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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오늘 연재분 하이라이트 (수정)

래녹(175.194) 2014.11.24 20:05:28
조회 2518 추천 47 댓글 25

오늘 군림천하 진짜 짧고 내용없더라. 패러디할 꺼리도 없더라.




 전풍개는 요새 무공의 연마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진원진기가 손상되었을 때만 해도 사손들이 뒷방늙은이 취급을 하고 영 서러웠었는데, 막상 치료가 끝나자 전성기의 무공을 되찾게 되어 복수심에 불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똑같은 초식이라도 그것을 주인공이 사용하느냐 조연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판이한 위력을 나타내게 된다. 전풍개가 그것을 절실히 깨달은 것은 진산월이 몇 주 수련한 태인장으로 음양신마 복양수를 때려죽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때 전풍개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분노와 어떤 허망한 감흥을 맛볼 수 있었다.


 무림에서도 가장 뛰어난 장법의 고수라 모두가 두려워하였던 음양신마의 최절초가 그리도 병신같이 파훼될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전풍개였다. 그것은 공포와도 같은 감정이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잠이 들 때까지 그는 남들의 눈을 피해 구슬땀을 흘리며 성라검법을 연마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의 한계를 실감하게 되었다.


 오늘도 전풍개는 아침 식사를 마친 후부터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질 때까지 연무장에서 열심히 성라검법을 수련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측간에도 가지 않아 제갈외가 걱정할 정도였다.


 얼마 전에 시체가 되다시피 쥐어터져 골골거리던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신기하게도 회복의 가망이 없다던 진원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회복되었고, 흔들리는 이와 가느다란 모발에도 힘이 붙어 전성기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버렸다. 종남파에만 비전되는 버프가 늙은이의 온몸을 치달려준 덕분이었으나, 전풍개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지금 그가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는 초식은 해저발침으로, 전흠이 심심하면 사용하는 수법이었다. 자기가 가르쳤는데 어느새 자기보다 고수가 되어버린 손자를 보며 어찌나 질투가 나던지 전풍개는 이를 악물며 수련하고 있었다.


 "이렇게 했었지, 아마?"


 전풍개는 남해삼십육검의 해저발침에 성라검법의 비폭성류를 연계하여 검을 뻗어냈다. 하나 이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저으며 다시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아니야. 이거보다 훨씬 더 매끄럽고 날카로웠던 것 같은데...... 분명히 내가 가르친 동작인데, 왜 나는 흠아와 같은 멋있는 자세가 안 나오는 거지?"


 전풍개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신의 검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만하면 괜찮은 자세입니다."


 전풍개가 돌아보니 뜻밖에도 소지산이 뒷짐을 진 채 자신을 바라보고 서 있는게 아닌가? 전풍개는 종남의 2인자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종남파는 흑도, 과거를 묻지 않고 힘을 숭상하는 바, 전풍개는 소지산의 앞에서 허리를 펼 수 없다.


 "지산.. 아니 장문대리."


 "그래, 요즘 들어 수련에 열중하고 계시다더니 이제는 제법 자세가 갖춰지기 시작하는군요."


 전풍개는 정말 모처럼 소지산에게 칭찬을 받자 마음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서러운 생각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직 멀었다. 그런데 내 자세가 괜찮은 것이냐?"


 "사숙조의 자질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흠아의 소식을 전해듣던 것에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무슨 소식 말입니까?"


 "흠아가 남궁세가에서 강호삼정랑 중 하나인 다정검 남궁선을 꺾었다고 하는데, 내가 가르친 검법으로 그런 성취를 얻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구나. 어찌 흉내라도 내보려고 며칠째 연습했지만 영 검초를 이어갈 수 없어서 고민중이다."


 소지산의 눈에 엄격한 빛이 떠올랐다.


 "사숙조께서 감히 전흠급의 조연을 질투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연습하면 좀 나아질 것 같아서?"


 그제야 소지산의 성깔을 떠올린 전풍개의 안색이 노랗게 변했다. 장문대리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면 곱게 죽을 수 없다. 그는 노년에 피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게... 나도 왕년에 종남삼검이었고... 흠아의 검도 내가 가르친 건데... 이상하게도 나는 안 늘고 흠아는 쭉쭉 성장하는 것 같아서..."


 전풍개가 어쩔 줄을 몰라 횡설수설하자 소지산이 의외인 듯 반문했다.


