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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박3일 화대종주 후기앱에서 작성

무나강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5 17:23:31
조회 30901 추천 130 댓글 109


일이 있어서 후기가 좀 늦었습니다

저는 주로 필름카메라를 쓰는터라 아래 사진들은 모두 많이 대충입니다
사진들은 따로 필름 현상한 후에 모아서 올리겠습니다



종주 결심 자체는,
사실 이전에도 지리산 종주하려고 했으나 산불통제기간이라 노고단까지밖에 못간 적이 있고(신기하게도 그때도 비내렸습니다)
그 후로 중도 포기한게 계속 걸려서 언젠가 해버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휴가 때 안가면 제대 후에도 안갈 것 같아서 조금 급하게 결심하고 계획했습니다

제가 챙긴건 의류로는
반팔 3개 긴팔 1개 후드 1개 바람막이 1개
바지 2개 팬티 3개 양말 3개입니다

식품으로는 스팸 4캔 작은 봉지의 떡 9개 초코바 22개 가져갔습니다

그 외에는 의약품 모자 일회용우의 팔토시 헤드랜턴 노트 필름카메라(롤라이35s) 등이 있네요
돈은 7만원인가 가져간거 같네요

가방은 중간크기 백팩이랑 배쪽으로 매는 작은 크로스백 하나 가져갔습니다 휴대용품은 다 거기에 뒀죠

광주에서 4시 35분차를 타고 화엄사로 가서
민박집 예약을 안한터라 잘만한 화장실을 찾다가


여기에 자리를 꾸렸습니다

그런데 바닥이 겁나 차갑워서 계속자는건 무리다 싶어 다른데서 2시간정도 잤습니다

다른 곳은 자세히 얘기하면 안될거같아서 넘어가겠습니다



첫날

화엄사 - 노고단 17km 9시간

암튼 3시쯤 자고 4시쯤에 일어나서 떡 몇개 먹고 5시에 출발했습니다

솔직히 지리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체력적으로 노고단까지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날이 지나면서 적응한건지 둘째날 부터는 키로단위로 한번씩 쉬었는데 노고단까지는 거의 200미터씩 쉰거 같네요 쥐도 나고

노고단까지 가면서 회사에서 온거 같은 무리가 보였는데 팀장님을 선두로 열심히 따라가더라구요

한 명은 조금 늦으면서도 끝까지 따라갔습니다
휴일에 지리산 등반하는 불쌍한 김대리...


첫째날읔 폰카 뿐 아니라 필름카메라조차도 사진을 거의 안찍었습니다

안개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이기도 했지만 비바람 때문에 가방은 커녕 휴대폰도 못 꺼내겠는 상활이었습니다

일회용 우의를 입되 가방을 덮은채로 입어서 제 앞면은 그대로 다 맞고 하여...


그리고 이건 의도치 않은 큰 잘못입니다만
가면서 백팩의 자크가 다 열려서 많은 물건이 떨어졌습니다

저는 상관없지만 지리산에 의도치않게 물건을 버리게 되버린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반팔 하나 후드 하나 의약품 전부 수건 하나 헤드랜턴 하나 등 분실했습니다


갤에서 우중산행하면 빗소리 들으면서 간다고 한다는 글을 본거 같은데

저는 빗소리보다 바람소리가 더 컷고안개로 앞은 안보이고 미끄럽고 축축하고 비에 바람에 너무 추워서 안쪽에서 신체적으로 뭔가 무너지는 느낌도 들고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저는 결실없는 스스로의 생고생을 좋아합니다
힘든만큼 저 자신을 느끼니까요

아무런 보상도 없고 그저 스스로 괴로움을 견디기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쩌면 제가 등산하는 이유는 이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암튼 2시쯤에 드디어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보통 대피소가 6시에 입소시작이기에 일단 취사장에서 기다렸습니다


진짜 밖이 엄청 추웠었습니다
취사장 안에 들어오니 제 온몸에서 김이 나더군요
정말 신기했습니다

냉동고의 냉동식품이 상온에서 김이 나는 것과 같은 원리인걸까요


그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사실 한편으로는 매우 안심했습니다

사실 전날 추운 화장실에서 자면서 무릎이 많이 아프기도 했고 과연 지리산에 오를 수 있을지 걱정도 했는데

어쨌거나 제가 지리산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니까


취사장인 만큼 뭔가 해먹는 분들도 많더군요
코펠과 냄비로 밥도 해먹고 컵라면도 먹고 심지어 삼겹살도 구워먹고

제가 가진 음식은 상상도 하기 싫었기에 걍 있었는데 옆의 아저씨가 같이 오기로 했던 사람이 안왔다면 김밥 한줄을 주셨습니다

진짜... 얼마나 감동스러웠는지...
화엄사 도착하고 처음 먹은 제대로 된 음식이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 먹고 좀 있으니 날씨가 날씨인만큼 입소시간을 당겨서 3시에 입소시작하더라구요

LA에서 온 외국인도 있었습니다
암튼 자리를 배정받고 옷을 갈아입고 드디어 누웠습니다

여담이지만 신발이 축축하게 젖었고 밖에는 비가 오고 하여 화장실은 최대한 참았습니다

소등은 9시
귀마개를 끼고 8시쯤에 잠들었습니다


둘째날

연하천 - 장터목 13km 7시간

일기예보에서 12시 전에 날씨가 갠다는 것을 들었고 장터목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퇴소시간인 9시 직전까지 있다가 여유롭게 9시 반에 출발했습니다

9시에 나와서 전날과 같은 스팸 한 캔 떡 두봉 초코바 하나를 먹었습니다
여전히 토할거 같았습니다
식후경은 니기미...

