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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소시지와 핫도그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11 10:28:47
조회 81448 추천 606 댓글 314


- 오만의 소시지와 핫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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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양심에 꺼릴 게 없으면 마음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배가 부르면 그런 상태가 되는 게 훨씬 수월하다.

충분한 양을 소화도 잘 되게 먹고 나면, 사람은 웬만한 일은 다 용서를 하게 되고 포용력도 한층 넓어진다.

마음이 우아하고 친절한 사람이 된다.

- 제롬 K. 제롬, 보트 위의 세 남자 중에서


위의 소설에서도 언급했듯이 포만감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꾸어주는 힘이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커뮤니티 웹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면 음식이나 맛집 관련 게시판은 수시로 말싸움이 일어나는 다른 게시판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분란이 적게 일어난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먹는 데 굳이 말싸움을 벌일 일은 많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논쟁, 논란이 격화되기 쉬운 다른 주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엄청난 수의 인원이 몰리는 인기 주제인 만큼 전설로 남을만한 난장판이 벌어지는 것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루리웹 커뮤니티에서 일어났던 7대 죄악의 음식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내용만 놓고 보자면 그냥 소소한 음식 이야기인데, 이걸 풀어내는 과정이나 댓글 다는 과정에서 대판 싸움이 난 거지요.

7대 죄악 중의 오만을 담당하고 있는 소시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소시지 피자 사진 몇 장과 간단한 감상이 전부였습니다만, 누군가가 소세지가 아니라 소시지인데 맞춤법 공부 좀 하시길이라는 댓글을 달면서 난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외래어 표기법상 소시지가 맞습니다정도만 했으면 좋았을 것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공부 좀 하라고 덧붙이면서 불이 붙은 거지요. 게다가 댓글을 쓴 사람은 끝까지 틀린 것을 지적해줬을 뿐이다라며 여러 차례에 걸쳐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탓에 지속적인 땔감이 공급되며 7대 죄악 음식의 하나인 오만의 소시지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만들 음식이 바로 그 오만의 소시지[sɔ:sɪdƷ]입니다.
우선 반죽기에 고기 분쇄기를 달고 돼지고기를 갈아줍니다.
양파와 마늘도 잘게 썰고, 소금, 설탕, 후추 및 각종 향신료를 섞습니다.
소시지라는 이름 자체가 라틴어로 소금에 절이다(salsicus)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원래는 상당량의 소금을 넣고 절여서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요즘엔 냉장 보관을 할 수 있으니 소금은 맛만 낼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넣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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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동물의 창자에 내용물을 채워넣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넓게 보면 우리 나라의 순대도 소시지로 분류되기도 하지요.

요즘은 소시지 껍데기로 크게 세 종류가 사용되는데, 콜라겐 케이싱, 돼지 창자(돈장), 양 창자(양장)을 사용합니다.

콜라겐 케이싱은 인조 껍질이라 흔히들 식용 비닐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부정적인 어감과는 다르게 얇은 두께와 안정적으로 많은 양의 소시지를 뽑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돈장은 가정에서 소시지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로, 껍질이 좀 두껍기는 하지만 초보자가 사용하기 좋은 천연재료입니다.

양장은 두께가 얇아 식감이 좋긴 하지만 잘 찢어지는 관계로 잘 만들기 위해서는 숙련도가 좀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돼지 창자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세척된 돼지 창자가 소금에 파묻혀서 판매되는데, 일단 물로 한 번 씻어낸 다음 속까지 물을 채워 30분 정도 불렸다가 깨끗하게 닦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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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싱을 물에 불리는 동안 고기와 부재료 섞은 것을 두 번 정도 더 갈고 손으로 잘 치대서 준비합니다.

수제 소시지를 만들며 들이는 정성을 생각하면 저렴한 반찬거리로 활용되는 공장제 대량생산 소시지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긴 애초에 사람들이 기피하는 찌꺼기 고기나 내장, 피 등을 모조리 갈아 창자에 채워넣고 소금에 절여 만든 음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고급 음식 취급받기도 힘들었다는 게 이해가 갑니다.

그나마 요즘은 식품위생법 덕에 저렴하기는 해도 불량식품까지는 아니라서 다행이랄까요.

