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녁 산기슭 위로 태양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 빛에 반사된 듯 공심의 눈가가 반짝였다.
"그리고 나는...”
그는 백운 도장을 향해 누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나야말로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음을 너, 어린 도우는 몰랐을 거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법상 선사 이하 소림승려들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말했다.
"선지식들 중에는 세월이 그 목숨을 앗아갈 시기를 미리 알알았던 분들도 있었다고 하지. 난 항상 그게 의심스러웠더랬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어떻게 평소처럼 먹고 자고 똥 싸다가 산책가득 갑자기 열반에 들 수가 있지? 다 허풍이러나 거짓말 아닐까?”
그는 다시 한 번 소리 내어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상황이 되고 보니 이제 알겠다. 그건 조금의 과장도 없는 진실이었다는 걸 말이다.”
갑자기그의 정수리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백운 도장이 흠칫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삼매진화?”
공심의 정수리에서 피어오른 파란 불꽃은 곧 그의 온몸을 감싸고 퍼지더니 일 장 이내로는 접근할 수도 없을 정도로 뜨겁게 타올랐다. 그 불꽃 안에서 공심이 염불하듯 말했다."원래 내 수명은 지금 이순간 끝나게 되어 있거니와, 이는 하늘의 뜻이며 동시에내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는 이제 중의 껍질을 벗고 맑은 하늘로 오르노라! 아하하하하하!”
긴 웃음소리가 새벽하늘에 울려 퍼졌다.
공령이 외쳤다.
"아우야! 공심아”
그는 몸을 일으키다가 쓰러졌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기어서 공심에게 다가갔다. 내버려 두었다면 공심을 태우는 볼길에 횝싸여 같이 타오를 판이었다. 누가 시키조도 않았는데 승려들이 달려들어 공령을 뜯어 말렸다. 공령은 끝내 피를 토하고 혼절해 쓰러지고 말았다.
인간 장벽이 되어 앉아 있던 학승들이 일제히 염불을 외웠다.

옴 살바 못자모치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 못자모치 사다야 사바바.
옴 살바 못자모치....

곧 소림의 노장,소장파 승려들이 모두 입을모아 염불을 외웠다. 소림사 경나는 장엄한 염불 속에 새벽을 맞이했다.
불은 아침이 되어서야 꺼졌다. 그 자리 공심은 숯이 되어 있으면서도 평상시의 모습은 온전히 남아 있는 가부좌 튼 등신불로 남아 있었다. 제 아무리 도력이 높은 선승도 이럴 땐 괴로운 표정을 남기게 마련인데 신기하게도 공심의 등신불은 입꼬리에 머급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이후 이야기 마음 따뜻해지더라
책 덮고 드는 생각이 마음 따뜻해지는 책이구나 하고 생각했었지...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