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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탔던 이야기(1~5-완)

TA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0.08 17:29:44
조회 39567 추천 179 댓글 131

- 배를탔던이야기(1)


편의상 반말쓰는걸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3주간의 노숙끝에 그간에도 참많은 일이 있었지만 차후 이야길 할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배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이야 얼마나 많은 종류의 일들이 있는지 잘알고,

다시그때로 돌아가더라도 굳이 배를 타지는 않겠지만 

참 바보같이 당시 나에게있어 배를 탄다는건 어느정도 드라마틱한 부분이있었던 모양이다

망해서 세상을 등지고 배를 타는게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듯한..사실 미친게 분명했다


그보다도 내가 뭘할수 있는지도 몰랐고, 정착을 해도 빚쟁이들의 추심이 두려워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싶었던 마음도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노숙을 해오던 서울역에서 벗어나, 서울대입구까지 꽤 오랜시간을 걸었다

틈틈히 세탁을 하고 추운밤에 개수대에서 냄비를 주워다가 씻곤해서 다행히도

행색이나 복장이 심하게 지저분하지 않았지만 노숙자 특유의 초췌함은 여전했다


서울대입구 역근처 헌혈의집에서 헌혈을 하고 뚜레쥬르상품권 5000원짜리 두개를 받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6000원에 떨이를 쳤다 솔직히 빵보다도 더급한게 담배였다


밥을 14일 굶었을때보다 더 절실하게 담배였고, 나중에는 다른사람의 손만 쳐다보게 된다

마치 파블로브의 개마냥 뭔가를 물고있으면 나도모르게 침이고이고..


 그래도 자존심떄문에 꽁초는 주워필수가 없어서

왜그렇게 담배가 피고싶은지..돈구걸보 안해본나에게 담배구걸은 요원한일이었고 결국 한주전에

공원에서 두까치가 들어있는 담배갑을 주워서 핀게 전부였다


남은 6000원으로 디스 두갑을 사서 앉은 자리에서 한갑을 피웠다

머리가 어지럽고 띵했다 몇대더피고 구역질이 올라와서 몇번 헛구역질을했지만

또 피웠다..그리고 벤치에 잠시 널부러져있다가 정신을 잃었다


일어나보니 30분쯤 지나있었고 사람들은 관심없이 지나갈뿐이었고 문득,

내 존재감이 무력하고 작아지는 기분에 화가나고 짜증이났다

담배를 너무 피워댄 탓있지 며칠굶었는데도 어지러울뿐 배는 고프지 않더라


남은 돈을가지고 지하철을 내려가서 그떄는 자동화되어있지않던 표검사기를 뛰어넘어서 무임승차했다

열심히 세탁을 했는데도 냄새가 나는지 주위에 사람들이 고개를 찡그리는것을 보고 왜미안한지 모르게 미안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던 나는 어디로 간걸까 자존감이 깍여내려간다

멀찍이 맨끝칸 멱에기대서 사람들에게 피해안주도록 하며 벽에기대 꾸벅꾸벅 졸았다


수원으로 내려가서 역앞에 가득차있는 허름한 직업소개소 한곳으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계단은 회칠빛이고 공기는 퀘퀘하다..계단을 빙둘러 3층 입구에서

그앞에 서있는 초췌한 한사람이 담배를 피고있었다


나이는 50세 중반쯤일까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사무소 안에들어가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워댄다

"저 알아보러 왔는데요"

그는 여전히 신경안쓴채 담배만 뻑뻑피웠고 곧 시간이 지나서 알게됬지만 그는 오랫동안

배를 탔던 늙은 선원이었다



- 배를탔던이야기(2)


발목까지 살이쪄보이는 직업소개소장은 담배를 한대 건네면서 많이 힘드냐고 물어봤다

건설현장이건 어디건 소개해줄만한데가 많이있다고..나는 그냥 배를 타게해달라고했다


젊은사람이 그런거 왜 할라하냐는둥 정말 괜찮겠냐는둥 별 진심도 없이 겉치레로 오가는 소리가 지났는데

아까 그 초췌한 아재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배탈수 있갔어?"

"해보려구요 힘은 좋습니다"

"그런거 필요없간디.."


