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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에게 큰 죄를 지은 엘빈이 ㅂㄱㅅㄷ 5

ㅇㅇ(175.213) 2015.02.02 00:57:43
조회 1304 추천 30 댓글 6



그 무렵의 엘빈은 공상하는 걸 좋아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어 주변을 잘 돌아보지 않았어. 어딘가 좀 멍했지. 그랬던 그가 눈치 챌 정도였으니 달리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집요하게 자신을 따라오던 그 시선의 주인에게 엘빈이 말을 건 것은 여름의 길목으로 접어들어 가던 계절의 어느 저녁의 학교 복도에서 였어.


끝내기로 결심을 했지만 리바이와 만나는 일은 어려웠어. 그리고 여전히 아예 만나고 싶지 않다고 회피하려하는 자신이 있었지. 이대로 영원히 연락도 닿지 않고 만나지 않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엘빈은 어린애처럼 하루하루 눈을 감았다 다시 뜨면 이 모든 게 없었던 일이 되거나 다 해결되어서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빌며 잠에 들었어. 그리고 그런 어린애 같은 생각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리바이와 처음 만났었던 그 무렵의 과거의 꿈을 계속해서 꾸기 시작했어. 5월. 그 태양의 기색이 점점 더 짙어져가던 어느 날의 방과 후 학교 복도에서 엘빈은 처음으로 리바이에게 말을 걸었어. “너 계속해서 날 보고 있었지?” 엘빈의 뒤에서 걷고 있었던 리바이는 돌아보는 시선에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지. “어? 어어...?” 그냥 우연히 같은 복도를 걷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라. 하지만 엘빈은 지금 리바이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어. 왜냐하면 시선이 느껴졌으니까. 리바이가 단순히 제 갈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라면 자신의 뒤통수가 이렇게 따가울 리가 없어. 그리고 요 몇 달간 계속 느껴지던 시선과 같았으니까. “스토커야?” “아... 아니... 그게 나는....” 그 말에 리바이는 울먹이며 고개를 숙였지만 엘빈은 딱히 그를 책망해서 한 말은 아니었어. 그저 호기심이 앞섰었지. 스토커란 무엇일까?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스토킹할 때는 어떤 기분일까? 하는 순수한 호기심에 나온 말이었지. 엘빈은 가만히 리바이를 쳐다봤어. 그 시선에 리바이는 더욱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지. 필사적으로 입술을 달싹여 겨우 띄엄띄엄 말을 이었어. “고....마, 워서....” “뭐?” “고마... 워서....” “고맙다고? 뭐가?” “.....전에, 자기소개.... 그 때, 고마워서....고마... 고맙...” 리바이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심을 했다는 듯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쳐들었어. 눈물에 젖은 얼굴은 붉게 물들어있었어. 노을이 스며들어 엄청나게 붉었어. “고마워!!!” 그리고 그대로 뒤돌아 도망치듯이 빠르게 달려 눈앞에서 사라져버렸어. 복도에 혼자 남은 엘빈은 그저 멍하게 서있었지. “아.... 엄청 빨갰다.” 그것이 엘빈에게 있어서는 리바이에 대한 첫인상이었어.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었지. 그리고 그렇기에 엘빈의 호기심에 불을 붙여버리고 말았어. 이 어그러진 인연은 여기에서 시작되었어.