 "사숙조께서 종남삼검이라 불리셨단 말입니까?"


 "그렇다, 웃기겠지만..."


 "어디 한번 검을 펼쳐 보시지요."


 소지산의 말에 전풍개는 움찔하다가 포기한 듯 이를 악물고 성라검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내 평생 연마한 검법이다. 내 인생을 담았고 수십년의 고뇌와 단련을 담아낸 검이다."


 소지산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 차례 심호흡을 한 전풍개는 이내 남해삼십육검과 성라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평소와는 달리 필사적인 표정으로 한 초식 한 초식을 시전하는 시전하는 전풍개의 모습에 얼핏 소지산의 입가에 살짝 조소가 그려졌다. 수십년 전부터 줄곧 쌓아온 전풍개의 검법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얼치기 무인같은 냄새가 나는 것이다.


 전풍개는 남해삼십육검과 성라검법을 연달아 펼친 후에, 자신이 고민중인 검법의 연계를 풀어내었다. 조용한 연무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떨쳐내는 전풍개와 뒷짐을 진 채 묵묵히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소지산의 모습은 몹시 대조적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서러운 광경이기도 했다.


 전풍개는 정말 열심히 초식 하나하나를 정성을 다해 펼쳤다. 처음에는 사손 앞이라서 수치심도 있었으나, 일단 초식을 펼치게 되자 떠오르는 인생의 무상함과 노년의 울분에 빠져 옆에 사람이 있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이미 해저발침과 비폭성류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엉거주춤하게 검을 거두어들인 전풍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더냐?"


 소지산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사숙조는 가망이 없습니다."


 전풍개의 눈꼬리가 물기에 젖어 푸들거렸다. 하나 그는 이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냐? 나는 평생 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안될 놈은 안됩니다."


 "뭐라?"


 "사숙조의 재능으로 전흠이 펼치는 검법을 흉내라도 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전풍개의 얼굴이 슬픔으로 물들었다.


 "역시 그런 것이냐? 나 같은 놈은 너희들의 발끝에도 따라갈 수 없는 것이냐?"


 소지산은 시무룩해진 전풍개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가 조용한 음성을 내뱉었다.


 "사숙조는 서예를 배우신 적이 있습니까?"


 뜻밖의 물음에 전풍개는 약간 어리둥절해졌으나 이내 대답했다.


 "그래. 해남도에 있을때 검의 수양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는 모든 짓을 다 해보았다."


 "그렇다면 이해하기 쉽겠군요. 서예로 말하면 장문인은 한 일, 두 이, 석 삼과 같은 필수적인 글자입니다. 저는 하늘 천, 따 지와 같이 자주 사용하는 글자입니다. 전흠은 개 견, 소 우와 같은 글자입니다. 그에 비하면 사숙조는 평생 사용할까 말까 의심되는 괴이하고 쓸모없는 글자입니다. 어떤 서예가라도 중요한 글씨를 수천 수만번 연습했을 것입니다. 말 많을 절 같은 글자와 개 견(犬) 같은 글자가 동일한 취급을 받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전풍개는 멍하니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내가 생각이 모자랐구나."


 "사숙조는 태생적인 벽을 마주했습니다. 계속 지금처럼 정진한다 해도 평생 전흠의 성취에 도달할 수 없으니 포기하심이 옳습니다."


 "명심하겠네, 장문대리."


 "그러십시오."


 소지산은 허리를 숙인 전풍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전풍개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 소지산의 손이 닿은 어깨 부분에서 따뜻한 열기가 전해져 눈으로 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분강개한 전풍개는 고개를 번쩍 쳐들고 소지산을 올려보았다.


 "연무장으로 나를 찾아온 것을 보니 전할 말이 있나 보구나. 내게 할 말이 무엇이냐?"


 "사형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대전으로 가십시다."


 "장문인이?"







 진산월은 파리한 안색으로 좌중을 돌아보았다. 부러진 이빨을 재생하는 능력자 낙일방과 무쌍류의 전승자 동중산, 동네 조폭 노해광 등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으나 임영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떠났다. 육난음의 암기에 진산월의 단전이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구궁보로 돌아가버렸다.


 "깝치는 게 아니었는데..."


 스파링하다가 재기불능의 부상을 입은 진산월은 침침해지는 시선을 움직였다. 천정을 바라보는 진산월의 눈매에 흐릿한 눈물이 맺혔다.


 "소응아.. 너만은 꼭 군림천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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