콘비프(http://blog.naver.com/40075km/220936554637)도 그랬지만, 현대로 접어들기 전에는 자투리 고기로 만드는 염장 음식이라는 게 워낙 저렴한 비용으로 대충 만들다보니 작업 환경의 위생 상태는 그야말로 불결하기 짝이 없었으니까요.

오죽하면 비스마르크는 법률과 소시지에 대한 존중을 유지하려면 그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보지 않는 게 좋다.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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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기의 고기 믹서를 떼어내고 소시지 충진기를 붙입니다. 반죽기 하나 사서 이래저래 잘 써먹네요.

물에 불린 소시지 케이싱을 충진기에 끼워넣고 고기를 밀어넣은 다음, 끝을 묶고 가급적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껍질을 천천히 빼며 고기를 채워넣습니다.

속도에 따라 소시지의 두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정한 속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지요.

둘둘 말아가며 길게 뽑아낸 소시지는 원하는 길이만큼 비틀어서 묶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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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숙련자의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한지라 소시지 두께가 좀 들쭉날쭉 합니다.

고기 밀어넣는 사람과 케이싱 빼는 사람 둘이서 2인 1조로 호흡을 맞춰 만드는 게 가장 이상적이긴 한데,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다보니 어쩔 수가 없네요.

원래는 소금물에 삶아서 염장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미 고기 반죽 단계에 소금을 넉넉히 넣어둔 관계로 이번에는 그냥 증기에 찌도록 합니다.

뜨거운 증기에 20분 정도 쪄주면 고기가 익으면서 그럴듯한 수제 소시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방부제 역할을 하는 아질산염을 넣었다면 붉은 색으로 변했을텐데, 어차피 단기간에 먹어치울 예정이라 몸에도 안 좋은 것 굳이 넣을 필요가 없기에 생략했더니 하얀 색의 소시지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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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부족한 느낌을 채우기 위해서는 훈연 과정이 필수입니다. 

스모크박스에 나무칩을 깔아 불을 붙이고 그릴 뚜껑을 덮어서 두세시간 정도 연기에 절입니다.

고기에 배어든 사과나무 연기의 냄새가 소시지의 격을 한층 높여줍니다.

원래는 여덟 개가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세 개는 사라졌네요. 미완의 단계에서 희생당한 소시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사실, 이 훈제 과정에서 생성되는 연기가 1급 발암물질이라고 뉴스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연기로 풍미를 더하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이 무진장 욕을 먹었지요.

하지만 흔히 생각하듯 1급 발암물질은 암을 유발할 확률이 엄청 높은 물질이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1군(Group 1)은 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인된 물질, 2군은 가능성이 있는 물질, 3군은 확실한 개연성이 드러나지 않은 물질, 4군은 암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입니다.

도매금으로 1군으로 묶이다보니 햄이나 소시지가 담배나 방사선과 비슷한 취급을 받기도 했는데

소금이 생활에 필수적이지만 많이 먹으면 건강에 이상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수준이라면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훈제 특유의 풍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발암물질은 아예 멀리하는 게 좋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또 다른 1군 발암물질인 햇빛을 어떻게 피해야 할지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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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훈제가 끝난 뒤 진공포장해서 냉동실에 오래 두고 하나씩 빼먹을 생각이었는데, 끝까지 살아남은 소시지의 수가 얼마 안되는지라 그냥 냉장고에 넣고 구워먹기로 합니다.

무쇠팬에 기름 좀 두르고 소시지를 지지고 있노라면 향기로운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합니다.

그냥 이 상태에서 소시지만 포크로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이왕 구운 것 핫도그로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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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 빵에 샐러드 야채를 조금 깔고, 소시지를 얹은 다음 토마토 케첩과 머스타드 소스를 듬뿍 뿌리면 완성입니다.

핫도그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소시지를 만드는 여정이 길고도 길었네요.

100%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인지라 따지고 보면 핫도그가 아니라 핫피그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조그만 소시지에 페이스트리 빵을 감싼 요리는 담요 덮은 돼지(Pigs in blankets)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핫피그 대신 핫도그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재밌는 일화가 있습니다. 

핫도그는 원래 길쭉한 소시지가 닥스훈트 개와 비슷하게 생겨서 닥스훈트 소시지라고 불리곤 했습니다.

