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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불의 노래, 베이크드 알래스카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11.29 17:15:49
조회 69769 추천 1,008 댓글 419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부동산 거래가 몇 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알래스카 구입입니다.

크림전쟁 이후 알래스카를 영국에게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던 러시아 황제는 어차피 지키지도 못 할 땅이면 돈이나 벌자는 생각에 이를 매물로 내놓고,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슈워드가 720만 달러에 구입하면서 미국은 본토와 멀리 떨어진 곳에 방대한 넓이의 얼어붙은 영토를 갖게 되지요.

워낙 멀리 떨어진데다 그 당시 알래스카는 쓸모없는 땅이라는 인식이 강했던지라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알래스카를 슈워드의 냉장고라고 부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영국의 간섭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북미 대륙의 안보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결국 구입이 완료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석유나 석탄 및 각종 자원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면서 초대박을 터뜨린 토지 구입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국토가 넓어졌다는 생각에 축하한 사람들 역시 꽤나 많았습니다.

뉴욕의 유명한 레스토랑인 델모니코스(Delmonicos)의 주방장, 찰스 랜호퍼(Charles Ranhofer) 역시 그 중 하나였지요.

요리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유명한 셰프답게 찰스 랜호퍼는 알래스카 구입을 기념하기 위한 디저트를 만들었는데, 차가운 아이스크림에 머랭을 얹어 눈으로 뒤덮인 알래스카를 표현하고 이걸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뜨거운 플로리다를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알래스카, 플로리다
해가 지지 않는다던 대영제국만큼은 아니어도, 미국의 영토가 이만큼 넓다는 걸 나타내려는 자부심이 엿보이는 작명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이 디저트를 좀 더 직관적인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바로 베이크드 알래스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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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크드 알래스카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스펀지 케이크, 그 위에는 아이스크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를 뒤덮는 머랭.
우선 스펀지 케이크부터 만들어 줍니다.

달걀을 거품기에 돌리면서 설탕을 슬슬 넣어서 거품이 들어간 반죽을 만듭니다.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거품내면 별립법이라고 하고, 함께 거품내면 공립법이라고 하는데 따로 거품내면 공기가 좀 더 많이 들어가서 가볍고 부드러운 식감이 나고 함께 거품내면 무겁고 촉촉한 느낌이 더 납니다.

아이스크림을 얹어먹을거니까 너무 가벼운 느낌은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느낌으로 좀 무거운 스펀지 케이크를 만듭니다.
설거지하기 귀찮아서,라는 이유도 한 몫 단단히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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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와 코코아 가루를 체쳐서 넣고 저어줍니다.
얼추 섞이면 반죽을 한 국자 떠서 녹인 버터에 섞은 다음, 버터 반죽을 다시 원래 반죽에 합쳐서 섞어줍니다.
좀 번거롭기는 해도 이렇게 섞어주는게 실패를 막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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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을 케이크 틀에 넣어서 굽고 쿠키틀로 동그랗게 찍어냅니다.
케이크 만들때보다 반죽의 양을 절반만 만들어서 썼더니 굳이 자르지 않아도 두께가 적당하게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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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은 그냥 간단하게 필라델피아 스타일로.
우유, 생크림, 설탕을 잘 섞어서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고 돌리면 끝입니다.

단면을 좀 더 화려하게 만들고 싶으면 딸기나 오렌지 아이스크림처럼 색깔이 있는 아이스크림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하얀 머랭에 흰색 아이스크림은 색깔이 비슷해서 좀 단조롭게 보이거든요.

과일 아이스크림을 여러 겹 층층이 쌓아올리면 베이크드 알래스카가 아니라 베이크드 하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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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을 통에 넣고 일단 한 번 얼린 다음, 쿠키틀에 비닐랩을 깔고 꾹꾹 눌러담습니다.

케이크 찍어낼 때 썼던 틀과 똑같은 틀을 써서 나중에 쌓아올리기 좋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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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크드 알래스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머랭을 만드는 일입니다.

사실 스펀지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은 굳이 직접 만들지 않아도 시판용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사서 만들 수도 있는데, 이 머랭만큼은 직접 제대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가장 흔한 건 프렌치 머랭인데, 달걀 흰자에 설탕을 넣으며 거품기로 돌려주면 만들어 집니다.

