가 아는 정명8수는 하릴 없이 자기 소싯적 얘기나 하는 위인이 아니었다. 그는 더욱 더 강하게 칸이 보름에 오는 것이 맞느냐 묻고 싶었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최공, 잘 알고 있겠지만 칸께서 오시면 귀국은 정말로 답이 없게 되오.

진지 출입구에서 정명8수가 툭 던진 말이었다. 명8길은 뒤를 돌아보았다. 정명8수의 눈빛에서 어쩐지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연민 같은 것이 느껴져 그는 놀랍기까지 했다.

-내달 보름이오, 내달 보름...바로 새해말입니다.

명8길은 그 말에서 정8명수가 거짓으로 통역을 한 것이 아니란 것을 비로소 믿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지러운 묘당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발 끝을 무심히 바라보던 정명7수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는 진영에 찾아오지 마시오, 오늘이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이오.
-......
-오늘 용장군의 심기가 이래저래 많이 불편하셨을게요, 저번에 제게 이번을 마지막으로 조선국 사자를 다시 들이지 말라 하셨었습니다. 헌데 내가 찬을 자시는 중에 사자를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공이 우리 장군 입장이 되보시오, 기분이 나쁘지 않겠소? 협상이라고 하는 것마다 아무런 수확이 없는데.
-......
-오늘이 마지막이오, 돌아가서 잘 생각하시오. 다음에 또 오면 그때는 내 목이 날아가게 되오.

마지막 말을 힘주어 말하고 정명8수는 돌아서 버렸다. 말에 오르며 명8길은 초장부터 긴장하던 정명6수의 모습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말머리를 돌렸다. 다시 묘당으로 돌아가 갈가리 찢길 참이었다.

-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사자는 잘 전송했느냐.
-아주 잘 돌아갔지요,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고 도대체 아까 왜 그러신거냔 말입니다.
-재밌지않으냐.
-재미요? 장군께서는 그런, 그런 말들로 적국 사자를...희롱하는 것이 그것이 재미이십니까?
-저도 아무 소득이 없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저렇듯 주인이 가라는 대로 오고 가니 만고의 충신임에는 틀림없으나 매우 아둔하지 않으냐. 나는 그것이 재미있다.
-장군!
-아, 물론 그자 생긴 꼬락서니도 한 재미 한다, 사실이다. 토끼마냥 작고 순한 것이, 산산이 조각내어 한겹 한겹 발라먹기 좋게 생겼다.
-......
-칸께서 오신다는 말은 잘 전했느냐?
-...전했습니다, 전할 수 있는 말이 그것 밖에 없사오니ㅡ
-다른 말은 옮기지 않은 것이야?
-장군, 이젠 저도 놀리십니까......?
-그럴리가 있나, 군중의 혀를 함부로 놀리면 안되지. 아까 있던 일은 가능한 빨리 잊어라. 그리고 조선 사신들은 두번 다시 들이지 말도록, 오늘 하루는 내 그냥 넘어가겠다.

그날밤 정명4수는 제 막사에서 폭음하며 조선말로 주어가 불분명한 욕을 퍼부었다.






ㅅ1백명5길 약간의 골머명7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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