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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볶음밥썰 完

이정우과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0.05 11:32:46
조회 61124 추천 107 댓글 156

 

 

[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볶음밥썰 (1)

 

[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볶음밥썰 (2)


 

[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볶음밥썰 (3)


 

[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볶음밥썰 (4)


 

[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볶음밥썰 (5)


 

[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볶음밥썰 (6)


 

[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볶음밥썰 (7)


 

[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음밥썰 (8)



[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볶음밥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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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갤실화]아프니까 와우한다 2부-유학생녀 볶음밥썰 (10)-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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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티란데가 아즈샤라에게 큰 부상을 입을 때 말퓨리온도 아즈샤라의 목숨을 끊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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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터 데이비스의 세상의 종말(The End of The World)라는 노래가 생각났어.

It Ended When you said Good bye.... 가끔 노래방에서 불렀는데 와, 씨발.. 이제 그 노래의 의미를 알았어.


세상은 이렇게 다 끝나는구나..


혹시 다른 오해가 있는걸까..난 혹시나 해서 현선에게 전화를 걸었어.


- 현선이 너 나 좀 보자.

- 그래요...


현선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약속 장소로 나왔어. 여름이 성큼 다가와서 그런지

현선이의 반바지가 많이 짧아졌고 허옇게 드러낸 허벅지가 시원했어.


나는 다짜고짜 물었어.


- 너 사실대로 말해.

- 뭘요?


- 너 민경이한테 나와 관계 다 말했지?

- 누가 그래요?


- 야, 정현선! 너, 빨리 말 못해! 버럭..


이번에는 충혈된 내눈에서 광채가 빛났을거야.

현선이는 평소에 볼 수 없던 내 태도에 흠칫 놀라더니 대답했어.


- 내...내가 말한게 아니라서 술 자리에서 저랑 친한 2학년애가 말했어요.

- 뭐...뭐라고?


- 민경이 보고 언니가 알아두어야 할 것 있다고요.. 저는 진짜 말을 안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얘가 술이 너무 많이 취해서...

-너..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그럼 애초 걔한테 그런 말을 하지 말했어야지. 우리 관계가 자랑이냐!


난 주먹이 쥐어지고 몸이 부르르 떨렸어. 싸닥션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렀어.


-민경이가 나한테 묻더라구요. 현선아, 그래도 우린 친구였잖아. 사실대로 말해줄래? 제발 부탁이야...

아주 애원을 하는데..내가 어떻게 거짓말을 해요. 전 거짓말 못해요.


- 그..그래서..?


씨발...아까부터 난 아프리카 추장이 비행기타다가 알라스카에 추락한 것처럼 계속 몸이 떨렸어. 


- 첨엔 민경이도 내가 말을 했는데 안믿었어요. 그래서 내가 알려줬죠.

- 뭘?


- 오빠네 원룸 비번이요.  정민경, 너 착각하지마, 정우오빠네 비번 xxxx 맞지? 거긴 전에 내가 내 집처럼 다니던 곳이야. 

넌 내가 부부처럼 살다가 차버린 남자 사귀는거라고. 주재원 오빠랑 결혼한다고 너무 잘난체 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새파랗게 질려서 막 울던데요. 울면서 뛰쳐나갔어요.


아뿔싸...민경이한테는 우리집 원룸 비번 중국에서 아는 사람 너 밖에 없다고 했는데...

현선이 이 계집애..이걸 이렇게 악용하다니..


가끔 신문 사회면에서 보면 나오는 우발적인 사건, 사고을 이해할 것 같았어. 난 현선이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이 나더라.

너와도 정들었는데...돈도 빌려주고..너 동생처럼 안쓰러워 했는데.. 이 배신자 일리단아.. 아니, 아즈사랴 같은 년.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어. 격동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그런 내 주먹 위로 가만히 현선이의 부드러운 손이 올라왔어.

현선이가 나직히 말했어.


- 오빠, 어차피 민경이 이제 안돌아와요. 오빠, 저랑 다시 시작해요...저 잘할게요. 바람 안피우고....

제가 오빠 좋아하는 거 몰랐어요?


손 치워!


허언증환자에.. 돈도 없고...갈 데도 없는..하층민 걸레같은 년이 어디서...


일리단..아니 정현선..두 번 다시 우리 나 만나는 일 없도록 하자..


뒤에서 현선이의 목소리가 들렸어.


오빠, 전화 기다릴게요


햐...끝까지 반성 못하는 더러운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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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선이는 끝까지 날 유혹하려고 하더라 ##


다음날 회사에서 출근하니 박과장이 나를 불렀어. 박과장은 한국 출장 다녀왔거든.


맞다, 이주임, 너 나좀 보자..

네?


흡연실로 날 불러내더니 갑자기 코브라 드롭인가?  그걸로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어.


-아이..아파요. 왜 그러세요..

- 너 임마 키크고 말쑥하다고..이여자 저여자 울리고 다니는거 아냐?


- 아, 갑자기 무슨말씀이세요...


박과장이 조르던 목을 풀고 말했어.


- 네 애인 정민경씨, 어제 한국갔다 오는데 공항입구에서 만났다. 펑펑 울더라....

- 네?