하지만 이건 주로 오븐에 굽는 과자나 케이크에 사용되는 거고, 겉만 노릇노릇하게 굽는 베이크드 알래스카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베이크드 알래스카에 사용되는 머랭은 이탈리안 머랭으로, 설탕 대신 펄펄 끓는 설탕시럽을 넣어서 만듭니다.

따로 굽지 않아도 되는데다가 굉장히 단단한 머랭을 만들 수 있어서 굽지 않는 타르트나 파이에 예쁘게 짜 놓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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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랭이나 생크림을 거품낼 때 그 단단한 정도를 파악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이렇게 거품기로 반죽을 찍어 올린 후 그 모양을 보는 것입니다.

거품기로 찍어 올렸을 때 주르륵 흘러내리면 가볍게 거품냈다(Soft plop)고 하고, 거품 봉우리가 묻어나오는데 그 끝이 살짝 구부러지며 새의 부리처럼 보이는 거품은 중간 단계(Firm peak), 끝이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면 단단하게 거품 냈다(Stiff peak)고 합니다.

베이크드 알래스카는 단단하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이탈리안 머랭으로 만듭니다.
단단한 머랭으로 만들어야 주머니로 짰을 때 모양이 예쁘게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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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얼린 접시에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짤주머니로 머랭을 짜 줍니다.
이 머랭 짜는 것도 요리사의 개성이나 숙련도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케이크 둘레를 빙빙 돌려가며 짜기도 하고, 꽃무늬를 넣기도 하고, 그냥 머랭을 펴 바른 다음 포크로 긁어서 무늬를 만들기도 하지요.

모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아이스크림을 빈틈없이 머랭으로 덮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머랭은 안에 공기가 많이 들어간지라 뛰어난 단열재 역할을 해주거든요.
머랭에 빈 틈이 생기면 그 사이로 열기가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녹여버리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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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토치를 사용해서 살살 구워주면 완성입니다.
머랭에서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먼저 구워지면서 검은 색 무늬를 만들어 냅니다.

오리지널 레시피는 여기까지이고, 이대로 잘라서 먹어도 맛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가하는 단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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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람베!
도수가 높은 술을 이용해서 음식에 불을 붙이면 알콜은 날아가고 술 특유의 향미가 남게 만드는 조리법입니다.
베이크드 알래스카에는 과일 베이스의 브랜디가 어울리는데, 오렌지 술인 그랑 마르니에를 사용했습니다.

예전에 플람베를 하려다가 계속 불이 꺼져서 실패하고 결국 알콜 가득한 요리를 먹은 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술을 어느 정도 따뜻하게 데워서 알콜의 휘발성을 높인 다음에 불을 붙여야 하더군요.

설탕 끓일 때 썼던 저그에 그랑 마르니에를 샷 글라스로 두 잔 정도 넣고 토치로 바닥을 데워준 다음 불을 붙여서 끼얹어 줍니다.

너무 타겠다 싶으면 생일 케이크 촛불 끄듯이 불어서 끈 다음 먹어주면 됩니다.
심즈라는 게임에도 등장하는데 무려 고급요리 10레벨에 만드는 최종보스와도 같은 메뉴지요.
사실 기술적으로 보자면 그닥 어려울 건 없는데 겉보기에 워낙 예쁘고 화려한지라 파티 케이크로 자주 활용됩니다.

바삭바삭한 껍질 속에는 마쉬멜로우처럼 부드럽고 달달한 머랭 속살이 보이고, 그 아래로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스펀지 케이크가 보입니다.
크게 한 조각 잘라서 단번에 먹으면 그 모든 맛이 합쳐지면서 그랑 마르니에가 왠지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주는게 완전 맛있습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만들 때는 달걀 노른자만 쓰니 남는 흰자로는 머랭 만들어서 베이크드 알래스카를 구워먹으면 딱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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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먹은 소고기를 수비드로 요리해 봤습니다.



