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갤러 여러분 안녕하세요?

구형 아날로그 핸드폰의 전면 디스플레이를 활용하여 탁상용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기술적인 내용이 들어가있어 다소 지루하더라도 이런게 있구나 재밌게 봐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과거에 어머니가 쓰던 폰입니다.

Motorola MicroTac 2라고 써있군요.

버리려다 한번 부수어 보았습니다.

과거핸드폰 기준으로 흑백 LCD와 다르게 빨간색 문자가 뜹니다.

한번 활용해본다고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다가

전에 주갤에 올린 주식전광판과 제어방법(Agilent HDSP-2534)이 흡사하다는 것을 알았고

흥미를 잃어 그냥 쓰레기통에 투하했었지요...

그러다 몇주뒤 아버지 짐을 정리하다가 Motorola TAC5000 이라고 써진 제품을 발견했고

역시 뜯었습니다. 뜯기 전 사진을 안찍었네요.

(사진출처 구글검색, 해외사이트)

모토로라 TAC5000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다른 핸드폰과 다르게 이 제품은 전면 화면이 빨간 도트메트릭스인것이 특징이죠.

배터리 크기가 너무 커서 80년대 스타일인줄 알았는데 95년도에 국내에 출시된 핸드폰이라네요.

모토로라 TAC5000의 대기상태에서 소모전력...

구형폰들은 전기를 엄청 먹네요.

배터리가 통화시 1시간밖에 안갔다던데 이해가 됩니다.

아무튼 두 줄로 표시되는 제품이라 한번 활용해보고 싶었고 우선 분석을 위해

전원으로 추정되는 핀을 찾았고

위에서 찾은 핀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로직 아날라이저에 물립니다.

제가 매입한 오실로스코프는 로직아날라이저 기능이 있어 다소 편리하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핸드폰이 켜질 때 모토로라 LED창에 전송되는 초기화 신호들도 이런식으로 수집했습니다.

모토로라 TAC5000의 Keypad에서 임의의 숫자를 반복적으로 눌러 화면에 같은 숫자를 모두 채운 후 화면으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봅니다.

위 캡쳐화면은 각각 LED 위치(커서)를 설정하는 모습이고 잘 보면 0x40~0x46까지 증가하는걸 볼 수 있죠.

(7자리이므로 0~6, 0x40을 or연산해 보내면 위치 세팅됨)

일정 주기적으로 숫자 폰트데이터가 순차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여 LED패널을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전체 화면에 숫자 1과 4를 채워넣은 후 로직아날라이저로 분석할때

위에서 획득된 데이터를 이렇게 모으면 숫자가 표현되는것을 알 수 있지요.

폰트 데이터를 LED창에 전송하기 전 내부 레지스터를 세팅하는 과정으로 생각되었던 앞단의 초기화 과정도 반복적으로 보다보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화 순서는 bright set만 한 후 cursor 셋후 한줄씩 폰트데이터만 보내면 그대로 출력됩니다. 요즘LCD는 수십가지 세팅할게 많은데 많이 간단한 시절인가봅니다.

데이터 전송순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혹시 나중에 저처럼 Motorola TAC5000 LED패널을 재활용하는 분들이 구글에서 검색해볼 경우

이 글을 참고해 저처럼 삽질하지 마시라고 이런 순서도 같이 올려보는겁니다.

(펌웨어까지 필요하시면 갤로그에 메일주소를 남겨주세요. 확인할때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모토로라폰 본체에서 LED패널로 클럭을 보내주는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4MHz인데 이걸 끊으니 사진처럼 순차주사를 하지 않고 멈춰있네요. 손으로 대니 노이즈에 의해 조금씩 작동되는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모토로라에서 보내주는 신호와 다른 주파수를 넣고 싶었기 때문에 펑션제너레이터로 다른 주파수를 넣어보았고, 500kHz에도 전혀 깜빡임이 없어 낮은 주파수에서 동작하게 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주파수가 낮을수록 전력 소모가 낮습니다.)

LED모듈의 핀 번호는 이렇게 분석되었습니다.

1 - 접지

2 - 용도를 알 수 없었음(연결 안해도 됨)

3 - Logic 전원(+2.5~5.0V) / TAC5000에서는 2.5V 공급

4 - 스위프 주파수 선택 (0 = Int Clock, 1 = Ext. Clock) / TAC5000에서는 Logic 1

5 - 리셋(Active Low)

6 - Logic 전원(+2.5~5.0v) / TAC5000에서는 2.5V 공급

7 - 주파수 출력(When pin 4 == 0) or 주파수 입력(When pin 4 == 1) / TAC5000에서는 4MHz 입력

8 - 사용 안함(오픈된 상태)

9 - 접지

10 - 접지

11 - 2번째 line 활성화(Active High)

12 - 클록

13 - LED전원(+2.5~5.0V) / TAC5000에서는 5.0V 공급

14 - LED전원(+2.5~5.0V) / TAC5000에서는 5.0V 공급

15 - 1번째 line 활성화(Active High)

16 - 데이터

분석이 끝났으므로 LED모듈을 분리합니다.

