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도착한 미지근한 음번, 즤빌레 바이어의 푸르름.

뭐 제목만 푸르름이지 음악은 자켓처럼 좀 누리끼리한 듯.

음반갤에서 보고 괜찮겠다 싶어 주문을 넣었더랬습니다. 여성 보칼의 나긋나긋한 포크는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연식이 제법 되었겠다 싶었는데 불과 2006년산인 걸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음악이 낡았다...고 하면 좀 실례겠고, 레트로한 맛이 살아있는 음악. 뭐, 충분히 검증된 스타일이니까요. 믿고 듣는 포크.

이런 음악은 봄-가을에 홀로 떠나는 기차여행에서 여유로움 반, 쓸쓸함 반 곁들이고 들어줘야 제맛인데 말입니다.

이제는 날이 제법 더우니, 가을이 되기 전까지 당분간은 그냥 자장가로 써야겠네요.

아직 잘 시간은 아니니 활동적인 음악도 하나.

여름 나들이용으로 적절한 포레의 피아노 사중주. 캐스린 스토트와 에르미타쥬 트리오의 연주가 담긴 판.

스토트 여사는 포레 독주가 참 괜찮은데, 거기도 나긋나긋한 음악이 많아서 여름 나들이와는 좀 안 맞아요.

사중주는 악장별로 템포 변화도 많고, 근엄함을 떨쳐낸 (당시로서는 새로운)화사함이 가득 담겨있어서 제법 분위기가 맞습니다.

뭐... 흔히 드뷔시-라벨을 본격적인 인상주의라 부르고, 포레는 그 태동기를 불러온 사람 정도로 취급하는데 말이죠.

제가 느끼기엔 드가-흐누와흐-모리조, 이 불란서 인상주의 트리오의 그림과 가장 궁합이 좋은 음악은 포레 실내악인 듯. 시간상으로는 드뷔시-라벨이 맞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포레가 저 뮤지션들보다 한 세대 정도 늙은(?) 양반이라 로코코의 잔재에 좀 더 많은 영향을 받은 탓일 지도.

손 가는대로 쓰다보니 잡설이 기네요.

요점은, 불란서 인상파 회화에서 느껴지는 밝고 화사한 그것이 이 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

날도 슬슬 더워지는데, 이거 하나 장만해두시면 더운 날 불쾌지수를 낮추는 데에 요긴하게 쓰일 겁니다. 꼭 스토트 판이 아니라도 말이죠.

링크는 스토트 여사 버젼이 안 보이는 관계로 반더러 트리오 버젼을.

이 판도 괜찮아요. 사실 곡이 좋다고 봐야겠죠. 연주를 아주 망치지만 않으면 다 들을 만하니.

사족으로...

에릭 르 사쥬 선생이 슈만에 이어 포레 실내악 시리즈도 차곡차곡 녹음하고 있습니다.

쬐금 맛뵈기를 한 바로는 깔끔한 연주가 일품이라 슈만 못잖게 탐이 납니다만...

사이클이 완성되면 분명히 판때기를 묶어서 싸게 풀어놓을 게 뻔한 양반이라 못 들은 셈 치고 참는 중.

얼른 연주를 마쳤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