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마이크로프트가 전 시즌에 걸쳐 셜록과 유러스에게 해놓은 일을 봐.

보호를 빙자해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한 끝에 두 사람을 걷잡을 수 없이 일그러지게 만들었어.

그리고 모티스는 친절하게도 처음부터 셜록의 입을 빌어 소개하지. 마이크로프트는 영국정부 그 자체나 마찬가지라고.

유러스가 의미하는 '동풍'이 원작에서 등장한 건 '마지막 인사'인데, 거기서 사건을 해결한 홈즈는 왓슨에게 이렇게 말해.

"동풍이 불고 있어, 왓슨. 시대가 변했어. 여지껏 한 번도 영국을 강타한 적 없는 바람이 불고 있네. 차갑고 괴로운 날씨가 되겠지."

마지막 인사의 내용이 영국을 둘러싼 외교적 긴장상황과 그 물밑에서 벌어지는 첩보전을 다뤘다는 점에서

홈즈가 마지막으로 던진 이 말에는 도일경의 시대 인식이 반영돼 있어. 사실 도일경이 시대의식을 다룬 건 그게 처음은 아니지.

앞서 발표한 여섯 개의 나폴레옹 상만 해도 그래. 겉으로는 범죄자의 트릭인 것처럼 포장해 스타일리시한 추리 소설을 만들어냈지만,

등장인물이 나폴레옹 흉상을 부수는 행위에 숨겨진 함의가 당시에 얼마나 충격적인 반향을 일으켰을지.

그러니 모티스가 수많은 선택지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풍'으로 표현되는 시대적 격변상황을

'유러스'라는 인물로 의인화하여 셜록 형제의 드라마에 끌어들인건

단순히 원작의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정교한 트릭이라는 매력적인 장식물에만 주목하지 않고 시대 인식을 반영함으로써

독자를 놀래키며 신선함을 잃지 않는 도일경의 파격적인 시도를 충분히 답습하고자 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모팻이 403에 가진 근자감의 이유이고

아만다여사를 비롯한 배우 일동이 감탄했던 모티스의 빅픽쳐였는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