앉은자리에서 담배를 미친듯이갑 피운 그 아재는 꽤 오래 근연해안에서 배를탄 베타랑선원이었는데

돈이 없어서 마이킹(선불)을 땡길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오래일한 선원들은 구하기 힘들고 이쪽일을 한사람들이 워낙막장이라 일하다가 도망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마이킹을 주고 잡아두는 경우도 많은 편이라했다. 나는 말없는 그 아재와 같이 배를 타러가기로 하고

퉁퉁한 소장은 어딘가로 연신 전화를 하더니 데리고 나가서 국밥을 먹였다


국밥...국밥한그릇이 그렇게 소중한건

아마 겪어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일일것이다..정말 행복했다

그 퉁퉁한 소장이 고맙고 인자했다..필라멘트라이트 한갑을 사주면서 받으라고 말하는게 너무 고마워서

연신 나는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고..지금이야 그개새끼가 날 얼마에 넘긴지는 알고 있지만 그당시에는

나에겐 구세주 같았다


근처 중고옷을 파는시장(?)그런곳으로 가서 두꺼운옷이 많이필요할거라며 가방두개와 작업복 세벌을 사서 넣어주었다

"거 담배 한보루씩 주기요 안그럼 안갈라니까"

무뚝뚝한 선원아저씨가 채근하고 소장은 웃으면서 담배한보루를 사왔다 필라멘트라이트

그러고보니 다들 필라멘트 라이트를 피더라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돈좀버는 선원들중엔 필라멘트를 피는 선원들이 많은데 물어보니까 가래가 안낀다는 말을 했다 나중일이지만..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차에서 깊은잠을 잤다 문득깨었을때 어딘가의 고속도로 였고

이후로도 드믄드믄깰때마다 어딘가로 달리고있었고 나는 계속 깨다 자다를 반복했다

차는 전라도 진도로 가고 있었다



- 배를탔던 이야기(3)


어둑어둑해질때쯤 진도들어가기전 어딘가의 번화가에서 내려서 식당에 들렀다


몇분쯤 기다리고 선주가 들어왔는데 걸쭉한 전라도말을쓰는 키큰 아재였다

그는 연신 날보고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하면서 술을 권했고

나는 술을 못마신다고 하면서 기를쓰고 고기를 주워먹었다


계약서를 1년으로 쓰고 반보합식 그러니까 기본급에 그해에 추가수당을 받는방식인데

보통 꽃게통발같이 매년마다 작황이 다른 배들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기본급여를 높게 받는 방법이 월급식이고 완전보합식처럼 로또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사실 서해안에서 가장 주력인 근연해안 상품은 꽃게인데

게라는게 풍년일때가있고 지독하게 가물때가있다

산란주기에따라서 달라진다고 하는데...풍작일때는 모두가 행복하던 시절도 있었다


술이 몇잔 들어간 아재가 나를 붙잡고 말수가 많아졌다


"니 딱 얼굴보니까 도망갈 얼굴은 아니네"


"그런거 보면 아세요?"


"도망가는애들이 겁나 많다 다들 못버티꼬"


"저 근성은 있습니다 힘도 있구요"


"배는 그런걸로 타는게 아니니까네"


"그럼 뭘로 타는데요?"


"도망가고 싶어서 타는기라"


그땐 그말이 무슨소리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조금 이해할수 있다

아마 스스로에게든 세상으로든..도망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자리를 파하고, 우리에게 모텔방을 잡아주었고 5만원정도를 찔러주었다

먹고싶은거있으면 사먹으라고 했는데 나는 받은돈을 잘접어 깔창안에 넣어두었다

돈은 너무 소중한거고, 허투로 쓸수 없다


담배를 피고 길거리를 걸어다니다가 쪽잠을 자고 다음날 항구로 출발했다

진도 목항.. 선장과 소장은 다른선원을 구하러 간다고 가버렸고

나는 며칠동안 배위에서 먹고 자고 라면을 끓여먹으며 지냈다


풍경은 낯설었고 나는 밧줄세아리는법 꽃게용 통발을 손질하는법을 배웠고

2000개 남짓넘어가는 통발들의 망을 수리하고 고리들을 점검했다


참 재밌는건 대개의 사람들이 뱃멀미로 고생을 하곤하는데

나는 정말 신기하게 뱃멀미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배위에서 라면을 끓이고 밥을 지었고 음식물쓰레기는