서양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 중에 "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는 네가 먹는 것이다"라니 얼핏 들으면 무슨 식인종 주방에나 걸릴 표현같지만, 실제로는 "당신이 어떤 것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다.(Tell me what you eat, and I will tell you what you are.)"라는 말이 줄어서 생긴 격언이지요.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Anthelme Brillat-Savarin. 1755~1826)이라는 프랑스 법관이 했던 말인데, 유명한 판사이자 정치가이면서도 엄청난 미식가이기도 한 인물입니다.


어찌나 먹는 걸 좋아했는지 법률책은 안 쓰고 "미각의 생리학"이라는 책까지 저술할 정도였는데, 이 격언을 통해 사람들에게 식습관이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반영하고, 또한 올바른 식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가 무얼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먹는 것들이 무엇을 먹는지 또한 중요합니다.


무농약, 유기농, 유전자 조작물질 무첨가. 


이런 단어들이 먹거리의 포장에 훈장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 자체가 그 증거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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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양상은 소고기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소고기를  분류할 때 등심, 안심처럼 부위별로 나눠서 분류하고, 좀 더 따지는 사람들은 한우인지 젖소인지 품종과 나이까지 고려하지만 소가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도 맛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는 크게 "그레인페드(grain fed: 곡식을 먹고 자란 소)"와 "그래스페드(grass fed: 풀을 먹고 자란 소)"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외양간에 갇혀서 사료를 먹고 자란 소는 그레인페드, 풀밭에서 방목형으로 기른 소는 그래스페드라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왠지 자유롭게 초원을 거닐며 풀을 뜯어먹고 자란 소가 더 맛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래스페드는 우리나라에서 별로 호응을 얻지 못하는 고기입니다.


집중적으로 살을 찌우는 그레인페드와는 달리, 방목형 소는 많이 돌아다니는 데다가 목표 중량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근육이 질긴데다가 기름기가 적어서 고소한 맛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풀 먹고 자란 소답게 고기에서도 풀냄새랄까 소고기 냄새랄까 특유의 풍미가 있는데, 여기서도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요.


그래서 최대한 부드럽게 조리해 보기로 합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인기인 수비드(Sous vide) 조리법을 사용해서 말이죠.


일단 그래스페드 안심, 그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텐더로인 부분을 한 덩어리 준비합니다.


마늘가루, 로즈마리, 딜, 후추가루 등을 골고루 발라 양념해서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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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기기로 유명한 그래스페드 소고기이니 최대한 부드럽게 요리 해 봅니다.


진공포장기로 포장해야 하지만 아직 구입하지 않은 관계로, 일단 고온 가열이 가능한 지퍼백에 담아 물에 서서히 담그면서 공기를 빼고 입구를 닫아줍니다.


공기가 남아있으면 열전도율이 달라지면서 온도 변화에 민감한 수비드 조리법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각종 허브와 양념의 맛이 배어드는 데도 장애물이 되구요.


그래서 이 조리법에 수비드(Sous vide: 프랑스어로 진공 상태. 영어로는 Under vacuum.)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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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진공 포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저온 조리입니다.


이론은 1799년 영국의 벤자민 톰슨 백작이 확립했지만, 미묘한 온도 조절을 장시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활용 가능한 조리법으로 완성된 것은 1971년 부르노 코소 박사가 연구를 마친 다음이었으니까요.


기본적인 원리는 간단합니다. 


고기에는 여러가지 단백질이 있는데, 그 중에서 맛과 식감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백질이 세 가지 있습니다.


각각 미오신, 콜라겐, 엑틴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이 중 미오신과 콜라겐은 열을 받으면 부드럽게 변하고 엑틴은 질겨집니다.


"미오신과 콜라겐은 40도에서 50도 정도에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고, 엑틴은 65도가 넘어가면 변하니 그 사이 온도에서 고기를 조리하면 부드럽고 맛있는 요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바로 수비드의 기본 이론인 거지요.


수많은 요리사들이 연구를 거듭하면서 고기의 종류별, 부위별로 최적의 온도와 시간대를 정리했는데 그 중 한 레시피 따르면 소고기 스테이크는 레어로 조리할 경우 54도에서, 미디움레어는 58도에서, 웰던은 70도에서 조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가정용 수비드 기계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저는 반죽기 액세서리로 구입한 히팅 보울로 수비드를 합니다.


