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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연주자에게서 배운 것

운영자 2017.03.10 14:54:38
조회 145 추천 0 댓글 1
터론토시의 어느 지하철역이었다. 출퇴근시간이 지나고 어스름 속에서 혼자 섹스폰을 불고 있는 연주자가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감미로운 그의 음악 속에 담긴 애절함이 그대로 가슴속에 들어와 마음 밭을 촉촉이 적셨다. 음악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속에서 수채화 같이 풀릴 수 있는 것인가 혼자 속으로 감탄했다.


 길거리 연주자의 앞에는 악기통이 놓여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거기에 동전을 던져주는 것 같았다.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데도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섹스폰을 불고 있었다. 그가 섹스폰인지 섹스폰이 그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거기에서 나오는 것은 천상의 소리였다. 


​티벳을 여행하다가 어느 작은 도시의 호텔에 들어설 때였다. 호텔입구의 로비에서 한 소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바이올린의 현에서 나오는 소리가 나의 가슴속을 그대로 파고들었다. 그것은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소리 속에 그 소녀의 맑은 영혼이 그대로 담겨 나오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은 가을 계곡물 같이 맑게 닦인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그 소녀 앞에서 듣는 사람이 없었다. 소녀는 바이올린이 되어 그냥 연주를 하고 있었다. 


​영혼의 소리는 호화스런 무대와 수많은 사람의 갈채 속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었다. 인도 바라나시의 녹야원 앞에서였다. 녹야원은 부처님이 처음으로 설법을 하던 장소라고 했다. 그 앞에는 구걸하는 거지들이 많았다. 그중에 혼자 구석에 작은 북을 들고 앉아있는 늙은 남자가 보였다. 거무튀튀한 얼굴에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볼이 홀쭉했다. 그의 눈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눈이 없었다. 앞을 못 보는 그는 손에 든 작은 북을 치며 노래를 해서 먹고 사는 사람 같았다. 이상하게 그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에게 내 앞에서 노래를 하라고 요청했다.


그 남자는 손바닥 만한 작은 북을 치며 인도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의 눈이 촉촉해졌다. 늙은 소경의 속에서 어떻게 그런 천상의 아름다운 소리가 나올까 경이였다. 우주의 영혼이 그 소리에 담겨 나오고 있었다.


길거리 초라한 음악가에게서 어떤 그런 천상의 소리가 나올까 나는 생각해 보았다. 그들은 세상의 칭찬이나 한두푼 던져주는 동전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냥 소리자체였다. 그들이 음악이고 음악이 그들이었다. 하나님은 그럴 때 영혼의 떨림을 주는 것 같았다.


 이런 얘기가 있다. 백발백중으로 활을 쏘는 사람에게 왕이 상금을 걸었다. 그러자 화살은 번번이 빗나갔다. 상금이 걸린 순간 화살을 쏘는 사람에게는 눈앞의 과녁이 두 개가 되어 버렸다. 하나는 과녁이고 다른 하나는 상이었다. 목표가 두 개가 되어 버린 그는 집중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변호사를 하면서 느낀 게 있다. 돈이 목적일 때 그 변호는 틀림없이 실패했다. 법정에서 돈을 의식하면서 공허한 관념의 나열만하면 재판관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입이나 글에서 나오는 법리는 악취가 풍기는 쓰레기일 뿐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바라보면 몇 분 안에 판사의 마음속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돈이라는 눈 껍질이 덮히면 혼자만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소경이 됐다. 나는 없어지고 내가 하는 일 자체가 될 때 성공은 다가왔다. 그 뒤에 따라오는 약간의 보수에 감사할 수 있으면 만족한 인생이 아닐까. 비행기 일등석에서 최고급 와인을 마시고 싶어 하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미친놈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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