핫도그는 예나 지금이나 미국 야구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간식거리였는데, 예전에는 소시지 장수들이 뜨거운 물이 담긴 통에 소시지를 넣어서 들고 다니며 뜨거운 닥스훈트 소시지 사세요!라고 외치곤 했지요.

소시지 장수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소시지를 빵에 끼워 파는 것을 본 토마스 도건(Thomas Tad Dorgan)이라는 만평가가 그 모습을 신문에 올릴 만화로 그려냈는데, 닥스훈트라는 단어의 철자를 몰라서 그냥 뜨거운 개 사세요!라고 그려버린데서 핫도그라는 말이 생겼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반면, 핫도그라는 이름이 붙기도 전에 처음으로 길쭉한 빵에 소시지를 끼워서 판 것은 소시지로 유명한 독일계 미국 이민자인 포슈뱅거(Feuchtwanger)로, 박람회에서 카트를 끌고 다니며 소시지를 구워서 파는 상인이었습니다.

뜨겁고 기름기 많은 소시지에 손이 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손님들에게 장갑을 빌려줬는데, 사람들이 기념품삼아 가져가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장갑 대신 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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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소시지와는 다르게 두께가 워낙 두꺼워서인지 핫도그 빵과 채소, 소스 사이에서도 그 존재감이 강력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바삭바삭하게 구운 돼지 창자 껍질을 베어물면 허브향 가득한 돼지고기가 입 속 가득한 것이 정말 마음에 드네요. 

아이들하고 함께 먹으려고 최소한의 양념만 했는데도 이렇게 맛있으니, 

진짜 맛있는 핫도그 가게에서는 다른 재료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오직 빵과 소시지, 그리고 머스타드 소스만 바른다는 게 이해가 됩니다.

맛있는 핫도그를 배불리 먹으니 소세지건 소시지건 심지어는 쏘세지라고 불러도 상관없을 정도로 마음이 여유로워집니다.

앞으로 바베큐 양념이나 매운 양념, 치즈 소시지 등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면 또 얼마나 더 맛있어질지 기대가 되네요.




- 바나나 공화국과 바나나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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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구입한 바나나가 너무 익어서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가 바나나빵을 만들어 먹기로 합니다.

간단히 먹으려면 갈아서 바나나 스무디라도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마침 얼음이 똑 떨어진 관계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완전히 익어서 부드럽게 변한 껍질을 벗기고 바나나를 으깨고 있으려니 갑자기 얼마 전 카페에서 학과 프로젝트 팀 회의를 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커피 한 잔 들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팀원 중 한 명이 커피 대신 바나나 한 개를 사오며 투덜거리더군요.

이 카페는 공정무역 커피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그리고 커피 생산 농가들의 궁핍함과, 다국적 커피 기업들의 횡포를 생각하면 좀 비싸더라도 공정무역 커피를 마셔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들고 온 바나나를 가리키며 한 마디 했습니다.

"그럼 바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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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에서 바나나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합니다.

당연히 대다수의 바바나는 온두라스나 과테말라같은, 바나나 벨트가 걸쳐있는 중남미 국가들에서 수입 해 들어옵니다.

그리고 Dole을 비롯한 거대 다국적 과일회사들은 좀 더 많은 바나나를 좀 더 신속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바나나 농장 뿐 아니라 내륙 농장지대와 항구를 잇는 도로, 철도, 전기 시설등에 투자를 하게 되지요.

그 결과 가난한 중남미 국가들은 바나나 산업에 더 목을 매게 되고, 결국 국가 전체가 과일 회사의 손에 놓이게 됩니다.

심지어는 국민들이 가난하고 시민의식이 성장하지 않아야 저렴한 노동력을 착취하기 쉬우니 과일 회사들이 독재 정권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단어가 "바나나 공화국".

오 헨리가 온두라스에서 몇 개월 지내면서 썼던 단편인 "양배추와 임금님"에 처음으로 등장한 단어지요.

나중에는 특정 산업에 국가 전체가 매달리며 거대 기업에 경제가 완전히 종속된 국가들을 지칭하는 경제학 용어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또 달리 생각해보면, 이렇게 기업이 국가 단위로 착취를 할 정도로 바나나의 인기가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통계만 봐도 바나나는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과일입니다. 

판매량 2위인 사과와 3위인 오렌지를 합쳐도 바나나의 1인당 소비량에는 미치지 못할 정도니까요.