-아주 옆에서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울더라. 내가 무슨 일이에요? 그랬더니 

말도 안하고 고개 숙이고 그냥 가더라. 딱 직감이 오더라. 야, 이주임, 너 임마 한국에서도 그러더니 

왜 자꾸 여자 울려..너 때문이지?

- 그..그게...


- 내가 주제 넘게 이런 말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여기 사정 좀 안다. 중국 유학생 치고 

그런 반듯한 친구 드물더라. 착하고 부지런하고...얌마, 다른 여자 눈 들어오더라도 웬만하면 그냥 정붙이고 살아라.

더 이쁜 여자 땡기면 차라리 나랑 KTV 가던지.. 나봐라..나처럼 나이 40 넘도록 장가 못가는 주갤럼 같은 사람도 있는데....


아...씨발..민경이는 배신감에 얼마나 슬펐을까..나도 눈물이 핑돌았어. 하루 종일 일이 손이 잡히지 않았다.


민경이와 이별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루 아침에 그렇게 민경이가 떠날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어.

모든 게 꿈만 같았어.


그 뒤 근 한 달을 텅빈 머리로 보냈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어.


한국에서 국제전화가 왔어. 혹시나 하고 받았는데 형표였어. 나는 모른척 하고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만 했다.

형표는 미국으로 유학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


- 저, 그런데 형...혹시 민경이랑 무슨 일있나요?


난 가슴이 철렁했다.


-아니, 그냥 뭐....왜?


- 아, 전에 서울에서 우리 몇명 모임 가졌거든요. 민경이도 나왔어요. 그런데 술 많이 안마시는 애가

그날 술도 많이 마시고..나중에 울더라구요...

- 우..울어?


- 네, 근데 말은 안하는데...나 없을 때 다른 애 한테는 형 보고 싶다고 했다는 것 같아요.

- 그..그래?


- 형, 민경이 자존심 강하잖아요. 형 마니 보고 싶어하는 것 같던데....형 웬만하면 싸우지마시고 잘 해봐요.

민경이 요즘애 같지 않게 착한 애인거...형이 더 잘 아시잖아요.


착한 형표...난 네 여친 현선이와 너 몰래 섹스까지 나눴는데... 넌 날 그렇게도 생각해주는구나..

근데 형표야 오해야. 너한테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전화를 끊고 난 광광우럭따.


민경아... 보고 싶으면 돌아와. 그렇게 울지말고..돌아와. 나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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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퓨리온과 일리단 형제가 사랑했던 여사제 티란데 ##


그런데..그런데....

민경이는 끝내 연락이 없었어. 난 박과장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여름 휴가를 미리내서 한국에 다녀오기로 했어.


아무래도 내가 민경이를 찾아야 할 것 같았어. 주소는 몰라도 형표는 전번을 알고 있으니까.

비행기까지 다 예약하고 저녁에 누워서 자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거야.


우리 아버지는 평생 바람피셨고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았어. 

아버지는 술드시고 들어와 나무라는 어머니를 말 그대로 개패듯 패셨어.


아버지가 너무 때려서 어머니가 기절한 적도 있었고..한번은 초등학교 때 내가 달려들고 발악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주먹으로 나 때리는 것을... 어머니가 몸을 날려 대신 맞은 적도 있었어. 어머니는 그때  목디스크로 두고 두고 고생하셨어.


어머니는 당신은 그렇게 마구 맞으셔도... 내가 조금이라도 맞는 것을 못참아했어.


바람만 안피워도 좋은데..니 아빠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어머니는 가끔 그런 말씀 하셨어. 대부분 어머니의 폭력은 아버지의 여자 문제였거든.

어머니가 따지며 달려들 때마다 아버지는 폭력을 행사했어..


그래도 어머니는 아버지를 평생 위하셨어. 술 드시고 일어나시면 해장국 끓여주셨고... 때론 보약도 달여드렸어.


어머니는 넌 커서 여자 만나면 절대 바람 피우지 말아라...라고 늘 말씀하셨어.


난 어릴 때 바람의 의미를 잘 몰랐어.


알았어. 엄마. 난 절대 그런거 안할거야..절대...


엄마에게 평생 상처를 주었던 그 바람.. 난 절대로 커서도 안그러리라고 두고두고 다짐했어.

어머지는 아버지의 바람으로 영혼의 내상을 입었어.  


처녀때 감기 한번 앓은 적 없다던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것은 난 다 아버지 탓이라고 생각해.


아버지는 사업해서 돈은 좀 만지셨는데...이혼도 안한 상태에서 세번째 부인한테 사기당해서 전 재산 다 날려먹었어.

나 고등학교 때 어머니 병원비 없어서... 이모들이 돈을 걷어서 간신히 치료비 댔거든.

그때 피눈물을 흘렸어.


엄마가 절대 바람은 피우지 말라고 하셨는데...

나도 알게 모르게... 내 몸에는 아버지의 바람끼, 그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었던거야.


어머니는 아버지가 바람만 안피우면.... 생활비 안갖다줘도..술 마시고 때려도 좋다고 했어.

그랬는데..그랬는데...


민경이가 입은 것 역시 영혼의 상처겠지...


영혼의 상처라는게...과연 내가 찾아가서 빈다고 바로 해결될까.....아냐, 차라리 기다리자. 

