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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결자해지 (3)모바일에서 작성

13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2.16 17:04:14
조회 2268 추천 20 댓글 13


"크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 검단현의 칼은 눈부시게 밀밀한 검막을 만들어냈다. 검극이 노리는 목표는 오로지 소지산의 목젖. 살을 주고 뼈를 치는 것조차 아닌, 뼈를 주고 뼈를 치는 생사를 되외시한 공격일변도의 수법이었다. '사마외도의 악독한 무공이라해도 시전자의 생명을 조금도 고려치않는 수법은 드문것인데, 철혈심수의 수법은 그보다도 흉측하구나'. 비무를 관전하던 고소명의 얼굴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깃들었다.  오직 신체의 요혈만을 노리고 아교처럼 달라붙는 이러한  검법을 그는 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에 맞서는 소지산의 기도는 시종담담했으며 신중한 것이었다. 소지산은 검단현이 펼쳐낸 끈끈한 검세속을 쭉쭉 그어대며 아무렇지도 않게 파고들었다. 헐떡이는 숨소리까지 들릴만큼 둘의 몸이 가까워진 순간!
츠펏.
가슴한 구석이 서늘해지는 소리가. 피와 살로된 인간의 육질을 고깃근처럼 베어내는 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낙하구구검의 이 세번째 연환은 오늘의 치열한 비무에 나온 그 어느 수법보다 정밀하고 통렬한 것이었다.

"으아아아!"

검단현의 가슴이 수평으로 쩍 갈라지며 핏물이 폭죽처럼 터져나왔다. 검단현의 어깨가 갈가리  찢어지며 피와 시뻘건 육편이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소지산의 모가지는 허공의 한점을 멍하니 응시한체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는 체였다. 세번의 싸움으로 인한 내공의 소모, 마모된 집중력의 탓이었다. 검단현이 수백가지 변화에 교묘히 숨긴 단 하나의 실초를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슈콰악! 투웅, 퉁퉁...
소지산의 목이 불쾌한 소리를 내며 비무대 아래로 굴러떨어져 내렸다. 탁해진 두 눈과 벌려진 입이 허공을 더듬었다. 그리고 소지산, 아니 목을 잃은 소지산의 빈몸뚱아리는 현실을 믿지못하겠다는 듯 주춤거리다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버렸다.
검단현은 그만두지 않았다. 죽은 소지산을 두번이고 세번이고 죽일 수 있다 믿는 것 같았다. 목이 잘린 소지산의 시체를 깔고 앉더니 츠퍽 츠퍽 두번째, 세번째의 공격을 소지산의 몸뚱아리에 끊임없이 꽂아넣었다. 풀어헤쳐져 산발이 된 머리에 핏줄이 툭툭터져 불거진 눈의 기광이 광인을 연상케 했다.

"크하하하하!"

시시각각 다진 고기가 되어가는 소지산의 육신을 보고 노해광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소지산이 죽었다. 문파 제자의 시신이 무참히 유린당하고 있다.
노해광은 거센 노호성을 지르며 검단현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뜨거운 분노와 살의가 전신을 뒤덮었다.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야성이 그를 먹어치웠다.

"죽인다 이놈!"

천하삼십육검에서 가장 강맹한 초식은 천하무궁이다. 삼십년을 천하삼십육검을 수련해온 노해광이다. 이성이 분노로 마비된 이 와중에도 노해광의 검은 천하무궁의 정확한 투로를 따라 그리고 있엇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분노. 분노가 사람을 좀먹는가 하면 담금질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제자의 죽음과 분노라는 계기. 그 계기를 만나 일평생 이류의 검객으로 살아온 노해광은 이제껏 도달하지 못했던 지극히 새로운 단계의 천하삼십육검을 검면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 순간의 천하무궁은 그 누구도 부정치 못할 절정검객의 일초식이었다.
삼십년 세월이 응축된 가공할 경세의 빛줄기가 검단현의 목을 꿰뚫었다. 분명 꿰뚫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소지산의 시신을 깔고 앉은 검단현은 빛살 같은 속도로 드러누으며 수중의 검을 노해광의 복부에 찔러넣는 중이었다. 그 또한 절정의 검객. 그에게 있어 노해광이 도달한 새로운 경지는 그 또한 오래전 밟아 지나온 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푸시시시익.
피할틈이 있을리 없다. 검단현의 칼이 노해광의 배속을 무참히 파고들었다. 벼려낸 검극이 복부의 근육을 가르고, 폐를 지났다. 척추뼈를 깔끔히 양단내며 등뒤로 비죽 솟는다.
단 한합. 일합만에 목숨을 잃어버리게 된 노해광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있었다. 삶을 바랄 수 없는 치명상이라는 것을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충혈된 눈알이 툭 튀어나와 쏟아질듯 불거지고 이마께의 핏줄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벌려진 입술에선 시커먼 핏물이 꾸역꾸역 흘러내렸다.

