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어두운 길을 돌아 발걸음을 멈추면 이윽고 찾아오는 슬픔.

슬픔의 깊이가 짙어질수록 혜란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오늘도 결국 아침이 왔구나.’

동이 터오는 걸 뜬눈으로 확인하고서야 혜란은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한 줄기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도리어 반갑다.

익숙한 패턴의 연속.

태욱이 그렇게 가버린 후로 혜란의 삶에 달라진 것은 없다.

뉴스쟁이답게 뉴스, 방송국.

그것만이 가장 혜란을 움직이게 하고 혜란을 살게 한다.

다만. 생기란 찾아볼 수 없는 그 낯빛.

바람이 불고, 낙엽은 여기저기 뒹굴고.

아무 의미 없는 표정으로 달리는 창밖을 바라보는 희미한 눈빛에 혜란은 씁슬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했구나.’

jbc 로비에 도착해서도 그냥 걸음이 이끄는 대로

늘 그랬던 대로 발걸음이 향하는 그녀의 뺨에 이유모를 눈물이 흘러내린다.

‘왜 또 이러는 거야.’

누가 봤을까 싶어 얼른 손등으로 대충 훔쳐내고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가던 길을 걸어간다.

태욱을 그렇게 사고로 보내고 2년.

1년은 휴직계를 내고 없는 듯 살았다.

꼼짝 않고 집 안에서만 머무는 날이 많았다.

윤송이, 한지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약속이나 한 듯 집을 드나들었다.

겨우 물 한 모금 축이며 보내는 날이 많았다.

강태욱.

그 사람이 나에게 도대체 뭐 길래.

마음 같은 건 주지 않는 거라고 스스로 체득하며 살아온 나였다.

고작 우유 하나 건네며 내 마음 속을 파고든 당신.

대체 넌 뭔데.

대체 강태욱 너가 뭐길래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니.

꽃잎이 떨어진다. 바람이 달라졌다. 매섭던 바람이 오늘은 살랑거린다.

‘봄이 왔구나. 지겹던 겨울이 끝이 나는구나.’

희미하고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던 날에도

늘 내가 꽃처럼 환하게 웃는다며 설레던 그 사람이었다.

‘이럴 거면서. 이럴 거면서 왜. 왜 나를.’

하늘로 향하는 그 원망을 끝으로 오늘도 혜란의 하루는 허망하게 마무리가 된다.

기약 없는 내일은 일단 접어둔 채.

------------------------------------------------------------------

혜란이가 그리워서 처음 써보는 엉망진창 상플이야

글리젠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ㅜㅜㅜㅜ

허접한 상플 읽어줘서 고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