내가 먼저 대가를 치러야지.


내가 민경이 사랑하듯... 민경이도 날 사랑하니까... 민경이 마음 가라 앉으면 돌아올거야.  내가 가서 들쑤시지 말자.

여자와 모닥불은 들쑤시는게 아니야...난 다음날 비행기표를 캔슬했어.


와우에선 연인 티란데가 아즈샤라에게 큰 부상을 입혔을 때 말퓨리온은 아즈샤라의 목숨을 끊어놓겠다고 다짐했어.

나도 아즈샤라같은 현선에게 복수를 다짐했어.


요즘 반반한 새 남학생 사귀고 있다는데...그 남학생에게 현선이가 민국이 애를 뗀 얘기 하면 어떨까? 

현선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동안 복수를 상상하며 즐거워했어.


아픈 과거를 끄집어 내서 상대방에게 영혼의 치명상을 입히는 것....


김용의 소설 <천룡팔부>에 나오는 고수 모용복이 구사하는게 재간이 그런거지. 너의 수법을 너에게 펼친다..

그래, 정현선..너도 한번 당해봐라....


내가 이렇게 다짐했을 때...

그 때 돌아가신 어머니의 목소리, 아니 엄밀히 말하면 어머니를 사랑하는 내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어.


정우아, 꼭 그래야겠니?... 그렇게 복수해야겠니?...그럼 네가 진정 행복해질까?

엄마....


착한 아들 정우야, 복수를 복수로 갚는다고 달라지고 네가 행복해 질 순 없는거야..

엄마...


기다리렴...아가야, 참고 기다리렴...

엄마..명심할게요...


그래, 복수를 복수로 갚는다고 행복해질까. 그런다고 민경이가 돌아올까. 복수는 복수를 낳겠지. 난 법정스님은 아니지만 그 계획은 덮기로 했어.


야, 이주임, 너 휴가안가..


내가 회사에 나타난 것을 보고... 박과장도 다른 직원들도 의아해했어.


회사가 걱정 돼 차마 발이 안떨어져요..


난 내 삶을..내 청춘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점검하기로 했어. 숙소였던 한인촌 아파트를 반납하고..난 다시 칙칙한 회사 기숙사로 들어가기로 했어.


난 대학시절 등록금이 없어서 두 번이나 휴학했어. 학식 먹을 돈이 없어... 친구들이 시켜 먹고 간 볶음밥에 딸려 나오는 입 안댄  짬뽕국물 

남겨서 보관했다가 나중에 뎁혀서 밥말아 끼니 때우기도 했어


그렇게 학자금 대출하고 알바하면서 어렵게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어. 돌이켜보면 난 참 배가 불렀던 거야.

중국에서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총각 주재원으로 누리고 살면서 올챙이 적을 생각못했어.


전 법인장은 다행히 이사로 영전되어서 서울로 복귀했고... 덕분에 내 고과점수도 좋아서 나도 대리로 진급했어.

새 법인장은 내 말듣고 황당해 하면서도 좋아했어.


햐.. 남들은 다 한인촌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인데..뭐..이대리..니 하고 싶은 데로 해라..


내가 살던 중국 대도시 한인촌 어디를 가도 민경이의 체취가 느껴지지 않은 곳이 없었거든.


중국 대도시 교외 벤더업체들 사정이 다 비슷해. 인적이 드문 공장지역 동네와 칙칙한 기숙사...저녁이면 어둡고 시커멓고....


노동자들을 상대하는 아줌마같은 여자 나오는 싸구려 가라오케와 술집...가끔 딸도 쳐주고.. 떡도 쳐주는 24시간 안마점...


많은 회사 사람들이... 교민들과 어울리지 않고 돈을 모으겠다고 다짐해도... 몇달 못버티고 외로워서 다 한인촌으로 나와 

살았어. 나도 그랬으니까.


민경이가 언젠간 올 것 같았어. 그러면 민경이 올 때 까지 바르게 살고 있자.


민경이에게 이멜을 보냈어. 사랑한다고..나 너 기다리겠다고... 프로포즈할 반지도 다 사놨다고...

민경이는 몇번 읽더니 더 이상 내 멜을 확인하지 않은 것 같았어.


난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어. 전에 대용이 춘룡이 시켜서 겁준 거 보고... 많은 애들이 날 양아치로 오해하더라. 

중국쪽에서 생산관리 해본 사람이면 이해가 될거야. 중국애들은 너무 말을 안듣고 무개념이야.


매일 오후 5시에 공장 앞마당 물청소하라고 시키면 비 올때도 호스로 물뿌리는 애들이야.

스타일은 포악해져야돼. 다만 마인드는 따뜻해야 하겠지...


스타일은 사악하게 마인드는 따뜻하게..그게 내 모토였어.


군대 고참으로 생각하면 돼. 실제로 개패듯 패고...괴롭히는 악질고참이 있고..

한편으로는 입으로는 죽일 것 같이 굴지만  절대로 폭력 행사하지 않는 착한 고참있지? 내가 후자스타일이거든.


관리자 있고 없고가 일단  20% , 관리자가 막 뛰어다니고 독려하면 30% , 입에서 욕나오면 50%생산성에 

더 도달하는게 나오는게 중국 생산관리의  특징이야.