다른배들과 마찬가지로 바닷가에버렸다

항구의 물은 정말 쓰레기장이나 진배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가끔 해경들이 지나갈떄마다 가슴이 쿵쾅거렸고

나는 죄지은것도없는데 추심자들이 나타날까봐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공포는 무지에서온다 낯선환경조차도 나에게는 너무 큰스트레스였다


선원아재는 별말이 없었다 우리는거의 하루에 한마디도 하지않은적도 있었다. 그냥

필요한걸 내가 알아서 가져다왔고 그는 말없이 나에게 이런저런것을 보여주고 가르쳤다

 


낮에는 꽃게를 잡는 통발을 수리하고 밤에는 배에서 잠을 잤다

선장은 일주일째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선장이름으로 가게에 가불로 담배를 사서 피고

곧 라면이 떨어지게 되어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음날 선장은 또한사람을 데려오고는 떠났다

그는 쓸데없는말이 많은 아재였는데 선원아재보다는 나이가적고 삐쩍마르고 왼쪽다리를 약간 절었다

정말 지독한 수다를 떠는데 대부분은 자기가 얼마나 잘나갔었는지 다방레지가 얼마나 이쁜지 

언제쯤 떡을 쳤는지에대한 쓸모없는 정보들이었고 특히 자기자랑이 극을 넘어섰다


나는 애초에 윗사람에게 대해 깍듯한것을 어릴때 복싱과 운동부를 거치면서 익혀왔기에 깍듯이대했는데

이사람이 삼일도 채되지않아 개인적인 심부름을 심각하게 시키기 시작했고 나는 어쩔수 없이 들어줄수밖에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사장은 돌아오지 않았고 숙소대용으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 들어갔는데 내 짐이 잔뜩 파헤쳐있었는데

두벌밖에없는 내 아끼는 사제(사회용)옷 중에 하나를 훔쳐 입은 그를 보았다


"제옷이니까 돌려주시죠"

"내 입고 다닐껀데 어쩔건데"


깐죽거리는 그를보다가 폭발한 나는 

그의멱살을 잡고 부둣가로 끌고나가서 귓방망이를 흠칫두들겨패었고 결국 나중에 다른배 선주가 와서 말렸다옷을 

벗긴다음 땅바닥에 내팽기친뒤 들어가서 짐을쌌다 밖에서는 경찰에 신고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 병신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경찰에끌려가는건가 하는 짜증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니 갈거가"


선원아재가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담배를 물고있었다


"걍 가려구요 저사람이랑 일 못하겠어요"

"니는 일 잘하니까 나랑 딴데로 가자 여긴 못쓰겟다"

평소말이없던 아재가 내짐을 하나 들어주었고 우리는 말없이 항구 외곽으로 걸어나갔다

우리가 나가는걸 지켜보던 병신아재는 암말도 못하고 씩씩거리고만 있었다


그는 남은 돈으로 택시를 불렀고 먼길을 달려 온택시를 타고 우리는 도망치듯 진도 목항을 빠져나가 

읍내에 도착했고 택시비는 오만원이 넘게 나왔다

아재는 돈이 모잘라서 당황했고 나는 깔창속에 숨겨둔 만원짜리 다섯장을 꺼내서 건냈다

그리고 남은돈으로 허름한 여인숙에서 라면 두개를 부셔먹었다


그래도 그래도

그날밤이 항구에서의 어떤날보다도 편했다

나는 여기서 뭘하고 있는걸까 하고 뒤척이다가 잠들었다



- 배를 탔던 이야기(4)


경험이 많던 선원아저씨는 자신이 알고있다는 다른 직업소개소장을 불렀고


그는 하루지낼돈을 우리에게 미리 보내주었다

하루뒤에 나타난 직업소개소장역시 퉁퉁한 인상이었는데

이사람은 우리를 태우고 인천부터 시작해서 서해를 따라 쭉내려갔다


듣기로는 예전에 배를 타던사람인데 만났던 사람들을 위주로 소개를 시켜주는 인맥사장이라했다

와이프라는 분도 함께 중간에 휴계소에서 밥을 먹었는데 유흥냄새가 나는 관상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다방레지로 만나서 살림을 차리게되었는데

지금도 다방레지를 하고 있다고 한다..세상참...마누라를..