그리고 제어할 보드를 만들어야 했는데 일전에 다른용도로 제작했던 PCB를 모토로라 LED창에 맞추어 잘라 냈습니다.

이렇게 결합하고 연결해주었고요,

처음에는 초기화 신호 이후 0x1a(10101), 0x05(01010)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보내도록 프로그램했습니다.

정상적으로 LED 모듈에 0x1a와 0x05에 대한 패턴이 출력되고 있습니다.

알파벳 폰트를 넣어 전송해주었더니 A,B,C도 표시됩니다.

A문자를 도트를 잘못찍었네요.ㅎ

시계칩이 붙어있어서 시간도 표시되게 해보았습니다.

폰트를 디지털폰트(7세그먼트)로 넣어보기도 했습니다.

(폰트는 과거에 일일이 점으로 찍은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MCU프로그래밍 관련 카페에 보여주려고 작업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지방에 사는 여자 친구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껍데기좀 이쁘게 만들어서 달라고 하더군요.

(사진출처 : 블로거 liptonstory님)

나이가 어려 작은 선물에도 감동하는 여자 친구에게 나름 의미 있게 포장해서 주고 싶었는데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보니 유리병으로 무드등을 이쁘게 만든게 있어서 비슷하게 흉내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문구점에도 유리병에 이것저것 담아 파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유리병이 손쉽게 포장할 수 있는 도구인 것 같았습니다.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 하는 날 주워온 유리병에 담아보았고 스티커를 제거했습니다.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무드등 기능을 위해 RGB LED를 넣어보았고 분위기가 괜찮은지 보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작동해보니 재범 괜찮아 보였습니다.

문제는 유리 병 안에 있는 시계를 설정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안에 버튼을 만들어 매번 유리병 뚜껑을 열게 할 수 없는 노릇!

그래서 여자 친구 방에 있는 삼성리모컨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리모컨 수신부에 리모컨 신호를 보내니 일정한 파형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리모컨을 누르고 있으니 이렇게 반복적으로 데이터가 들어옵니다.

삼성 리모컨의 경우 데이터 구조입니다.

스타트비트가 수신되면 그때부터 카운트를 시작하고,

펄스의 간격이 2.3ms와 근사한 값일 때 비트1, 1.1ms와 근사할때 비트0을 순차적으로 배치하면 리모컨 데이터를 판독할 수 있지요.

사실 리모컨 데이터에 대한 자료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관계로 검색해서 자료를 찾아도 됩니다. 하지만 저는 필요한 key만 데이터를 받아오고 싶었기 때문에 한번 더 봐야했죠.

그러나 버튼마다 이 화면들을 캡쳐해서 매번 해독하고 분석할 수는 없는노릇...

그래서 아예 임시로 리모컨 코드분석기능을 구현했습니다.

코드분석기의 화면입니다.

0x0707이 커스텀 코드(제조사), 0x02FD가 데이터코드(버튼)입니다.

왼쪽에 두자리 숫자는 내부 타이머 cnt값과 수신된 펄스의 카운트 기능으로 사용자는 알 필요없는 값들입니다.

물론 임시로 만든 기능이므로 제품이 완성되면 이 기능은 삭제되지요.

코드를 펌웨어 상에 이렇게 넣어두었습니다.

참고로 참 흥미로운 사실은 데이터코드가 2바이트라 하더라도 데이터의 갯수(버튼의 수)가 2^16, (65536)개가 되는것은 아닙니다.

뒤에 2개의 값을 보시면 서로 비트단위 반전이 되어있는것을 알 수 있는데요,

위에서 펄스의 길이에 따라서 0과 1을 구분한다 했잖아요?

만약 전부 0 즉 0x0000일때와 전부 1 즉 0xffff일때 데이터가 10ms이상 길어지게 됩니다.

즉 데이터마다 명령의 길이가 달라지게 되는데

2바이트를 동일한 값을 전송하되 하나는 1의 보수를 취해주면

어떤 데이터를 전송하든 명령의 길이를 동일하게 하고 수신데이터의 검증까지 할 수 있는것이죠.