동종업체 사람 만나보면... 한국에선 온화했는데... 중국에선 입에 걸레물고 사는 사람많아.


사악한 애들은 사악하게 대하고 ..대용이처럼 달라붙는 애는 무섭게...춘룡이처럼 착한 애들은 따뜻하게 대해야지..


주말에도 난 회사 기숙사에서만 있었어. 처음에는 좀 견딜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도저히 답답하더라.  

민경이가 언젠가 오겠지...그럼 민경이가 기뻐하는 일이 뭘까.


아, 그러고보니 민경이는 어린아이들을 참 좋아했어. 난 인터넷을 뒤져서 교민 봉사카페를 찾았어.


이 카페의 활동이 한 달에 두 번 중국인 특수장애 아동 보육원에 가서 봉사하는거야.


안녕하세요! 이정우입니다.

반갑습니다. 훤칠하시네.


보통 나같은 총각 주재원이 술마시고 주말에 놀기 좋아하지... 이런 모임에 나오는 경운 거의 없다고 하더라.  

회원들 대부분 특수학과 학생들이나 선교사들도 있고..교회계통 사람들이 많았어.


이 보육원은 아기도 있고 어린애도 있는데 장애가 있거나 기형아여서.. 태어나면서 부터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야. 


보통 1, 2, 3등급로 나뉘더라.  3등급은 그래도 세상살아갈 수 있는데....1등급은 대부분 식물인간이나 희귀질병으로 거의 죽는다고 하더라.

1등급은 특수교육관련 학생들이나 보살피지 난 돌보지도 못해.


난 매번 후원금을 내고....3급 애들 밥을 먹이고..보육원 청소, 빨래도 해주고 그랬어.


노랑머리 서양 사람들도 참 많더라. 그 사람들은 봉사가 그냥 생활의 일부 같았어.

금욜밤은 클럽에서 춤추고... 토욜날은 봉사하러 오고...참 이해할 수 없는 라이프 스타일이더라구.


내가 과거에 밤마다 술마시고 가라오케 다닐 때...한편으로는 이런 삶도 있다는게  신기했어.


가라오케 아가씨에게 가슴 주무르고 주는 300위안(5만원) 팁이면...두 어린이 한달 밥을 굶기지 않고 먹일 수 있었어.


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어. 민경이와 이별은 내 삶의 새로운 전기가 되었어. 민경이는 내 삶의 엘룬여신이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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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모임에서 희정이를 만나게 되었어. 사람의 운명이란..##


세상은 넓고 좁더라. 난 거기서 희정이를 만났어. 민국이와 현선이의 섹스를 목격했던 희정이.

희정이는 집도 잘 살고 형표, 민경이와 같은  종족으로 반듯한 애야. 그때 희경이는 학부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어.


와..우.. 오빠가 이런 봉사활동도 해요?

와우~ 너야말로 놀랍다.


교민사회가 좁긴 좁더라. 희정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활동했대. 너무 시끄러워서 배드민턴 모임은 일찌감치 탈퇴했다고 하더라. 

난 희정이 보란듯이 소처럼 우직하게 봉사했어.


한국에 잠깐 다녀가서 아버지를 만났어. 그 옛날 무섭던 아버지는 없었어. 이제는 쭈끌쭈글한 얼굴에 

이빨도 많이 빠지고... 늙고 힘든 초라한 아파트 경비원일 뿐이었어. 내 눈치를 보며 물으시더라.


너 전에 말한 그  아가씨 안데리고 오니? 참 참하던데..


아버지, 저도 아버지한테 바람끼를 물려받았나봐요. 흑흑.. 난 속으로만 생각하고 아무대답도 안했어.


형표를 만났는데 형표도 민경이 소식을 모른다고 했어. 핸펀번호가 바뀌었대. 얼마후 형표는 미국으로 떠났어.


건강해야 돼, 형표야..

형..꼭 다시 만나요...


만남과 이별이 잦은 우리들의 청춘.. 민경아, 너 지금 어디쯤 가고 있니...


봉사모임에서 활동하다보니 주변에서 여자 소개시켜 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어.

내가 결혼 적령기고... 말쑥하고 ... 대기업 벤더로 직업이 안정되니 더 그랬던 것 같아.


- 아이고 총각, 왜 그러고 살아. 내가 아가씨 한명 소개시켜줄게..

- 아참...됐어요...


- 아니.. 왜?

- 저 애인있어요.


-에이..거짓말 없는 것 같은데...

- 잠깐 한국으로 귀국했어요. 일 정리되면 바로 올거에요.


봉사활동을 하다가... 회사에서 일하다가...난 습관적으로 민경이 비행기 타고 날아간 동쪽 하늘을 바라보곤 했어.


우리 회사는 공항과 가까웠어... 비행기 올 때 마다.....저 비행기가 아시아나일까....

저 비행기 안에 혹시 우리 민경이 타고 있을까. 그런 생각 뿐이었어.


같이 봉사활동하던 몇몇 특수학과 여학생들 중에 은근히 들이대는 친구도 있었고..

회사에선  예쁘장한 조선족 여직원이 내가 여친도 없는 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자청해서 오피스 와이프처럼 날 챙겨주기도 했어. 