마침 시즌이시작되서 일자리가 생각보다 안구해지고 그러는 와중에문제가 생겼다

이전의 선주와 소개소장이 우리에게 미친듯이 전화하다가 

계약서를 토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통첩한것이었다

그는 소개비 명목으로 200씩 총400을 넘겨받았고

그건 우리 월급에서 차감될것이라고 계약서에 적혀있었댄다


나는 내가 그래도 대학문턱이라도 밟아본 새끼라 똑똑할줄 알았는데 나도 똑같은 병신이라는걸 실감했다

그렇게 문서때문에 사기를 당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려서..차라리 살펴보기라도 할껄


한편으로는 그때 그런 조항이있는걸 내가 알아차렸어도 그자리에서 박차고 나갈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난 선택을 할수 있는것들이 없었다


돈의 본질은 선택이다

돈이 행복하게 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은 선택을 다양하고 가능하게한다

그리고 선택이 늘어나면 여유로워진다

돈이없으면 조급하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너무 조급했다



"너 왜 죽을상인데"

"걍 소송건다니까 좀그렇네요"

"놔둬라 어짜피 뱃놈치고 지 통장들고다니는놈있나 소송해도 못받아간다 니도 그거 불량이재"

"네..그래도 걍 기분이 그렇네요"



태안까지 내려왔을때 안성기를 닮은 어르신한분과 만났고

그는 우리둘을 힐끗보고서는 나만쓴다고했다

오래된 뱃놈은 다루기 어려워서 마침 부선장도 앞잡이도 있고해서 나만 데려간다고 했다


"자리잡히면 너 찾으러 올거다 넌내 동생이다"


아재 자신이 가지고있던 유일한 금붙이인 금반지를 빼서 내가방에 넣어주고 떠났다

나는 한동안 그의 빈자리를 실감하며 떠올리게했고 그반지는 지금에이르러서도 내 서랍속에 들어있다



태안의 바닷가에서 멀리떠나는 배가 아닌 매일 조업하는 선주님이셨고

집옆에 우리들의 숙소가 따로 있었다 배도 세척..나름 마음에서 잘나가는 분이시라고


나는 몰랐지만 조업 라이센스를 따는데도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한다

이른바 지역 유지쯤은 되는사람이었다.


선원은 총세명 나까지 네명 눈이 잘 안보여서 안경을 새로 맞췄다

선장은 나를 아버지라 부르라 했고...나는 참 많은 아버지가 생겨서 난감했다


몸집이크고 곰같이생긴 전라도 사람인 부선장과

대전에서 사업이 망해서 내려왔다는 앞잡이 형님

그리고 쉴때면 밤낮으로 리니지2를 하는 형님한분..

나는 도모장 혹은 화장이라고 불리는 포지션으로

밥을하거나 잔일을 거두는 막내포지션..


셋은 처음부터 나에게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가끔 담배너무 많이 피지 말라고 할뿐이었고

나중에 알고보니 도망가는 선원들이 많으니까 일정시간전에는 식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도 공감했다 첫 배에서 도망쳐 나온거니까...이유야 어쨋건 나도 도망자였다


나자신에게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여기서 잘하면 생각..긍정적이어야한다

상황이 아무리 악해도..긍정적이어야지 나는 싹싹하게 구려고 노력했고

누군가가 나를 부르기전에 미리 뭔가를 하려고 노력했다


배울건 너무나 많고 나는 항상 한손엔 커피와 다른손엔 밧줄끝을 들고 뛰어다니고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일주일째되던날 심한감기몸살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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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밥은 항상 선주님의 집에서 먹는데 나는 감기에 걸려서 거동이 불편한상태였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아나고가 잘 올라와버려서 하루에 두물씩 거의 10일간을 해서 나뿐만아니라 다른 베테랑 선원형님들도

