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아끼바나 가서 보컬로이드(오와콘)앨범이나 사오려던 찰나

공원에 가보자는 막연한 생각에 근처의 신주쿠 공원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문닫기 1시간도 채 안남은 공원에 성공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간도 없고 나도 빨리 가고 싶었던 탓에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찍고 싶은것만 찍던 찰나

삼각대를 세우고 보잘것 없는 정자에 포커스를 맞추는 일본 청년을 봤다!

그 순간 뇌리에 스친 작품이 言の葉の庭(언어의 정원)
그가 성지 순례차 방문해 사진을 찍는 중임을 직감하기엔 충분했다.


다가가서 물었다. 혹시 이 정자가 영화에 나왔나고

예상했던대로 어버버 말을 얼버무리며 '그..영화는 아니고..' 라고 하기에

바로 言の葉の庭！하고 받아치자 금새 화색이 도는 청년!


잠시 오타쿠 토크(?)를 나누고 같이 사진을 찍은 뒤 곧 해어졌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공원 폐장 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기에아쉬움을 뒤로 하고
맘에 내키는 대로 셔터를 눌러댔다.

폐장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춰 나온뒤 나는 살짝은 기쁜마음으로
오와콘을 연명시키는데 일조했다.(마지막 사진은 본인이긴 한데 시간이 좀 지난 사진이다 그래도 하는짓은 똑같으니까 이해해달라)




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저 정자를 찍을때에도 저 정자에서 여선생이 맥주를 까던 장면 외에 나머지 장면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었고  그야말로 아무데나 난사한 꼴이나 다름 없음에도 나중에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하나같이 작중 등장하는 앵글이라는데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오타쿠적 기질로 애니메이션을 뜯어본것인지
산카이 마코토 감독의 앵글이 누구나 쳐다보는 멋진 앵글이어서 그런것인지

난 그 정답을 아직도 모른다

아마 후자가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정답은 도무지 모르겠다.






혹시 같은 것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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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콘 사러갔다 뜬금없이 성지순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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