그럴 때면 나도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어. 나도 참 외로웠거든. 

어떨 땐 꿀봇이 꽃돼지 유학생 은영이와도 연락하고 싶었어. 어디 현지채용으로 취직했다고 풍설에 들었거든.


그렇지만..그렇지만..우리 민경이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잖아.  

민경이 돌아오면 그 새를 못참고... 내가 다른 여자와 사귀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그건 안되는 거잖아....

현선이와 난잡한 사생활 때문에 충격받고 떠난 애인데...나는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어.


여자 생각나고 떡치고 싶을 때는 그저 값싼 중국산 두루마기 휴지를 이용했어.


그때 참 고맙게 생각한게 와우야. 난 와우를 하면서 그 세월을 기다리고 버텼어. 캐릭터들을 내 주변 인물들과 대입하기도 했어.


내가 영웅 말퓨리온이고.... 현선이가 일리단....민경이가 티란데일까? 

형표는 고독한 아서스...아니다. 아서스는 너무 개폼이야.

용맹한 스랄은 누굴까?  희정이는 제이나를 붙여주자.


춘룡이는 음.. 외모만으로는 굴단이 어울릴꺼야. 

확장팩은 언제나오지...와우 스토리가 끝나면.... 내 기다림도 끝날까. 어쩌면 내 삶은 판타지일까..


길드 오프에 나가지는 못했도 길드원들도 날 많이 위로해줬어. 아프니까 와우한다...

그렇구나..심심할때 했지만... 아플 때도 이렇게 와우하는구나...그래, 위로가 되는구나..


같이 봉사모임에 나갔던 희정이가 언제부턴가 날 관찰하고 말없이 지켜보는게 느껴졌어.


- 오빠, 다시 봤어요.

- 왜?


- 전 오빠 그냥 술 좋아하고.... 놀기만 좋아하는 것 같던데..

- 전엔 그랬지.... 그거 다 부질없는 없더라고.


- 오빠, 다들 오빠 칭찬 많이해요.

- 한 게 뭐 있다고...너도 사람들이 칭찬 많이 해.


희정이를 보면 참 열심히 사는 청춘이라고 생각했어. 아버지가 큰 회사 중국법인장에다  집안도 빵빵한 노블리스인데... 

이렇게 봉사도 잘하는구나. 귀여운 용모에... 금수저 물고 태어난 애가 축복받은 청춘이네..

나도 이제 너같은 청춘을 살거야..


민경이 너무 보고 싶을 때....난 가끔 자전거 타고 교외를 달렸어. 이 길 막 달리다 보면...어쩌면 민경이 만날 수 있을까.

혹시 저 깉 끝 숲 속 뒤에 민경이가 나 기다리고 있을까.


요즘 서울에 자전거 도로 잘 정비한다던데.. 민경이는 한국에서도 자전거 잘 타고 있을까...

정민경, 너 진짜 안돌아올거야. 너 진짜 나한테 이러기야.. 으헝헝헝...


난 눈물 때문에 앞이 뿌옇게 보여서 대형 화물차와 충돌할 뻔 한적도 있었어. 길가에 자전거 넘어뜨려놓고 엉엉 울었어. 

외롭고 너무 힘들었어. 나도 이젠 견디기 힘들었어. 


민경이와 사랑 꼭 지키고 싶었는데....기다림에 지쳐갔고...서서히 임계점이 온 것 같았어.


어느덧 1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어.


어느날 주말 봉사활동 끝나고... 몇몇이서 저녁먹고 가볍게 맥주 한 잔 했어. 이 모임은 가볍게 술을 마셔도 절대 2차를 달리는 경운 없었어.

난 회사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하는데....갑자기 희정이가 쭈삣쭈삣 나를 불렀어.


희정이도 그때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고 싱글이었거든. 언제부턴가 희정이가 자꾸 내 생활 꼬치꼬치 묻고 내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


저기요, 오빠.....


돌이켜보면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모든게 정해진 운명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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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대륙..민경이와 자전거 타던 교외길 같다. ######


희정이가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어.


- 오빠, 잠깐 우리 얘기좀 해요.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요.

- 응? 뭥?


나는 조금 의아했어. 희정이와 같은 봉사 모임이라도 난 그전 배드민턴 동호회 시절부터

희정이와 특별히 친하지는 않았거든.

물론 희정이는 형표 계열이라서 다른 애들 보다는 조금 더 친숙한 면은 있었어.


- 오빠, 민경이요..


민경이... 민경이 얘기 나오니까 난 맥박부터 빨라지기 시작했지만..애써 태연한 척 물었어.


-으...응...

-오빠, 민경이 아직도 좋아해요?


아직도 좋아하냐고? 그건 진짜 우문이다. 난 민경이가 동쪽 하늘 저편으로 날아갈 때

그 때부터 시간이 멈췄어.  꽃은 시들어도 민경이를 지울 수 있겠니. 


난 그 때까지만 해도 얘가 또 자기 선배나 누구 아는 사람 소개시켜 주려나 보다 했어.


-희정아...


난 조용히 말했어.


- 네?

- 너도 사랑해봤지?


- 네...

- 그 사악한 일리단도 죽을 때까지 티란데에 대한 사랑만은 포기 못하더라. 민경이는 나한텐 잊고 싶다고 잊어지는 애가 아냐. 