지칠정도였다...이쪽일이 풍작이나면 무조건 떙겨야되는것이고 언제 가물지 모르기때문에


쉴틈없이 일을했고 나는 그들이 나에게 첫날이후 아무런 욕을 하지 않을정도로 일했다

첫날이후로는 아무도 욕을 하지않았다...그렇지만 너무 과부화한 탓인지 감기몸살에 걸렸다


열때문에 자다깨었는데

왠 젊은여자가 보여서 깜짝놀랐다 열때문에 헛것이 보이는줄알았다

머리에 수건을 몇번 뒤집더니 밥상을 놓고 나가는것 같았는데 당시에

나는 열이너무심해서 내가 제대로 본건지 조차도 의심스러웠다


나중에 리니지를 미친듯이하는 대준(가명)이형이 들어와서

막내 이자식아 니덕분에 내일은 안나갈거 같다 이러면서 싱글벙글 했다

아무래도 내가 아파버리니까 나은다음 다시 두물씩 보려는 계획인가보다 싶었고

나는 그런건 둘쨰치고 이미 정신이 왓다갔다하는상황이었다


"형..저 미쳤나봐여 막 헛것이보여요"


"새끼 좀 한다싶더니만 또 골골거리고 있어 임마 좀잘하드만..ㅋㅋ무리했냐"


"예 형님..저 갑자기 막 여자도 보이고 그래요..헛것이.."


"아 아까 밥놓고간거 선주님 딸이야 휴학하고 왔다더라"



헛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 배를탔던 이야기(5-완)

23살이라는 그녀는 선주의딸인데 서울 근처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방학때면 가끔 내려오는데 휴학을 했서 와있다고했다

근데 여자볼일이 없었던 당시나에게는 내나이또래의 여자아이만 봐도 설레는건 사실이었다



내자신의 처지를 잘아니까 뭐 할수있는건 없겠지만

그래도 보이는곳에 내또래의 여자애가있다는것만으로도 충분한 활력소였다



이틀만에 몸을 추스리고

그뒤에는 일년동안 조업마칠때까지 한차례도 아픈일이없었다

그때 심한 몸살은예방접종처럼 내 몸과 정신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한달이 넘어가던때 부선장이었던 형님이 항구에 하나있는 슈퍼로 나오라고 해서

나는 주섬주섬 담배를 챙겨서 나갔는데

소주 댓거리를 하나 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씨벌-새끼야 일찍일찍 안다니냐


처음엔 놀랐는데 저건 그냥 일상언어였다 곰처럼 생긴 부선장형님은 그냥 삼형님이라고 그러는데

별명이 웅삼이라고했다 뭔 관련이있는지는 모르지만 삼형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나를 불러놓고 댓거리를 거리 비울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단배 몇대를 태우고 잔이빌떄마다

소주를 따라드렸다


힘들어도 살아야된다니께 죽지는 말아야제

뜬금없이 그말을 하고 내머리를 한번 헤집고는 들어가셨고 나는 자리를 주섬주섬 치우고

따라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어쩌면 그건 일종에 통과의례였고 나를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는 의식같았다

그날이후로 나는 형들에게서 정식으로 일을 배울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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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내려온 형님은 충청도 사람으로 앞잡이일을 봤는데