"이, 이 죽일 놈...빌어먹..."

노해광이 뭐라 말을 하려 했으나 검단현에겐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손목에 힘을 주어 복부를 관통한 청강장검을 비틀어 수직으로 그어올렸다.
쩌어억....!
화산매화삼십육검의 창천만일. 그 화려한 초식이 바로 노해광의 몸을 관통한 채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피가 튀었다. 뼈가 튀었다. 털이 붙은 살점들이 튀었다.  노해광이, 한때 노해광이었을 고깃덩어리가 뭉텅이째 비무장위로 터져나갔다. 비무가 아닌 도살. 도살이 아닌 살육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노해광의 대장과 소장이 갈갈히 찢어지고 구린내나는 똥물이 핏물속으로 섞여들었다. 검단현은 파르르 몸을 떨더니 검신에 묻은 핏물을 혀로 핥으며 히쭉 웃는다.

"이럴 수가..."

중인들은 모골이 송연하였다. 어째서 용진산이 검단현을 두려워했는지 이제야 알것 같았다.
그 중에 눈이 밝은 자들은 피로 젖은 검단현의 바지춤이 유달리도 터질듯이 부풀어 올라 있음을 알아차렸다.
'살귀로구나. 살귀가 강림했어."
그 눈밝은 자들 사이에 전풍개가 있었다. 수십년 세월은 강호에서 굴러온 노강호 답게, 전풍개는 분노하기 이전에 침착히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비무의 상황은 참담한 것이었다. 화산 문인들은 일대제자와 장로에 이르기까지 구름떼 처럼 많은데 하동원과 응계성은 먼저의 싸움에 출전 하였고 세번째 네번째로 출전한 소지산과 노해광은 찢어진 고깃덩어리로 변해버린것이다. 이제 남은 주자는 전풍개 한명.

"종남파의 다섯번째 주자는 누구요. 얼른 나와서 싸우시오!"

화산의 제자들은 이미 일사분란히 검을 빼들고 전풍개의 뒤로 돌아 퇴로를 막고 있었다. 전풍개와 종남파 제자들은 화산파 제자들이 만들어낸 사람의 담장에 둥글게 둘러쌓였다.
단후진은 전풍개를 보더니 턱짓으로 검단현을 가리켰다. 싸우라는 뜻. 아직 다섯번째 주자가 남아있지 않느냐 하는 움직임이었다. 이미 서안비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엎지러진 물을 주워담느니 차라리 전풍개까지도 죽여버려 승리를 챙기려는 속셈임이 분명했다. 일단 승리한 뒤에 하동원과 불구자 응계성을 화산으로 데려간다면사제를 제 목숨처럼 여긴다는 신검무적이니 이후 교섭의 여지또한 없지는 않으리라.
검단현은 칼을 털어 핏물을 떨쳐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킬킬 웃는 검단현의 광기에 젖은 눈이 다음 사냥감, 전풍개를 향했다.

"방화!"

전풍개는 이를 악물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싸운다. 싸워야 한다. 그게 아니면...
전풍개의 출수는 빨랐다. 사부의 죽음에 정신을 잃고 히히히 실없는 웃음만 흘리고 있는 소년 방화의 등을 앞으로 퍽 밀쳤다. 졸지에 다섯번째 주자가 된 방화의 몸이 떠밀렸다. 검단현의 앞에 섰다. 제대로 싸웠어도 검단현에게 삼초를 버티지 못할 방화인데 혼을 빼놓은 그가 일초인들 버틸리가 없었다. 기다린듯 달려든 검단현의 칼끝에 조각조각 찢겨져내렸다. 일초에 오른팔이 날아가고 이초에 왼팔이 떨어져내렸다. 화산파제자들의 시선이 방화에게로 쏠린 그 순간!

"비켜라 이놈들!"

전풍개는 아귀처럼 달려드는 화산의 제자들을 밀쳐냈다. 그를 잡으려는 일대 제자의 팔을 크게  칼을 휘둘러 떨쳐내고  빛살처럼 신형을 튕겨 달아나고 있었다. 허연 수염이 질풍처럼 바람결에 휘날렸다.
'일이 이렇게 되면 본산도 안전할리가 없다. 해남으로 도망친다.'

"스승니이이임!"

하동원의 구슬픈 절규가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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