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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페라 70주년 기념 오페라 갈라 단상

감자(1.225) 2018.05.20 23:08:51
조회 592 추천 6 댓글 3

1948년 춘희라는 제목으로 오른 라 트라비아타 이후 70주년을 맞은 한국 오페라를 기념해서 열린 오페라 갈라쇼. 가장 큰 특징은 한 작품마다 유명한 아리아를 1~2곡씩 추려 공연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막을 기준으로 구성한 것이다. 크게 네 작품이 공연되었는데 창작오페라인 '천생연분' 그리고 정통 오페라인 '리골레토' '라 트리비아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이 그것이다. 이번에는 노래 자체보다는 연출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천생연분은 쉽게 얘기해서 부잣집 양반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건데 제목만 봐도 알듯이 국악 악기와 전통 장단을 포함한 한국적 미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 나름대로 색다르고 독창적인 시도라고 느꼈지만 딱 그정도... 스토리나 연출적인 부분에서 딱히 뛰어나거나 돋보이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다.


 리골레토는 비교적 최근인 작년 말 공연했던 작품인데 그때 보고 왔던 기억이 난다. 물론 배우들은 다 바뀌었지만. 만토바 공작의 부하들이 리골레토의 애인(실제로는 딸이었지만)을 납치하는 2막을 다뤘는데 배경이 나이트클럽인 게 참으로 독특했다.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폭력 내지는 허영을 비판하려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할 뿐이다. 본래 리골레토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에 서 있는 게 질다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작년 공연에서도 질다가 가장 큰 인상이 남았었다. 허나 이번 공연에서는 큰 인상이 남지 않는다. 오히려 리골레토 역을 맡은 바리톤 김동원이 더욱 돋보였다.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호소력 있게 아버지의 간절함과 처절함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인터미션 후 진행된 라 트라비아타는 내가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이다. 마지막 3막 부분이 공연되었는데 무대가 상당히 독특하다. 텅 빈 공간에 크고 긴 벽 하나만이 놓여있다. 그 벽 앞에서 여주인공은 좌절하고 고통받으며 다시 기뻐하고 살아나며 또 죽어간다. 이 벽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비올레타가 기댈 수 있는 사랑일 수도 있고 그녀를 사랑에서 떼어놓는 장애물일 수도 있다. 그녀를 현실과 단절시켜놓는 어떤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존재하는 그 자체일 수도 있다. 하나의 벽을 두고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부분에서 단순한 연출이 아닌 하나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그램 북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완성되지 못한 채 망가져버린 벽이다. 이 벽은 한 여인이 그리고자 하느 하지만 채 다 그리지 못한 인생이다. 어쩌면 우리가 외면한 어느 그늘진 모퉁이일지도 모른다.

이 벽은 비올레타의 실존과 존재를 투사한 상징물이다. "그녀의 삶은 화려하지도 찬사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고 싶어 한 그녀의 마음과 그 보금자리를 세상과 우리가 외면하고 가렸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습니다(정선영 - 연출가)."


설명은 들어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성악가로 넘어가보자면 당연 비올레타 이명주가 하이라이트다. 노래 자체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걸 커버할만큼 연기를 잘한다. 특히 죽기 직전 갑자기 일어나 벽을 짚으며 노래하다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관객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인조 건축물이 무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게 바로 고래잡이어선 내부다. 프로그램 북에서는

바다는 그저 삶의 먹을거리를 공급해주는 사냥터에 불과하고, 달란트는 그 고래잡이어선의 무의미한 선장으로 그려졌다. 오직 젠타의 존재만이 자연(바다)의 아름다움을 읽고, 그 너머의 초월적 세계를 내다보는 상징적인 인물로 설정되었다.


...라고 되어있다. 1막과 3막 2장이 공연되었는데 1막은 그냥저냥 지나갔고 3막 2장도 역시 극후반 장면을 제외하면 큰 동요를 주지 못했다. 

 모든 출연진들이 한국인이고 갈라쇼 형식이다보니 중심을 잡아줄 소프라노나 바리톤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돋보였던 몇몇 성악가를 제외하고는 뷔페에서 손 안가는 야채 느낌이 들었다(사실 이는 갈라쇼나 뷔페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 오페라가 서양에 그것에 비해 역사가 짧고, 또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장해왔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앞으로 한국 오페라의 밝은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이 공연을 한 번 더 봐야한다면...?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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