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침이끈 김영철 訪南에 토로 

"너무 참담하다. 이럴 수는 없는 거 아니냐." 22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 행사에 참석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천안함 폭침 희생자 유가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2009년 2월 이후 정찰총국장으로서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과 연평도 포격(2010년 11월 23일) 등을 기획·주도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천안함 유가족 대표 이성우 씨(57)는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북한에서 먼저 얘기를 꺼냈어도 정부에서 거절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유가족은 물론 국민까지 무시하는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이씨의 아들 이상희 하사는 전역을 1개월 앞두고 해상경계임무를 수행하다 폭침으로 목숨을 잃었다. "너무 참담하고 정부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토로한 이씨는 통화 도중 목소리가 수차례 떨렸다. 그는 "유가족이 아닌 아버지 된 입장에서 말하겠다"며 "자식을 잃은 입장에서 정말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씨는 "우리의 적이 누구냐"고 되물으며 "우리 아들을 포함해 나라를 지키다 희생 당한 고귀한 아이들은 뭐가 되냐"고 언성을 높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일어난 남북 간 교류에 대한 천안함 유족의 실망감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개막식 참석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이씨는 "북한에서 의도적으로 리선권과 김영철을 내려보내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것은 완전히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유가족은 남북 간 관계 개선은 필요하지만 천안함 폭침 등 무력 도발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이 내려올 때만 해도 평화를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도 "북한이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있었던 일들은 다 밑에 묻어두고 위에서만 화해 무드를 조성하는 것은 가식적인 것 아니냐"면서 "진실을 덮어두고 모른 체하면서 그 위에서 평화회담이니 대화니 하는 게 진정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씨는 "잘못된 부분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이루어진다면 저희(유가족)는 분명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말도 했다. 

연평도 포격으로 9년째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도 정부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평도 주민 정창권 씨(64)는 "집이 모두 불에 타서 복구하는 데 3년이 걸렸다"며 "평창 일도 곱씹어봤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고 잊기로 했다"고 했다. 

[박재영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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