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강대 본원 가서 똥꼬쇼 했는데 (이과 거의 끝반이었음)
뭔가 공부 하면서도 맘에 안들고... 맨날 수업때 자고, 주말엔 자습 시간에 폰 붙들고 있고... 그렇게 2016 수능도 조져버림.
부산대 공대를 가야 하나 인하대 공대를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거든?
시발... 돈 3~4천 쓰고 지방대 가려니까 짜증나서 맨날 이불 덮고 칩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개뜬금없이 상근 입영 통지서가 날라온거야.

입영 통지서 받으니까 갑자기 개빡치더라.
왠지 이대로 군대 가면 평생 지방대 출신 꼬리표 달고 살 것 같아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듦.

도저히 기하와 벡터는 못해먹겠고, 화학이나 생명도 내용은 다 이해하는데 문제만 보면 머리가 새하얗게 되서 아무리 공부해도 점수가 안오름.
내가 수학 과탐에 재능 없다고 인정하니까 문과로 옮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더라고.
어차피 국어 영어는 1등급 받을 자신이 있었거든.

그래서 그냥 수능 끝나고 12월부터 삼수 할 생각으로 독서실 등록해서 혼자 공부 시작함.
근데 공부 하다 보니까 독서실보다는 학원을 등록하는 게 아무래도 더 나아보였음.

독재를 등록할지, 아니면 재종을 등록할지 고민했는데 난 강대 있을때 제일 짜증나던게 시간표가 정해져 있던 거였음.
솔직히 국어는 공부 비중을 줄여도 1등급 맞을 자신이 있었거든. 근데 내 의지랑은 관계 없이 정해진 과목을 들으려니까 죽겠는거야. 그래서 과감하게 독재로 결정함.

문과 나온 친구한테 추천받아서 세지 선택하고, 하나는 안전빵으로 사문 선택해서 공부 시작함.
근데 시발 사탐 수특을 보는데, 이건 공부가 아니라 상식인거야. "이딴걸 배운다고? 개꿀이네? ㅋㅋ" 하면서 공부함.
공부한다고 생각 안하고, 상식 공부한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집중도 잘 되고 재밌었음.

그렇게 3모를 봤는데, 국영수국탐 6과목 합쳐서 5문제 틀림. 학원 원장님이 서울대도 가능하니까 제2외국어 할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서점 가서 아랍어 수특 사옴. ㅋㅋ;

3모를 잘보고 나니 자신감도 생기고, 공부가 재밌어지더라. 그래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했음.
그리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니까 이런저런 취미로 스트레스를 풀었음. 강대땐 친구들하고 피시방이나 노래방 갔는데, 독재는 나 혼자 다녀서 혼자 스마트폰이나 PC 분해/수리하면서 놀았음. (인생 최초로 개아싸처럼 살았다.)

그리고 6모를 봤는데, 성적이 좀 떨어졌음. 아무래도 안심하고 공부량을 줄였더니 성적이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다시 맘 잡고 공부하려고 하는데, 날씨가 존나 더우니까 사람이 늘어지게 되더라.

재수땐 덥든 춥든 무조건 학원엔 나갔었는데, 삼수땐 그냥 힘들땐 쉬기로 했음. 나한텐 지친 채로 그냥 일주일 버티는 것 보다는, 그냥 하루 쉬고 6일 집중하는게 더 효율이 좋더라고.

그렇게 좆같은 여름을 보내면서, 9모를 봤음. 역대 최악의 성적이 나왔더라? 가채점 하고 나서 좀 많이 쫄렸음. 내가 너무 놀았나... 라는 생각도 들고, 빡세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루틴은 그대로 지킴.

그리고 수능 봤는데, 다 풀고 국어 30분, 수학 30분 남아서 그냥 엎드려 잤음. 너무 술술 풀려서 "시발... 조졌네..." 하면서 체념하고 오후 시험 봄. 영어랑 한국사는 잘 풀었는데, 사탐에서 시간이 부족하더라. 사탐은 EBS만 보면서 독학했는데, 확실히 짬이 부족해서 그런지 내가 요령이 없는게 티가 나더라고. 아랍어는 9월 이후로 손도 안댔기 때문에 2번까지만 풀고 다 3번으로 찍고 잠. ㅋㅋ;

그리고 집 와서 가채점 해보는데, 시발? 국어 98 수학 96 영어 93 떴음. 난 존나 조진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더라. 사탐도 나름 선방했고. 존나 기뻐서 그날 잠도 잘 못잤음.

예상 등급이 11132여서 연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만 논술 보러감. 경희대랑 중앙대는 납치당할까봐 안봤고. 근데 논술 반 년도 안해서 그런지 수시 전부 탈락함. 근데 오히려 다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수능 성적표는 11133 받았는데, 국어랑 수학이 백분위 99%가 나와서 성대랑 연대 반영비율이 나한테 엄청 유리하더라고. 그래서 정시는 성대 사회과학부랑 연대 경영학과 접수함. 다군은 중대 글금 넣었는데, 어차피 여긴 뒤졌다 깨나도 갈 일 없고.

그리고, 어제 성대 최초합 받았음. 진학사 보니까 15등이라고 하더라. 연대 경영도 142명 뽑는데, 200등대 초반이라서 무난하게 추합 받지 않을까 예상중임. (정시 상담하시는 분도 그렇게 말하셨고.)

암튼, 삼수하면서 느낀 게 참 많음.
1. 재종반이던 독재던 맞는 공부 방법을 찾자.
2. 안 되는 건 포기할줄도 알자.
3.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쉴줄도 알자.

정도가 삼수하면서 느낀 중요 포인트임.

(물론 나보다 잘 본 갤러도 엄청 많겠지만, 혹시나 재수나 삼수 할 계획 있는 수갤러들, 궁금한 점 있으면 최대한 대답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