맥주가 약간 들어간 탓인지..모임에서 유일하게 민경이를 아는 존재가 희정이라서 그런지..

난 괜히 센티해졌어.


- 아..

- 그런데 요즘은 많이 힘드네...오늘 고생했어. 다음 모임때 보자.


난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 했어.


-저, 오빠...

-응?


희정이는 자꾸 나한테 뭔가 할말이 있는 눈치였어.


저, 오빠..민경이 지금 여기 있어요..

뭐???


이..이게 무슨소리야. 민경이는 한국갔는데. 여..여기 있다니..내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어.


민경이 베이징에 다시 돌아온지 벌써 반 년도 넘었어요.

그..그래?


너무 떨려서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


희정아, 너 민경이 만났니..민경이 어디서 뭘해? 민경이 잘있니?


이미 내 목소리가 촉촉히 젖어있었어. 얼마나 기다렸는데...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우린 근처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어.


희정이는 우연히 민경이를 만났다고 했어. 민경이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와서 정부산하에 무슨 부품연구기관

베이징센터에 취업을 했대.

희정이는 대학원 일때문에 그 회사 들렀다가 알게되었다고 했어. 


참 좁은 교민사회.. 나도 그 회사 알아. 하필 우리 법인장 친구가 원장으로 있었고.. 전에 회사에서 주는 용역문제로 심부름 간적도 있어.

거긴 한국인 직원들에게 거의 중국인 박봉수준으로 급여를 주는 데였어. 그래서 유학생들 중에서도  생계적 직업보다는 특별히 스펙쌓거나

비자문제로 중국에 남아 있고 싶은 애들만 지원하는데여서 인기가 없었어. 취업비자 해결해줬거든.


희...희정아.

네...


- 오빠 민경이 만나게 해줄래? 내가 꼭 할 말이 있어.

- 정우오빠.. 민경이가 신신당부했어요. 얘기하지 말라고요.


- 알았어, 오빠가 비밀 꼭 지킬게.


- 오빠,그냥 말나온 김에 제가 그냥 다 말씀드릴게요.

- 뭘?


- 민경이요. 오빠 때문에 온 걸거에요.

-뭐?


저랑 두번 맥주 마신 적 있어요. 오빠 얘기 하고 싶은 눈치였어요. 오빠가 봉사모임에서 일한다는것 

알고 놀라더라구요. 오빠 옆에 있고 싶어서 일부러 베이징쪽으로 일자리 찾았대요. 그런데 아직 용서가 안된데요.

오빠 뭐 민경이에게 잘못한거 있죠?  오빠 만나면 더 화낼지도 몰라요. 뭔지 모르지만 싹싹 비세요.

제가 잘 얘기 했어요. 걔도 눈빛 보니까 오빠 어지간히 보고 싶어하나본데...


희정아, 정말 고맙다. 고마워..오빠가 이 은혜 잊지 않을거야..


나 희정이 손을 잡고 고마워했어.


난 다음 날 그 회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로 갔어. 인근 짝퉁 스타벅스에서 선글라스끼고 이제나 저제나 민경이가 퇴근하고

나오는 것을 지켜봤어. 아, 민경이 나오더라. 발랄한 차림에 더 예뻐지고... 건강해보이고..동료로 보이는 중국인여자들이랑 얘기하면서 나오더라.


거의 1년만이야. 서산으로 넘어가는 붉은 노을 가운데 잔잔히 걸어나오는데...근데...나 왜 그렇게 눈물이

나냐...씨발...손수건으로 입막고 어헝헝... 광광우럭따.


그동안 살았는지 죽었는도 몰랐는데... 희정이는 민경이가 아직 남친도 없다고 했어. 알아, .민경이 그럴 애 아냐. 

나 민경이 본 그 순간만큼은 진짜 여원이 없더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아. 민경이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어떻게 어색하지 않게 다가가야 하나.  내가 한참 오빠잖아. 희정에게 말해서 불러내는 것은 소심하고..

만나는 것 거부할 수 있겠지. 와우만렙답게 난 고민 끝에 정공법을 택했어. 그래서 직접 회사로 찾아가기로 했어.


회사 입구에서 내가 기웃거리니 웬 중국 여자가 나왔어. 


-니하오.(안녕하세요)

-니하오.(안녕하세요) 


- 칭 바 쩨이거 쯔 티아오 쑹 게이 쩡민징 (정민경씨에게 이 쪽지 좀 전해주세요.)


<퇴근 후 건물 옆 xx 카페에서 기다리겠음. -옛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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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만약에.. 만약에.. 민경이가 나 못받아들이겠다고 하면 나도 그냥 포기하려고 했어.

일리단처럼 뒤틀리기 싫었어. 사랑은 선택이지 강요가 아니잖아.


민경이가 두리번 거리더니 카페로 들어왔어. 민경이가 나를 알아보고 천천히 걸어오더니 내 앞에 앉았어. 같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것 조차도 꿈만 같았어.

우리 잠깐 말이 없었어. 나도 입이 안떼어지더라. 침묵을 깨고 민경이가 먼저 말을 걸었어.


- 오빠. 잘 지냈어요?

