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그녀는 왜 게임을 설계했을까?

403에서 유러스는 모리어티와 야합하고, 5년에 걸쳐 셰링포드를 장악하며, 그 외진 곳으로부터 빠져나와 셜록의 주변을 맴도는 등 오랜 세월에 걸쳐 어마어마한 공을 들여가며 세 사람을 위한 잔혹한 게임을 설계한다.

도대체 뭘 위해 이런 쓸데없이 잔인하기만 하고 아무 소득 없어 보이는 게임판을 벌린 걸까?

어린 시절의 일로 셜록에게 지금도 앙심을 품고 있으며, 셜록에게 앙갚음을 하고 고통을 주기 위해?

셜록이 과거의 문제에 마주보게 하도록 온갖 압박감을 가해서 자신의 미련을 해소하기 위해?

403 내내 유러스가 셜록에게 보이는 집착을 생각하면 모두 그럴듯한 이유지만

403과 유령신부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나는 유러스가 가진 셜록에 대한 집착과는 별도의 결정적인 범죄 동기가 있다고 생각했어.

1. 유령 신부= 403을 위한 떡밥 그 자체 

유령 신부는 시즌 4을 위한 예고편이야. 그러니 시즌 4에서 전개될 상황과 메인 흑막인 유러스에 대한 암시를 아주 빡빡하게 채워넣었지. 

유령 신부와 유러스의 공통점에 대해 예를 들면:

①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고

②남성 또는 사회적 억압에 의해 자유를 구속당해 기본권과 격리되어 있으며

③그때문에 용의주도한 살해계획을 공모할 정도로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④자기 표현 욕구가 강하며 무모한 면을 가진

⑤여성이다.

유령 신부와 유러스의 상황이 굉장히 유사하다는 점을 볼 때, 유령 신부(카마이클 부인)는 유러스의 상징물이라고 볼 수 있지. 

두 사람의 캐릭터성이 일치한다면, 유러스의 범죄 동기 역시 유령 신부와 같은 극렬한 복수심인 것으로 추정된다.

누구에게? 자신을 억압하고 구속하며, 가장 가까운 관계의 가족이면서도 자신을 기만하고 업신여기며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존재에게.

카마이클 부인에게 그건 남편이었지만, 유러스의 경우 역시 짐작가는 인물이 있지.

바로 유러스를 평생 셰링포드에 가두고 감시하는 마이크로프트야.

2. 유러스의 분노  

1의 가정이 맞다는 전제 하에 유러스가 마이크로프트에게 증오를 느끼게 된 경위를 추측해 보자.

과거 유러스가 격리시설로 끌려간 결정적인 이유는, 그녀 스스로 머스그레이브의 고향집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야.

유러스는 자신이 위험인물로서 엄격하게 감시받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어. 그러니 방화 따위의 화려한 짓을 벌였다간 아무리 자신이 어려도 무사하게 넘어가지 못하리란 걸 알았겠지.

그럼에도 유러스가 집을 불태워버린 건, 레드비어드 사건 이후로 쏟아졌을 가족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

당장의 소외감과 비난을 견디기 힘들어 제 발로 도망쳐 나오길 택한 거겠지.

하지만 유러스가 스스로의 의지로 모두로부터 도망쳤다고 해서 가족들에 대한 미련을 아주 버리진 못했을 거야.

괴물로서의 유러스를 이해하진 못해도, 받아들여 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결국 가족들 뿐이니까.

그러니 유러스는 언젠가 가족들이 자신을 마주할 준비가 되기만을 기다렸을 거야.

그게 유러스가 가진 실낱같은 희망이었겠지.

하지만 유러스가 믿었던 가족 중 하나인 마이크로프트는 그녀를 배신했어.

어느 순간부터 마이크로프트는 자신의 가족이면서도, 자신을 억압하는 사람들의 앞잡이가 되어있었어.

가족들과 연결시켜 주기는커녕 차단해버리고, 끝내는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해 부모님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죽이기까지 했지.

유러스는 마이크로프트의 완고한 행동으로부터 그 사실을 눈치챈 순간 어마어마한 증오로 들끓었을 거야.

안 그래도 소외감과 정서적 기아감에 허덕이며 살아온 유러스였는데 마이크로프트가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까지 싹둑 잘라버렸으니까.

유러스는 자길 배신하고 구속하며 마지막 남은 존엄마저 짓밟는 마이크로프트에 대한 증오를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오랜 세월에 걸쳐 어마어마한 복수 계획을 준비하지.

복수만큼 막강한 범죄 동기가 또 어딨겠어? 심지어 유러스에게는 더 잃을 것도 없으니 브레이크를 잃은 그녀는 폭주기관차처럼 미쳐 날뛰게 되었을 것이다.

3. 마이크로프트의 죄책감

403 시작 부분에서, 유러스가 셰링포드를 탈출해 자기 집에 침입했다고 생각한 마이크로프트가 충격과 공포에 벌벌 떠는 모습은, 유러스와 마이크로프트 사이의 감정의 골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줘.