또 몇 달만인가에야 겨우 리바이와 만날 수 있었어. 여전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리바이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모텔로 가려고 했지. 하지만 엘빈은 고개를 저었어. “....카페로 가자.....” “뭐야? 나 엄청 쌓였는데.” 하지만 엘빈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랐기에 리바이는 순순히 엘빈의 말에 따라주었어. 카페 안은 한산했고 그것에 엘빈은 조금 안도했어. 리바이가 어떻게 나올지 몰랐으니까 이왕이면 조용한 곳이 좋았어. 리바이는 커피를, 엘빈은 차를 주문하고 종업원이 없는 이층으로 올라갔어.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차만 홀짝였지. 따뜻한 음료를 마시니 조금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어. 먼저 입을 연 것은 리바이였어. “그래서 무슨 일이야.” 엘빈은 작게 입술만 달싹였어. 쉽사리 입이 열리지 않았어. 하지만 말을 해야 했지. “....음....그러니까....” 말은 속삭임처럼 한숨과 함께 흘러나왔어. “....그만 끝내자....” 리바이는 한순간 놀랐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어. 그러나 곧 평상시의 얼굴로 돌아와 미간에 주름을 잡았지. 이제 어떻게 나올 거지? 엘빈은 두려움과 긴장으로 마른침을 삼켰어. 실제로는 몇 분 되지 않았지만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지나고 리바이는 긴 한숨과 함께 몸을 늘어트리며 표정을 풀었어. 그것에 엘빈이 놀라 몸을 움찔거리는 것을 본 것인지 리바이는 킥킥대며 웃고는 책상위에 엎어졌어. “뭘 그리 놀래.... 하아.... 모처럼 괜찮은 상대를 만났다 싶었더니.... 역시인가....” 리바이는 책상위에 엎드린 채로 시선만을 엘빈에게로 향했어. “역시 직업이 형사인 놈은 별로인가...?” “......” 엘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그저 두려웠기에. 하지만 리바이는 “그래. 끝내지 뭐.” 하고 엘빈의 예상과는 다르게 순순히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어. “...뭐....라고...?” “끝내줄게. 하긴 너는 날 만날 때마다 늘 뭔가 긴장하는 것 같았고.... 딱히 좋았던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뭐 때문에 나랑 자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즐거웠다.” 그렇게 말하며 리바이는 웃었어. 엘빈은 아연할 수밖에 없었지. 대체 뭐지 저 반응은? 리바이는 정말로 그냥 아쉽기만 해보였어.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는 생각 할 수 없는 표정.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 그런 일을 잊었을 리가 없어. 분명 무언가 계략을 숨기고 있는 거야. 나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나를 궁지에 몰아붙일 무언가를. 엘빈은 자신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이제 그만해....“ 죄책감. 너무나 무겁기에 사람은 그것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지. 죗값을 치르고 싶어 하면서도 그냥 잊고 싶어져.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있어. 그걸 노리는 거야? 이렇게 평생 나를 괴롭히려고? 그런 복수를 하려는 거야? ”제발 그만해.....“ ”엘빈?“ 하지만 엘빈은 참을 수 없었어. 그의 복수를 받아들여 단죄 받는 것도. 끝까지 도망치며 외면하는 것도. 결국, ”그래 내가 그랬어!!“ 엘빈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질렀어. ”내가 그런 심한 짓을 네게 했어! 그것도 악의 없이! 그저 궁금해서 그랬어!! 그래서 그렇게 잔인했었어!!“ 긴 시간동안 감추고 감춰왔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정말이야.... 그래서 널 보면... 죄스럽고, 과거의 나를 죽여버리고 싶고.... 무서워....“ ”엘빈....“ ”내가 잘못했어.... 알아.... 다 내가 나쁜거야... 그런데 그만해.... 이제....“ 그 차마 돌아볼 수 없었던 과거의 죄를 스스로의 입으로 그 앞에 고했어. 그 섞어 문드러질대로 문드러져 구역질나는 과거의 죄와 마음을 토해내면서 엘빈은 오열하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못했어. 그리고 리바이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져가는 것을 엘빈은 보았어. 아아 역시. 역시 잊었을 리가 없지. 너는 내게 잔인하게 복수하려고 했던 거야. 엘빈은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달랐어. 리바이의 몸이 분노로 떨리고 있었지만 달랐어. ”너때문이었어....?“ 그렇게 중얼거린 첫 말을 엘빈은 이해하지 못했어. ”니가.... 니가.... 니가 내 동생을...!! 이바이를 죽게 만든 거야...?!!“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았어. 한 대 얻어맞은 것 갖은 얼얼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해 엘빈은 휘청거리며 바닥위로 무릎 꿇고 말았어. ”무.... 슨....“ ”니가 그 애를 죽인거냐고!!“ 리바이에게 멱살이 잡혀 끌어올려지면서 엘빈은 멍하니 머릿속으로 이름을 되뇌였어. 리바이. 리바이. 이바이. 리바이. 리바이. 리바이. 아아, 이바이. 그렇구나. 그 아이는. ”이 개자식아!!!!“ 리바이의 절규에 가까운 노성에 종업원들이 헐레벌떡 뛰어올라오는 것을 바라보면서 엘빈은 그제야 한줄기 눈물을 흘려보냈어. ‘엘빈..... 나는 너를.... .....지 않아...’ 그 목소리. 그 말. 그렇구나. 그 노을지던 하늘. 그 아래로 붉게 추락했던 사람은 너였구나, 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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