리모컨을 못찾을 때에도 간단히 불을 끄고 켜거나 타이머를 작동하는 정도의 간단한 기능을 가능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뚜껑 가운데를 누르면 딸깍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를 감지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마이크가 인식할 수 있는지 마이크를 내부에 넣고

딸깍” 누르면 순간적으로 전압변화가 발생하였고

제가 사용할 MCU에는 비교기가 이미 내장되어 있어서 외부에 별도의 H/W적인 opamp나 비교기 없이 소프트웨어로 딸깍”소리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항상 opamp만 보면 과거에 대학에서 떨어진게 생각납니다 ㅎㅎ

10년전 한국외대 정보통신인가? 용인캠퍼스에 지원했는데 자소서에 opamp같은 회로를 다룬다고 적었더니

면접에서 opamp가 무엇이냐? 라고 묻는대답에 비교기라고 대답해서 지적받았던 기억이 나네요(탈락사유야 수능성적 등 다른게 있었겠지만).

이런 저런 부품이 부착되고 기판의 뒷면 입니당.

유리병에 넣으려니 또 하나의 문제가.

어댑터를 연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를 부착해서 동작이 가능한지 확인하였습니다.

마침 모토로라 LED창에는 배터리게이지도 있으므로 배터리 잔량도 표시할 수 있게 프로그램 하였습니다.

친구가 조그만 배터리를 사용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서 작은 배터리를 얻어왔고

전에 만들어 남아있던 충전회로가 있는 PCB를 잘라 충전회로를 부착했습니다.

어댑터 연결 없이 충전을 위해서 무선충전패드를 구성해야 합니다.

구글링해서 나오는 자료를 가지고 무선충전패드 수신부를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무선 충전 송신기는 기존것을 그대로 사용하면 되고,

수신부는 코일만 감는다고 되는것이 아니더군요.

이렇게 수신부에서 메시지를 보내줘야만 송신부에서 연속적으로 전력을 보내줍니다.

(절전을 위해 평상시에는 연속적으로 전력을 보내지 않음)

물론 쉽게쓸 수 있는 원칩 IC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알리바바에서 일전에 샀던 무선충전 수신패드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코일은 유리병 밑에 딱 맞도록 수정해야 했으므로 다시 감았습니다.

노란색이 무선충전기 송신부, 녹색이 수신부

새로운 코일로도 잘 넘어오고 송신부에서 잘 인식했습니다.

(스코프를 후배가 빌려가서 이때 다른용도의 스코프를 사용했네요.)

유리에 구멍을 뚫기 싫었지만 유리두께 때문에 무선충전이 되질 알았습니다.

유리기리를 하나 사왔고

구멍을 뚫어 무선충전 수신부를 바닥면으로 빼내기로 했습니다.

처음 뚫어보는데 생각보다 잘 들어가길레 한번에 성공할 줄 알았습니다.

기대와 다르게 처음 시도는 실패... 성질나서 마지막에 힘을 줬더니 그냥 깨지더군요.

다른 유리병을 구해 다시 시도해보니 다행이 뚫렸습니다.

유리 바닥면에 오목하고 안쪽으로 단차가 있어무선충전패드를 충분히 숨길 수 있었죠.

완성입니다.

슬립모드에서 병뚜껑을 누르면 딸깍소리에 반응하여 화면이 켜집니다.

배터리를 사용중일 때 시간을 보고싶다면 한번 눌러주면 되지요.

내부에 RGB LED가 있어 무드등으로 활용할 수 있지요.

청록색을 켠 모습

생각보다 밝아 아무 책이나 놓고 켜봤습니다.

충전은 무선충전방식으로 합니다.

무선충전패드에 올리면 빨간 충전램프가 들어오며 충전을 시작합니다.

충전이 완료되기 까지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화면이 켜져있을 때 연속 사용시간은 3시간, 절전모드(눌렀을때 켜지는 상태)은 24시간 정도 동작합니다.

RGB LED는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Smooth Change합니다.

찍지 않았는데 volume버튼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 화면 7단계의 밝기조절기능도 있답니다.

정면으로 보지 않으면 유리때문에 굴절이 돼서 글씨가 이상하게 보이네요.

9월초에 취미로 시작해서 선물로 준비하기 까지

주말이나 퇴근 후 집에서 짬내서 잠깐잠깐씩 시간을 투자해 만들었습니다.

만들땐 재밌고 머릿속으로는 멋진모습을 상상했는데 결과물이 생각보다 별로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포장까지 잘 해갈건데 받고 좋아해주었음 좋겠습니다.

이런 자작품들이 은근 시간이 소요되고 개인의 학습 및 역량강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소모하는것 같습니다.

즉 이런걸 만드는건 무의미하게 게임하는거랑 다를바 없는것이죠.

이걸 왜 여기에 올리면서 느끼는지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제는 이런 돈안되는건 안만들고 생산적인일을 해보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