유령 신부에 겁이 질려 벌벌 떨던 남자들처럼, 마이크로프트는 어린애처럼 패닉해서 도망다니지. 우리가 알던 그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과 동일인이 맞나 눈을 의심할 정도로. 그건 마이크로프트 역시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야.

"선의로 한 행동이었어요."

마이크로프트는 그동안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 했어.

위정자로서 위험 분자를 격리한다는 옳은 결정을 내렸고,

고통받는 가족들을 대신해 총대를 메고 유러스란 골칫덩이를 혼자 힘으로 책임지려 했지.

하지만 자신의 그런 결정이 유러스에게만큼은 언제나 잔인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니 마이크로프트에게도 유러스는 거대한 트라우마고 죄책감이었겠지.

그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가족인 유러스를 죽였어.

엄밀히 말하면 사회적으로 살해한 거지만...

얼마나 많은 대의명분이 존재했든 마이크로프트의 선택은 적어도 유러스의 오빠로서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지.

그러니 마이크로프트는 유러스의 안전과 통제 양쪽 모두에 집착하며 셰링포드에 정기적으로 연락을 넣는다.

아무렇지 않은 척 허세떠는 마이크로프트의 죄책감이 실은 얼마나 대단한 수준인지를 알 수 있지.

(셜록에게 말했던 ‘조심하지 않으면 동풍이 널 휩쓸어갈 거야.’라는 말은,

실은 마이크로프트 자신에게 가장 해당되는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4. 모리어티와 유러스의 복수 연대

복수를 결심한 유러스는 MI6에 협조해주는 대가로 모리어티를 불러들이지.

유러스 스스로 모든 계획을 설계하고 실행할 능력이 충분히 있는데도 굳이 모리어티를 불러들여 자문을 부탁한 건,

두 사람 다 마이크로프트라는 공통의 적을 가진 동시에, 모리어티가 셜록의 숙적으로서 유러스의 복수에 유용한 정보를 갖고있었기 때문인걸로 추측돼.

유러스는 절대 마이크로프트를 편하게 보낼 생각이 없어.

그녀는 마이크로프트가 공포와 죄책감에 벌벌 떨다가 가장 비참한 형태로 죽길 바라지.

그래서 마이크로프트의 유일한 약점인 셜록을 쥐어짤 계획을 세워.

마이크로프트는 스스로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포장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그렇다고 믿고 있지만, 그게 진짜로 심장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란 걸 유러스는 아주 잘 알고 있지.

-103에서 모리어티가 셜록의 심장이 멀쩡히 존재함을 간파한 것처럼, 유러스도 마이크로프트의 심장이 어딨는지 잘 알고 있다.

유러스는 마이크로프트의 숙적이며, 숙적은 항상 서로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감금된 유러스와 그녀를 제어하려던 마이크로프트 사이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공방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어쩌면 셜록과 모리어티 이상으로 치열했을 지도 모르지.

모티스는 압축을 해제하라

5. 최종 목표: 마이크로프트의 심장

유로스가 의도했던 것처럼 마이크로프트는 자신의 실책 때문에 셜록과 존이 휘말려 잔인하게 굴려지는 것을 견딜 수 없어 한다.

그리고 모리어티가 예견한 것처럼 유러스가 가장 바란 상황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펼쳐진다.

절친과 친형이라는 잔인한 선택지에서, 천천히 마이크로프트를 겨누는 셜록을 바라보는 유러스의 표정에는 거의 감동마저 어려있다.

유러스는 마이크로프트가 셜록의 총에 맞아 죽음으로써, 자신이 친족에 의해 사회적으로 살해됐을 때의 고통을 그도 똑같이 느끼길 바란다.

왜냐면 그 자신의 피로 셜록의 손을 더럽히는 것이야말로 그에게 있어 가장 비참한 죽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홈즈가 홈즈를 죽인다’라는 한 마디엔 당한 대로 갚아주겠다는 유러스의 바람이 의미심장하게 담겨 있어.

하지만 유러스가 계획한 것은 마이크로프트의 사회적 살인이 아닌 실질적 살인이지.

아무리 마이크로프트가 먼저 시작했든, 유러스가 당한 일과 실질적 살인은 절대 같지 않아. 결국 아무리 사연을 갖다붙이든 유러스는 괴물이었던 것이다..

셜록에게 되도록 심장을 쏴달라고 부탁하던 마이크로프트는 ‘나한테 심장이란 게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라고 자조적으로 웃는다.

그 때 TV화면에 잡힌 유러스가 아주 같잖다는 듯 눈알을 위로 휘리릭 굴리는 것을 볼 수 있지.

M: 내 안에도 어딘가는 심장이 있겠지. 맞추기 힘들긴 하겠지만...

E: (놀고있네)

얜 정말 어지간히도 큰오빠가 싫었던 모양이야... 남은 죽네 사네 심각한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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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에 글자수 제한이 있는지 이번에 처음알았다.

중간에 끊긴 것 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탓이 아님=3

읽어준 게이가 있다면 고마워:) 그리고 길게 싸서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