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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3 모란ts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0.70) 2017.06.08 00:36:54
조회 919 추천 54 댓글 12

														

귀여운 내 강아지, 예쁜 내 일림. 홍력은 일곱번째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앞서 여섯이나 아내가 있었지만, 사실 아내란 화분이나 마찬가지였다. 화원에서는 고심을 하고 궁리를 하여 값을 치뤄 품에 안고 오지만, 집에 두게 되면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잊게 되는. 그러나 홍력의 바람과 달리 여섯 아내는 화분으로 지내는 것을 원치 않았고, 끝끝내 시들어버렸다. 하지만 일림은 달랐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피어나 홍력을 기다려주었다. 착하다는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어떻게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홍력은 일곱번만에야 완벽한 아내를 얻었다.

-아가.

어린 아내는 수를 잘 놓았다. 언제 둔것인지는 모르지만, 하얀 베갯잇에 옅은 색으로 꽃이 수놓아져 있었다. 아내는 잠자리에서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버릇처럼 베갯잇을 만지작거리곤 했다. 그 여문 손길에 반질거리는 자수가 고왔다. 그 위로, 비구름처럼 새까만 머리칼이 흐르고 있었다. 동그란 이마로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히었다. 찬 물수건으로 여러번 닦아주었으나 자꾸만 땀이 맺혔다.

-아가, 어서 일어나야지.

홍력은 아내가 다린 셔츠를 입고, 아내가 만든 손수건을 품고 집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내가 내려주는 차를 마시고, 작은 손으로 곱게 다듬어 장식한 꽃송이를 바라보며 제가 없었던 아내의 며칠간을 들었다. 그리고는 밖에서 아내를 생각하며 사온 선물을 안겨주었다. 별것 아닌 선물을 받고도 기뻐하며 제가 독촉하기 전에는 선물을 열어보지도 못하며 수줍어하는 그 여린 성정이 좋았다. 어느새 홍력은 늘 아내의 품에 안겨, 아내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좋았다.

-내 사랑.

늙고 꼿꼿한 장인 정신이 버텨내기에는 이 시대는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쌓는 것은 어려우나 무너트리기는 쉽다. 욕심 많은 성미는 제것에 흠이 나는걸 용납치 못했다. 고운 눈매가 저가 아닌 다른것을 그리며 우는것을 참지 못했다. 빠르게, 그리고 확실하게 망가트려야했다. 가는 목을 옥죄는 낡은 목줄. 한동안은 피가 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 살이 차오르면 금방 잊혀질 것이다.

-일림.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속의 것을 전부 개워내고 쓰러졌고, 이내 열이 펄펄 끓었다. 의원이 보고 갔으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함부로 약을 먹일 수도 없어 내내 애를 태웠다. 밖은 세차게 비가 내렸다. 홍력은 모든 일을 물리고 아내 옆에 있었다. 식은땀을 닦아주고 마른 입술 사이로 꿀물을 흘려넣어가며 이름을 불렀으나 아내는 대답이 없었다. 이따금 멍하게 눈을 뜨고 무어라 입술을 달싹였으나 홍력이 듣기도 전 다시 눈을 감고 의식을 잃었다.

-언제까지 날 혼자 둘거니.

곧, 혼약을 올린지 1년이 된다. 홍력은 아내의 가는 약지에 가락지를 끼워주었다. 제 약지에도 같은 반지를 꼈다. 기왕이면 아내와 둘이서 축하하며 나누고 싶었지만, 상관 없었다. 아내가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만날 사람이 저이길 바랐다. 마음이 약한 사람이니 놀라 울음을 터트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무서운 꿈을 꾸고 우는 아내를 안아주던 것처럼, 아내를 품에 안고 달래줄 것이다. 아가, 괜찮아. 이제 너를 괴롭힐 사람은 없어. 무서운 꿈도 꾸지 않을거야. 네 곁엔 내가 있잖아.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아.

잠깐 선잠이 들었던 터였으나 세찬 빗소리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아직 새벽녘인지 침실은 새까만 어둠으로 차있었다. 어둠에 눈이 익은 후에 품을 내려다보니 아내가 눈을 뜬채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마를 짚어보니 열도, 식은땀도 없었다. 작은 몸을 끌어안아보았다. 고요했다. 아가, 하고 부르자 커다란 눈망울이 굴러 저를 바라본다. 이 얼마만에 마주보는 눈일까. 새까만 눈동자가 사랑스러웠다. 찬 이마에 입을 맞추어주고 머리를 쓸어주었다. 여전히 까만 눈동자는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가, 괜찮니? 목 마르지 않아? 참, 배가 고프겠구나. 잠깐만 기다리련? 자우를 불러서...
-...어.
-뭐?

갈라진 목소리가 희미하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고개를 숙여 아내를 안고 귀를 가까이 댔다. 아가, 잘 안들리는구나. 한번만 더 말해주겠니? 등을 부드럽게 쓸며 아내를 달랬다. 창 밖의 빗소리가 너무 커, 홍력은 몇번이고 다시 아내를 얼러야했다. 이윽고, 모든 소리가 멈췄다.

-죽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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