- 응...너도 잘 지냈지?


네...


난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어. 죄인이니까.


- 저..민경아...  내가 용서를 구하려고 말을 꺼내려고 하자 민경이가 말을 끊었어.

- 희정이한테 오빠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빠 참 달라졌다고..


-  달라지긴 뭐...

-  전 오빠가 예나 지금이나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 민경아...

- 그런데요. 오빠, 저 아직도 용서가 안돼요.  오빠, 미안해요.


꽥!


뭐야? 용서가 안된다고..그럼 아직까지 날 못받아들이겠다는 얘기네.

그럴거야. 그럴 수 있을거야.. 아니,나라도 그럴 것같아.. 바람은 영혼의 파괴행위니까.


그래도 1년을 너만 생각하고 기다렸는데..... 아직 부족한거니..그럼 또 언제까지 와우만하고 기다려야 하니...

난 또 말없이 고개를 숙였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지만 가까스로 참았어.


얼핏 민경이 보니 침착해보였어.


난 너 보니까 이렇게 눈물만 나올 것 같은데...얼마나 많은 날을 보고 싶어했는데..

민경이..넌 참 태연하구나....그래...이제 우리 사랑도 마무리가 지을 때가 되었나보네..

영영 못볼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얼굴 보게 된 것만 해도 어디야..


-그래, 민경아...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니...미안했다고..그 말 꼭 하고 싶었어..


민경이가 잠시 나를 말없이 쳐다봤어. 또 침묵의 10초....


-오빠 저 갈게요...


민경이가 일어섰어. 그리고 입구 쪽으로 걸어나갔어.

그 뒷모습이 참 아련했어. 이제 끝이구나..다 끝났구나...


가슴이 찢어져서 차마 뒷모습을 끝까지 볼 수 없었어. 그냥 눈물만 뚝뚝 떨어졌어.


춘룡이 불러낼까? 박과장님 나오라고 할까? 오늘 진짜 술먹고 천안문 광장에 드러누워 죽어버리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중에..


어, 또각또각 소리가 들였어. 샌들 소리..

그런데 고개숙인 내 앞에 흰 치마와 여름용 샌들이 보였어.  미...민경이였어..


-오빠..

-엉?


얘가 왜 돌아왔지? 난 얼떨떨했어.


- 나 왜 안잡아요?

- 뭐..뭐라고?


-나 왜 안잡냐고요....!?


민경이가 갑자기 와락 울음을 터뜨렸어. 어? 이게 뭐야..


- 나 잡아야지..바보야.. 사람 마음을 그렇게 몰라....으엉헝..

- 어...엉..내가 잡을게..자..이렇게 잡았어...


내가 다급하게 민경이 손을 잡았어.


-빨리 무릎 꿇고 빌어요..빨리요..나 맘변하기 전에..

- 어엉, 그래야지


내가 황급히 무릎을 꿇었어. 카페 안 중궈런들이 재밌다는 듯이 힐끔힐끔 쳐다봤어.


- 엉..내가 잘못했어. 이렇게 빌게. 아니... 나 원래 이렇게 빌라고 했어. 자, 봐봐..


-오빠, 빨리 일어나요..남자가 무릎 꿇으라고 했다고... 진짜 무릎 꿇면 어떡해...엉엉...

- 아..알았어.


난 다시몸을 일으켰어. 난 민경이의 돌변에 당황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엇어.


- 오빤 내가 왜 베이징에 다시 돌아왔는지 몰라요? 엉엉....

- 알아..아니 몰라......


- 오빠 너무 보고싶어서 왔단 말이에요....엉엉..이 바보야...

- 나...나도 보고 싶었어..


그 때 진짜 지난 1년간 참았던 설움이 막 북받치더라. 나도 눈물을 펑펑 쏟았어.


-희정이한테 얘기들었어.  오빠 참 바른 사람이라고..참 열심히 산다고...그리고 나 잊지 않았다고..

다른 여자 소개해줘도 다 뿌리친다고..그래서 내가 얼마나 고마웠는데.. 엉엉..

- 그..그랬어..


- 오빠..이제 그러지마세요..다시는 그러지마세요..엉엉

- 엉...다 실수야..실수...


중궈런들이 자기들끼리 한궈런 어쩌구하며 키득거리더라. 난 쪽팔려서 민경이 데리고 밖으로 나갔어.


와우 그래픽처럼 노을이 저무는 풍경이 너무 좋아서 빌딩 숲 거딜다가 잠시 어느 건물 벤치에 앉았어.

갑자기 민경이가 빚쟁이 같은 표정이 되어 말했어.


- 오빠, 줘요.

- 뭘?


- 그거요...

- 그게 뭔데?


-반지줘요..나한테 프로프즈 한다고 했잖아요? 준비한다고 했잖아.


그래, 반지..나  반지 항상 가방에 넣고 성물처럼 보관하고 다녔어. 너 오면 주려고..

난 반지를 민경이에게 건넸어.


-아,  진짜 오빤..

-왜...왜?


- 그냥 주면 어떡해요...끼워줘야죠.


아, 시발..진짜 민경이 너.. 

반지 끼워주는데 민경이도 눈물 주르르 흘리더라. 내가 민경이 안고 토닥이며 눈물 닦아줬어. 

