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만에 처음 당신을 뵈었습니다.

이태 동안 소식 한 자 없던 무정한 당신이

거기 그렇게 서 있습니다.

떨리는 숨을 참고

아무렇지도 않은 날처럼

지난 이태 동안 견뎌온 매일처럼

당신의 곁을 스쳐 지납니다.

당신의 체온이,

당신의 숨결이,

떨어져 지낸 지난 이태 동안의

모든 기억이,

무정해지신 뒤로

더 그리운 당신의 다정함이

걸음걸음 살아납니다.

내 사람이 왔습니다.

어디 있는지 보지 않아도,

어디 있는지 듣지 않아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사람.

밤마다 꿈마다 찾아가는 꿈을 꾸고,

때로는 훤한 낮에도

향그러운 숨결로 살아나

외로운 가슴을 들끓게 하던 그 아이,

내 사람이 왔습니다.

눈길을 옮기지 않아도,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온 몸의 세포들이

솜털 하나의 감각까지

그녀를 향합니다.

아무리 떨치려 해도

떨쳐지지 않는

사람이라서,

차마 눈을 감습니다.

흔들리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아도

결국은 무릎을 꿇게 됩니다,

당신 앞에서.

전하지 못하는 마음이

이태 동안 벼려온 칼날처럼

서늘해지는 순간.

이태 전의 결심을

다시 한 번

되뇌입니다.

나 왕소가

이 고려의 황제가 되어주마.

(* 17회에서 가장 텐션 쩌는 장면이었던 듯.

이태만에 처음 상봉하는 소해가 각자의 방식으로 직진하는 것 같아 좋더라, 나 뾰는.

서로를 보지 않는데도

두 사람만 서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나 뾰만의 착각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