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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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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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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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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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ㅈㅅㅈㅇ)


그 날,  엘런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어. 안 들어 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리바희는 밤새 뜬 눈으로 기다렸어.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엘런은 들어오지 않았어. 바희는 점점 지쳐갔어. 다른 여자들은 임신하면 남편이 잘 챙겨주고 먹고 싶은 것도 잘 먹는데 자신은 그러질 못했지. 그래도 바희는 버텼어. 엘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상처주며 이혼하자고 한 엘런이지만 그렇지만 바희는 엘런을 아직도 엘런을 사랑했어. 하지만 엘런은 그렇지 않았어. 어느날 바희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지. 보낸 사람은 엘런이었어.

"일주일 내로 집안의 물건 정리해 주세요. 일주일 후에 이혼 서류에 도장받으로 갈테니까 그 때 봐요."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는 말에 바희는 놀랐어. 하지만 잠시 후 풀이 죽어 이상할 것도 없다고 중얼거렸지. 원래 여긴 엘런의 집이었으니까. 바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어. 엘런이 이혼서류를 들고 오기 하루 전,  어떻게 알았는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카를라가 찾아왔어. 카를라는 아무말도 하지않도 바희의 손을 꼭 잡은 채 바희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 봤어. 그리곤 바희의 손에 무언가를 들려주겠지.

"어머님 이건?"

바희가 묻자 카를라가 대답했어.

"...통장인데, 네 이름으로 만들어 뒀다. 비밀번호는 핸드폰에 문자로 보내놨어. 적은 액수라서 미안하다..."

카를라의 따뜻한 마음에 리바희는 눈가를 붉혔어.

"어머님....고마워요..."

"미안하다...못난 아들 때문에..."

카를라는 기어코 울음을 터트렸어. 리바희에게 매달려 한참을 서럽게 울었어. 그리고 카를라가 돌아갈 때 리바희의 손을 잡고 말했지.

"엘런을 미워해도 좋아. 다만...아이만은 미워하지말렴... 이 아이는 네게 있어서 축복이 될거야.. 그리고 네 통장으로 달마다 일정 금액을 넣어줄게...그러니까, 부디, 세상에 지지말고 굳세게 살아야 한다.."

카를라의 진심어린 말에 리바희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어. 바희는 카를라의 품에 와락 안기며 흐느꼈어.

"네...그렇게 할게요..."

그들은 고부 사이였지만 모녀 사이 보다 더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게 되었어. 그리고 마침내 엘런이 집으로 찾아 왔지.

"도장, 찍어주세요"

리바희는 엘런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어. 잘 빠진 턱선, 반짝이는 금색 눈, 날렵한 코, 부드러운 입술까지. 한 때 자신을 사랑해줬던 남자의 얼굴을 천천히 눈에 각인 시킨 바희는 크게 심호흡하고 도장을 찍었어. 도장을 찍자 엘런은 서둘러서 서류를 챙기고 집을 떠날 채비를 했지. 현관에 서서 엘런은 문을 열고 나가며 딱 한 마디를 내뱉었어.

"...고마워요"

덜컹. 문이 닫히고 리바희는 가슴에 큰 상처가 남는 느낌을, 온 몸의 감각으로 느꼈지.


리바희는 엘런과 이혼 한 후 카를라가 통장에 넣어준 돈으로 15평 짜리 작은 아파트를 구했어. 집의 위치는 시내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으로 했지. 한적한 이 곳이 바희는 꽤나 마음에 들었어. 요새 바희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고 있었지. 밖에 나가는 건 힘들고 텔레비전은 없어서 세상과 소통할 방법은 스마트폰 밖에 없었어. 바희는 이제 임신 5개월에 접어들고 있었어. 아직도 입덧이 심했고 덕분에 스트레스는 날이 갈 수록 쌓여만 갔어. 장을 보는 것도 모바일 결제를 해 집으로 배달 시켰지. 직접 요리를 해 먹어야 했는데 기운도 식욕도 없어서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바희는 말라만 갔어. 그러던 어느 날 모바일 기사를 보던 바희는 놀라운 기사를 보게 됬어.
엘런의 결혼 발표 기사 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