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안녕, 뒤늦게 콘서트 후기 쓴다. 

1. 

나는 몇 년 전에 가까운 사람 덕분에 처음 발레 공연을 봤거든. 

멋진 예술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큰 관심은 없었는데 공연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었어. 

저렇게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 바로 눈 앞에서 

평생을 바쳐서 노력한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구나. 

정말 아름답구나, 티비로 보는 것이랑 다르구나, 그런 걸 느꼈거든. 

시카의 공연 보고도 비슷한 기분이었어. 

나는 공연 보기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열심히 찾아가며’ 공연을 본 것은 그간 겨우 두 팀에 불과했어. 

나머지의 모든 공연은 보아도 좋고, 아니어도 괜찮은 그런 식이었지. 

그 중 하나는 우리 나라에 딱 한 번 온 모 밴드였고,  

또다른 하나는 몇 번 내한공연을 한 약쟁이 재즈피아니스트야.  

그 두 팀과 시카 모두 본질적으로 예술가이고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지만 

아이돌은 그만의 성격이 있잖아?  

이번에 처음 본 시카의 공연은 마치 

시카가 나에게 ‘아이돌이란 이런 것이란다’ 보여준 기분이야. 

정말 평생의 노력이 들어가 있더라. 

노래도 노래고, 춤, 손짓, 눈빛, 무대의상과 소품, 관객을 대하는 태도, 

그런 것에서 그 노력이 다 묻어나는 기분이었어. 

행복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고, 눈앞에서 공연을 보고 있으면서도 비현실적인, 

꿈꾸는 듯한 기분이었어. 

나 역시 섬머 스톰이 제일 좋았고, 두 번째는 하디럽이었다. 아오, 미치는 줄 알았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멋있고 예쁘고 귀엽고 섹시하고. 

가수 안 했으면 어쩔 뻔 했나요. 

2. 

내가 앉은 쪽이 좀 그랬던 건지 잘 모르겠는데, 

관객 분들이 너무 점잖게 공연을 보는 기분이었어. 

사실 소리를 지르건 말건 손을 흔들건 말건 공연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 

나는 그게 아쉬웠어. 

뭣이랄까, 다들 너무 MLB 식으로 조용히 공연을 보는 느낌이랄까. 

나는 KBO식으로 손도 엄청 흔들어대고 노래도 다 따라 부르고 그러고 싶었거든. 

시카가 섭섭하지 않을까 싶고 ㅋㅋㅋ 막 그랬어. A열 앞쪽으로 가고 싶더라. 

너는 나의 10년이었다, 이벤트도 더 극적으로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고. 

시카한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달까...크크크 

이게 다 그넘의 야광봉이 매진된 탓이야!!! 

그게 있었으면 사람들이 더 편하게 더 열심히 손을 흔들었을 거란 말이야. 앞뒤로든, 좌우로든! 

미드템포 노래에 손을 열심히 흔들다가 나만 그러고 있어서 뻘쭘해서 그만두고 그랬다고 나는! 

대만콘서트 때 시카가 많이 감동해서 펑펑 울고 그랬는데, 서울 공연에서는 너무 심심했던 것 아님? 

- 미안, 한 것도 없는데 쓸데없이 경쟁의식? 느끼고 그러네.  

3. 

사회자나 게스트 없이 진행된 것은 좋았는데, 

전체적인 무대 구성이 조금만 더 효과적이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제한된 공간에서 혼자 고군분투한 것이고, 

회사가 역사가 오래된 곳이 아니니까 점점 경험이 쌓이면서 더 나아지기를 바라. 

대만콘에서 튼 그 수트에 운동화 차림 영상을 서울콘에서 튼 건 당근 괜찮은데, 

질문을 알 수가 없는 것이 아쉬웠어. 

유투브에서 봤을 때도 한문으로 나와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잖아. 

대충 의미는 유추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제대로 아는 것이랑은 다르지. 

내 한글 이름 수연, 이라는 답이 정확히 어떤 질문의 답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아는 분 좀 가르쳐 주셈. 

그리고 시카가 곧 그 노래 부를 것인데, 기다리는 동안 디어 목소리로 노래가 나왔다가 

다시 시카 목소리로 노래가 나왔다가 한 것 별로였어. 

처음부터 시카 걸로만 틀어도 김 빠지는 것 아님? 

곧 직접 부를 노래인데, 콘서트 시작 전도 아니고. 

4.

- 시카가 관객석 돌면서 인사해 준 것 정말 고맙고 행복했는데 

(나 있는 쪽 오기 전에 등 돌려서 반대쪽 본 것은 ㅜ.ㅜ ), 연예인이란 직업의 슬픔이 확 느껴지더라. 

이런 감상 오바지만.... 

자기 팬이라는 이유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손 흔들어 주고 웃어 주고 사진 찍혀 주고. 

연습생 기간과 데뷔 후 시간을 통해서 단단하고 의연하게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멋있었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과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시카는 확실히 그런 면에서 참 멋있는 것 같아. 

- 정말 너무 말랐어. 저렇게 말라서 노래하고 춤추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탈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음. 

- 목소리 진짜 내 귀로 들으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 자기 요새 말 안다고. 이거 실화냐, 어쩌고 이야기 할 때, 

이거 실화냐 앞에 무슨 유행어 이야기했었지? 

기억이 안 나. 내가 못 알아들은 것 같기도 하고. 

- 하여튼 공연 행복했다. 

시카가 더 다양한 노래 많이 불러 줬으면 좋겠다. 

아, 제발 방송에서도 좀 보고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