그만큼 바나나를 이용한 요리도 많이 있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바나나 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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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나 주걱, 혹은 비닐장갑 낀 손으로 완전히 으깬 바나나에 달걀 두 개, 녹인 후 미지근하게 식힌 버터 반 컵을 넣고 잘 섞어줍니다.

가루 재료는 밀가루 2컵, 설탕 반 컵, 소금, 베이킹 파우더를 따로 준비합니다.

바나나에 가루 재료를 절반 정도 넣고 섞다가 어느 정도 섞이면 나머지 재료도 넣고 가루가 보이지 않게 잘 섞습니다.

거의 다 섞이면 호두를 한 웅큼 정도 넣고 마저 섞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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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을 빵 틀이나 미트로프 틀에 붓고 표면을 고르게 펴 줍니다. 

마지막으로 호두를 한번 더 뿌리고 175도 (화씨 350도) 오븐에 한 시간동안 넣어둡니다.

4~50분 쯤 지나면 빵 굽는 고소한 냄새에 달달한 바나나 향기까지 섞이며 절로 침이 넘어가게 됩니다.

시간이 다 되면 이쑤시개로 빵 가운데 부분을 한 번 찔러서 반죽이 묻어나오지는 않는지 확인합니다.

반죽이 묻어나올 정도로 덜 익었으면 5분이나 10분 가량 더 구워야 하는데, 이 경우 위쪽 표면이 타지 않도록 알루미늄 호일이나 뚜껑 등을 덮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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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바나나 빵을 틀에서 빼낸 다음 식힘망에 올려서 식혀줍니다.

지금에야 맛으로 먹는 바나나빵이지만 정작 이 빵이 만들어진 계기는 그렇게 달콤하지만은 않습니다.

경제 대공황이 미국을 직격하면서 자투리 식재료를 어떻게든 써먹어 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기 때문이지요.

베이킹 소다 회사들은 이스트를 써서 오랜 시간을 들여 발효시켜야 하는 기존의 빵 대신, 베이킹 소다를 써서 곧바로 오븐에 구울 수 있는 이른바 "퀵 브레드"의 레시피를 대거 개발했습니다. (요즘은 청소용 세제로서의 활용성을 더 강조하는 것 같지만요)

그리고 그 중 하나인 바나나 브레드는 너무 익어서 버리기 직전인 바나나를 훌륭한 한 끼 식사로 재활용할 수 있는 메뉴였습니다.

익어서 흐물거리는 바나나는 반죽하기에도 좋고, 당도가 높아지면서 설탕을 많이 쓰지 않아도 충분히 단 맛을 냈기 때문이지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바나나빵 레시피는 전국의 주부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수많은 변형 레시피들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고 보면 바나나빵 뿐만 아니라 미트로프(http://blog.naver.com/40075km/220957075800)처럼  대공황이 만들어 낸 요리들이 여럿 있으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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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홍차도 한 잔 하면서 바나나빵을 맛봅니다.

퀵브레드 특유의 거칠거칠한 느낌이 많이 죽어서 마치 카스테라 먹는 것 같기도 합니다.

촉촉한 빵을 입에 넣고 씹으면 바나나 향기가 가득 느껴집니다. 군데군데 씹히는 호두는 밋밋할수도 있는 식감에 재미를 더해주지요.

따뜻할 때 먹어도 좋지만, 완전히 식혀서 먹어도 맛있는 빵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바나나 공화국의 국민들을 착취한 결과물이라며 바나나빵도 비판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글쎄요.

커피와 바나나 뿐 아니라 초콜렛, 고무, 설탕에서 청바지, 완구, 가구용 목재와 다이아몬드에 이르기까지 이미 우리 생활의 상당 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애써서 무시할 수밖에 없을겁니다.

물론 쓰레기를 하나라도 치우는 사람이 하나도 안 치우는 사람보다는 낫고, 한 품목이라도 공정무역 상품을 이용하며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의 뜻은 존중받아 마땅하지요.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부조리가 세상 모든 불평등을 대표하지는 않기에, 섣불리 남에게 권하기 전에 한번 더 주의깊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듯 합니다.

달달한 바나나빵을 포기하는 건 꽤나 큰 다짐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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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타음식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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