그때부터 민경이 진짜 내 품에 안겨서 한 10분간 서럽게 울더라. 난 그냥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 힘껏 끌어안는 수 밖에..


- 오빠, 주말에 뭐해요?


민경이가 울먹이면서 말했어.

- 으응..이번 주는 모임 쉰다고 해서 약속은 없어. 일욜날은 출근해야하고....


-우리 자전거 타러 가요.

-응?


- 나 오빠랑 같이 자건거 안타니까 너무 심심하더라...

- 응...그..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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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렇게 여름이 오는 아름다운 베이징 교외를 자전거 타고 달렸어.... 얼마 후 한국에서 결혼식 올렸고

둘다 바빠서 신혼여행은 중국으로 돌아와서 명승지 기차여행을 두루두루  갔어.

아버지는 민경이 손잡고 그냥 눈물 뚝뚝 흘리시더라. 못말리는 양반. 그렇게 가족이 소중하면 젊은 날 진작 잘하시지.


아참, 그리고 이 얘기는 꼭 덧붙여야겠다. 희정이에게 우리 커플이 밥을 산 적 있었어. 희정이가 민경이 없는 틈을 타서 나한테 슬쩍 얘기해줬어.


-오빠, 그거 알아요?

-뭐?


-저, 그날 본 적 없어요.

-뭐??


-그날 현선이랑 민국오빠 섹스 안했어요. 그냥 둘이서 술이취해서 끌어안고 엎어져 있었어요.

-헐, 그..근데 왜 그렇게 얘길 했어?


-전 둘이서 원래 그렇고 그런 사인거 알고 있었어요. 지레 겁먹은거죠. 기억을 못하거나...

저 원래 형표 오빠 좋아했잖아요. 그래서 지른거죠. 


희..희정아...


아...디시형들이 말하는 그 유명한 보적보..무섭더라..결과적으로 희정이 때문에 우린 헤어지고..희정이 때문에 다시 만난 건가. 얘, 참 알 수 없는 애네.

인간사 청춘에는 별 일이 다 있는 것 같아.


그 이쁘던 현선이는 끝내 내 돈 안갚고 사라졌어. 클럽에서 서양남자 만나 결혼해서 스페인으로 갔다는 얘기 들었어.

그럴 수 있어. 클럽에서 서양사람들과 친하려고 일부러 영어 배웠던 애니까. 

형표와 결혼해서 서양으로 가고 싶어했는데 결국 꿈을 이룬거네..


희정이도 아버지가 유럽지점장으로 발령나서 떠났어. 의외로 그 회사에서 유럽은 주재원 법인장의 무덤이라고 하더라.

인상깊고 잊을 수 없는 친구야. 형표도 연락이 끊겼지...은영이는 월급 6천위안(90만원)받은 현지 작은 회사에 들어가서

중국에 남았다고 하더라. 다들 언젠가 만날 날이 있을까.


민경이는 나 임기 끝날 때쯤 회사 그만두고 같이 한국으로 돌아왔어. 중국어 유창한 민경이는 공부 계속 하고 싶다고 하는데

워낙 없는 살림에 연년생 딸만 둘 키우느라 쉽지 않더라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노총각 박과장은 우리 회사 조선족 직원이랑  결혼했는데 한국으로 귀임명령 나니까 바로 사표쓰고 부인과 장사해.

중국 주재원들 중에는 귀임명령 나면 사표쓰는 케이스 많아. 주재원부인들이 시부모 모시기 싫어서 한국 안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중국생활의 익명성에 물든 사람도 많아. 박과장님은 중국이 자기 체질에 맞대.


내가 잠깐 겪었던 중국 유학생 사회는 일그러진 청춘들만 있었던 것만 아냐. 착하고 아름다운 청춘들이 더 많았어.

이상하게 중국대학 출신들은 한국에서도 동창회 같은 거 잘 안하는 것 같더라고.

그 때 만난 어린 친구들 다들 잘 살고 있나 모르겠어. 


지금도 중국에 남아 베이징 우다x나 싼x툰 거리에서 싸구려 양주를 마시며 중국에서의 희망과 절망을 노래할까.

아직도 중국 주재원을 동경과 시샘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고 술잔을 기울일까. 한중 수교이후 수많은 중국대학 출신자들이
한국사회에 쏟아져 나왔는데....내 주변 중견기업들 보면 중국 유학생 출신들이 존재자체가 없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지금은 한국에 살지만 와우 초창기 젊은 시절 중국에서의 생활이 꿈만 같아. 힘들 때면 가끔은 집사람 민경이랑 자전거 타고 베이징 교외 달리던 

시절 그 봄길이 눈에 어른거려. 와우 확장팩 거듭하듯 어쩌면 내가 걸어온 길이 조금은 긴 꿈 같아.


요즘은 사내에도 중국통이 많지만...언젠가 다시 중국으로 나갈 기회가 있겠지. 그때 집사람 민경이 대학원 꼭 보내주고

자전거 함께 다시 타고 손도 꼭 잡으련다. (끝) 


..내일 일찍 출근해야 하니 노예처럼 썼어. 주갤럼들아 다들 바람피지말고 예쁜사랑하고 살자. (개추 좀 주는 센스)

출처: 주식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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