원래 물 끓이라고 만든 기계가 아니다보니 가열 설정 온도 수온의 차이가 좀 나네요. 그래서 일부러 목표 온도보다 10도 높게 설정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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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시간 정도 온천욕을 하고 나온 고기의 모습.


고기의 부위와 목표로 하는 조리 정도에 따라서 길게는 하루에서 사흘까지도 조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에는 한시간 정도면 적당합니다.


본격적으로 굽기 전에 6~7분 정도 쉬는 시간을 줍니다. 그렇지 않으면 뜨거워진 상태에서 또 열을 받아서 너무 많이 조리될 수 있습니다.


당장 먹을 게 아니라면 수비드가 끝난 상태에서 진공포장 그대로 얼음물에 담가서 열을 식히고 세균 증식을 막기도 합니다.


수비드의 장점은 고기를 부드럽게 해줄 뿐 아니라 그대로 보관했다가 간단히 데워서 먹을 수 있다는 거지만, 저온으로 조리하다보니 그만큼 세균 증식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기도 합니다.


어설프게 수비드한 고기를 보관했다가 먹으면 식중독 걸리기 십상이라는 거지요.


뭐, 이 경우에는 식사시간에 손님들 몰려드는 맛집도 아니고 그냥 집에서 하는 수비드 스테이크인 만큼, 조리 끝나자마자 곧바로 먹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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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떨어진 고기를 뜨겁게 달군 무쇠팬에 올려 표면만 구워줍니다. 


이 작업을 시어링(Searing: 강한 열로 표면을 태우기)라고 하는데,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불리는 단밴질의 화학 작용이 일어나면서 고기가 갈색으로 변하고 표면이 바삭바삭해지면서 구운 고기 특유의 풍미가 나게 됩니다.


코팅팬은 시어링 할 정도로 가열하면 유독성 발암물질이 나오므로 반드시 무쇠팬에 구워줄 필요가 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무쇠팬과 코팅팬 포스팅에서 따로 언급하기로 합니다. 이것도 나름 긴 이야기거든요)  


시어링이 끝나면 다시 5분정도 기다리며 레스팅 작업을 합니다. 


이 잠깐의 여유를 주면 곳곳에 뭉쳐있던 육즙이 고기 전체로 골고루 퍼져나가서 더 맛있는 스테이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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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샷. 


칼로 썰어서 단면을 보는데, "으아... 변태같아."라는 소리가 나옵니다.


보통 스테이크를 굽게 되면 표면은 살짝 타고, 가장자리는 회색으로 다 익었고, 그 속으로 핑크빛 미디움레어 층이 있고, 가장 핵심 부위는 붉은 기운이 남아있는 레어 상태가 겹겹이 쌓여있기 마련인데...


수비드 조리법을 이용한 스테이크는 몽땅 다 미디움레어입니다. 


가장자리부터 가장 안쪽까지 색깔이 다 똑같네요. 


고깃덩어리가 통채로 균등하게 조리된 모습을 보자니 왠지 부자연스러운 느낌입니다. 다리 여덟개 달린 치킨이나 몸의 대부분이 뱃살로 이루어진 돼지가 나타난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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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소스는 생략.


육질이 확실히 부드럽네요. 


나름 비교해보겠다고 점심 때도 똑같은 고기로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는데 수비드 조리법을 거친 고기는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그냥 술술 넘어갑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취향에 부합하는 고기인지에는 좀 의문이 갑니다.


왠지 포장마차에서 칵테일 시켜먹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스페드의 와일드한 풍미는 남아있는데 식감이 부드럽다보니 맛은 있는데 뭔가 매치가 되지 않는 기분입니다.


지금까지는 몰랐는데, 이렇게 먹어보니 그래스페드라면 역시 풀냄새 좀 나는 고기를 거칠게 구워서 무쇠팬에 올린 채로 칼질해서 질겅질겅 씹으며 카우보이 흉내 내는 게 더 어울리는 것 같네요.


부드럽게 먹는 건 그레인페드로도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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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타음식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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