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스 1시즌 인터뷰를 여러 번 보고나면 알 수 있는게,  그사람들은 처음부터 추리물을 만들고 싶은 마음보단 늘 '캐릭터'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어.
케이스북이랑 크로니클만 두 번 읽어봐도 보이더라. 모티스들 하는 얘기라곤 존과 셜록이 서로 어쩌구저쩌구 셜록은 이렇고 존의 이런 행동이 바로 이것임을 증명해주는 어쩌구저쩌구

1시즌은 그저 흘러넘치는 덕심을 주체 못하고 회중시계->휴대폰 = ?!!?!!헐!!이거 존나 대박이다!!각색하는 재미가 쏠쏠~ 하는 기분으로 제작했던 것 같아. 근데 그 방식이 무척 세련되고 멋졌던 거지.  그 과정에서 모티스는 셜존의 우정을 간당간당 곁들이고. . . 시청자들의 마음도 간당간당 건드리고. . . .
2시즌부턴 이제 덕심을 표출하는 방식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어. 모팻이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그리고 여기에 내 추측을 곁들이면,  아마 제작진들은 앞으로의 셜록 시리즈가 가야 할 길은  소시오패스라는 한층 더 확장시킨 주인공의 성격과, 자신들이 바꿔놓은 여러 설정들만을 토대로 더 이상 도일 경의 홈즈 시리즈 21세기 버전물이 아닌
[셜록]이라는 드라마  그 자체로 기억될 수 있도록,  우리들이 벌려놓은 판,  이제 원작에 대한 강박증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가 만들어놓은 이 셜록이라면,  앞으로 그는 어떻게 행동할까?' 라고 생각하며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도이자 원작을 존중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아. 그렇기 때문에(진짜 캐붕일 수도 있겠지만)  모티스는 셜록과 주변인물들의 변화가,  아니 이 극 전체 분위기와 주제의 흐름이 바뀌어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작정하고  만든 거라 할 수 있어. 아마 셜록 시리즈의 맨 도입부터.
그렇기 때문에 추리의 비중이 적어지든, 셜록이 감성 충만한 낫 소시오패스가 되든 나는 그러려니 할 수 있을 것 같아.(몇몇 개연성 상실한 요소들에 관해선 뭐라 할 말이 없지만. . .) 이 시리즈는 이제 닥터후 만큼이나 실험적인 드라마가 되어버렸거든.
조금씩 내가 안타까워하고 있는 점이 두 가지 있다면 바로 화면 연출과 존의 역할이야.
화면 연출은 3시즌부터 법정씬이나 마팰씬 빼고는 썩 인상적이지가 않아.  뭐 이건 맥기건형이 너무 천재였기 때문이거나 단순 내 취향 문제겠지.(이상 폴맥기건 찬양글이었습니다)
그란데, 모티스 요놈들이 점점 존을 간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1시즌 만들 때까지만해도 '존은 중요합니다!' '아무도 이제껏 왓슨을 신경 안썼다구요!',하더니... 그리고 비비씨 왓슨이 가장 능동적이라고 호평 받았잖아. 나도 그 점이 무척 자랑스러웠어. 존은 셜록만큼 튀는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고 소시민 포지션이지만,  나는 항상 존의 표정에서 나타나는 다채로운 감정의 조화와 그밖에 존만의 개성넘치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어. 한 인물을 저렇게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낼줄 몰랐거든. 그건 마틴의 뛰어난 연기와 좋은 대본이 잘 어울렸다는 뜻이지.(모티스들. . .  배우 복 한번 제대로 받은게 확실함) 나는 존이 모험 속으로 뛰어들면서 혼자 슬퍼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셜록을 쳐다보고, 아이린을 나무라고,  공포에 떨고, 친구를 믿기로 결정하는 등 그의 다양한 모습들이 너어무너무너무 좋았단 말야. 그런데 이건 시즌2까지로 한정이야.  
3시즌부터 유령신부, 401을 아우르며 대체 존이 스스로 보여준 일이 뭐야?
돌아온 셜록에게 화내다가 받아들여준거?
혹은 메리와의 미래를 함께하기로 결정한거?
그래. 아그라 불태운건 존 스스로 선택한 일이야.  근데 카메라가 존이 갈등한다든가, 상심에 빠지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얼마나 보여줬어?
분명 존이 셜록에게 엄청 소중한 사람인건 맞지만, 그렇게 어메이징한 존을 다들 감싸고 돌며 존존거리는 동안 존은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웃다가, 울다가, 끙끙 앓다가. . .
존의 역할은 3시즌부턴 우리 주인공의 상징적인 의미로 작용하는 게 다야. 심지어 3시즌에선 마이크로프트랑 잠깐이라도 얼굴보며 대화하는 장면이 단 한번도 안 나왔어. 난 개인적으로 그게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나에게 최근의 존은 셜록에게 화내고, 타박하고, 미워하다가 좀 안쓰러워하는 모습밖엔 보이지 않아.(이건 뭐 흔한 한드에 나오는 눈새 여주랑 다를게 없음...)이젠 존이 셜록을 진심으로 위하고 있는지조차 의심될 지경이라고.  2시즌까지의 그 사려 깊은 모습은 다 어디로 갔을까?
모티스들에게 바라는건, 제발 존 왓슨을 망치지 말아달라는 거야. 만약 존이 402나 3에서도 여전하다면 난 평생 두고두고 아쉬워할것 같아.
어디 한번 지켜보자구.  이제 시즌4 시작했으니 말야.


(그러나 변함없는 사실 한가지가 있다면 난 여전히 모팻의 호구라는 거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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