성격이 원체느긋한데다가 자주 다리가 아파서 쉬었다 나는 걱정했지만

삼년째 저런식으로 농땡이치면서 일한다고 선주아부지와 삼이형은 마뜩치 않아했다


결국 선주와 대판싸우고 짐을싸서 올라갔고, 그날 떠나기전에 나를 들러서 찾아오라고했다

그와 다시만나게된건 굉장히 나중이야기지만, 그는 사실 집이 꽤 잘사는 사람이었는데

아직도 나는 그가 왜 굳이 배를 3년이나 탔는지를 이해를 못하고 있다 여러모로 이해할수 없었다



그의 포지션이 빈뒤로 동생하나가 더 들어왔고 나는 배안에서 입감과 앞잡이 둘다 볼수 있도록

꽤 많은것을 배울수 있었다 대전형님이 빠져나간까닭도 있지만 일을 배우는걸 죽어라 매달린탓도 있었다


선주의 딸과는 썸이 아닌 썸을 타기도 했고 읍내에서 몰래 만나는 일도 있었지만 이이야기와 어울리는 일은 아닌지라

별로 적지는 않겠다. 그녀는 지금 서울의 병원에서 간호사를 하는데 결혼한 후에도 연락이되는 사이다


어쨋거나 철이 시작되었고

그해는 꽤 괜찮은 드믄 풍년이었고 우리는 눈코뜰세없이 바빠졌다

그야말로 바다는 꽃게로 가득찬 깨밭이었고 선주와 부선장형은 매일 술을먹고 즐거웠다


나는 겨울이 되기전에 꽤 괜찮은 선원이 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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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놈들이 겨울에 할수 있는일은 대낚이나 긴겨울밤을 보내는 노름밖에 없다

특히나 한집건너 하나씩 생기는 하우스에게는 뱃놈들의 돈은 좋은 단백질원일뿐이다


우리숙소는 하우스로 바뀌었고 선주는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고했지만

우리들은 모두다 선주가 일부러 허락한것임을 알고있다

돈이 많은 뱃놈은 배를타지 않는다

내년에 또 배를 타려면 이들은 어딘가 돈을 써서 빈털털이가 되어야하고

대부분 그건..다방레지의 허벅지 비용이나 도박에 쓰는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도박장을 제공하는 선주의 마음씀씀이야 뻔한것이다

나는 눈치껏 재떨이를 갈고 뽀찌를 챙겨서 그걸로 버는돈도 쏠쏠했는데

운이 좋은날엔 하루에 20~30도 챙겨갈정도로 하우스는 인기가 있었다

사람은 눈치가 있어야한다


심지어는 해경들이 구경하러 올정도로..사실 여긴 그냥 모두가 식구인 마을 같은것이라

나갈때 일지를 쓰고 가끔 조사도 나오지만 결국 해경들역시 눈감아 주는 부분들이 많이있다


때문에...사실상 전과자나 심지어는 탈영한 군인들이 일하는 경우도 종종있고..

원래는 이들의 신고가 정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대개의 선주들은 지역유지고 마을촌이 작을수록 영향력이커서

이전에 일하고 갔던 다른 선원들의 신분증으로 대체하고


심지어 내경우에도 별다른 신고 없이 민증도 내지않고 배를 탈수가 있었다

그래서 뱃놈들중에는 무지막지한 미친놈들이 섞이는 경우가 생긴다

다그렇다는건아니지만 어촌마다 상황은 별반 다르진 않을것이다


뭐 아님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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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는 풍작이었고 정산금은 3천이 좀넘게 받았고 선주는 내년까지 탄다는 조건으로 800을 더 제시했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고 부선장인형도 같이 3년정도만 타고 목돈으로 자신이 전에하던 과일장사를 하자고 했다


솔직히 일년일하고 번 3천이라는 돈이 적은건 아니었지만 당시 내가 갚을돈은 1억을 훌쩍넘었기때문에..

고민이 많았다..이대로 갚는게 맞는것일까


많은것을 배웠고 나름 좋은사람들과 만났던 시간들..나는 생각해보겠다고 했고

선주는 겨울은 추우니까 봄되면 생각해보라고 했다



이듬해 봄..가끔 대낚을 나가다가 나는 인사를 드리고 홀연히 떠나왔다

선주는 언제든 연락하라고 나에게 50만원을 집어줬고

부선장인 형은 화가났는지 내가 가는모습도 배웅하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날정도로..기억이 난다

어쨋거나 아무리 힘든곳도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었고 내 인생에

1년이라는 시간을 남겼던 기억들..


하지만 지금에와서 다시타라고 하면 타고싶지는 않다

마치 군대와도 같은 경험이랄까..이겨내온과정이 너무 선명해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겠지만 내가 배를 타지않았으면 지금처럼

내 어려운 상황들을 다 극복해내지는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 삶의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시작도 안했지만...

3000을 들고 서울로 올라와서 다른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형님들 다들 잘 지내고 있으시죠?

저는 이제 사람구실 하면서 삽니다 다들 건강하시길




출처: 대출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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