다행이 9시에는 이미 날씨가 갰더라구요
화창한데다가 일요일이라 그런지 곳곳에서 사람이 보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사람을 싫어하는터라 그 점은 좀 많이 싫었습니다


지리산 종주 하면 운해를 자주 얘기하시는데
둘째날은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오전까지만 운해가 간간히 보이고 오후부터는 걍 평범하더라구요


근데 애초에 제가 바랬던건 주변에 나무도 뭣도 아무것도 없는 그런 능선 주변에 운해가 있는 점 까다로운 상황이기도 하고

애초에 산의 경치에 감흥을 못느끼는 편이라
앞서 말했듯이 등산할 때도 경치 보려고 등산하기보다 힘드려고 등산하는거라

운해를 많이 못보는 것에 큰 감흥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능선이 위에서 말한, 주변에 나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그저 하늘에 가장 가까운 대지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평지에 가깝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뭐 아니더라구요
그래고 장터목 가까이 가면서 고도도 높아짐으로 큰나무가 거의 없고 개인적으로 바란 능선 좀 비슷한 지형이라 좋았습니다
(비록 평지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바위와 구름을 가장 좋아합니다


중축 중인 벽소령 대피소를 지나 세석 대피소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다행이 여기서는 햇반을 데워줌으로 스팸이랑 같이 먹었습니다 근데 제가 스팸을 산에서 처음먹는데 진짜 더럽게 짜고 역하더라구요

그래서 하나 더 사서 먹는데도 도저히 못먹겠어서 남은 건 스팸캔에 다시 담아 나중에 먹으려고 뒀습니다

그건 그렇고 세석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 모두 쓰고 배터리 용량도 커서 전자레인지 데우는 서비스도 한다더군요

아 우표도 샀습니다
덧붙여서 혹시 세석에서 화장실 가고싶으시면 3.4km를 걸어 장터목까지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벽소령중축이 문제가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 장터목에 가까울수록 하늘에 가까워졌고 다른 등산객들도 거의 안보이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끝없는 산길을 힘들게 끊임없이 오르다보면
마치 이 산에, 대지에, 하늘에, 세상에 저 밖에 없다는 황홀감(?)에 빠지게 됩니다

다른 분에겐 황홀감이 아닐지 모르지만
이 드넓은 산에 오직 저 하나라는게 왠지 굉장히 좋았습니다


암튼 그렇게 고산지대느낌이 물씬 나는 산행길을 거쳐 드디어 4시 반에 장터목에 도착했습니다

세석에서 남은 밥을 먹으려는데 장터목은 햇반을 안데워줘서 그냥 생햇반을 먹었습니다
여전히 토할거 같았습니다;;

다음날 일출은 5시 20분이라고 했지만
혹시 몰라서 좀 더 빨리 알람을 맞춰놨습니다



셋째날

장터목 - 대원사 13.4km 7시간

사실 거의 못잤습니다 한 4시간정도?
바로 옆자리 아저씨가 진짜 오지게 이빨을 갈아서... 아마 3호실 모두가 제대로 못잤을 겁니다

알람은 3시에 맞춰놨지만 옆옆 아저씨들 3분이 2시 반에 일어나시길래 잠도 안오고 저도 그쯤 일어났습니다


맨 처음에 말한 지리산 첫 등반 때 야간산행을 했는데 오지게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은 후 야생동물 공포증같은게 생겨서

가급적 야간산행할 때는 다른 분들과 같이 하려고 좀 기다렸는데 몇분 기다려도 올라갈 기미도 없고 한 분은 먼저 간거 같아 저도 2시 40분쯤에 출발했습니다


갤러분들이 말씀하신대로 그렇게까지 거칠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거칠기는 했습니다

낮에도 1km 산행은 끝이 안보이는데 야간의 1.7km는 영원한 밤처럼 느껴지기 충분했습니다


하늘을 보니 정말 오랜만에 보는 선명한 별천지가 저를 압도했습니다

희미하지만 분명한 은하수도 보였습니다

열심히 오르고 있었기도 하고 야간에 가만히 있기에는 야생동물이 무서워서 진득히 감상하지는 못했지만요


밤하늘 뿐 아니라 저 아래 밤의 대지에도 마을에서 반짝이는 별들 무척이나 선명했습니다

새벽 3시정도였는데 매우 부지런들 하네요
낮에 보는 대지보다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지리산 최정상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도착시간은 3시 40분 딱 한시간 걸렸습니다

진짜 바람이 겁나게 세고 엄청 춥더라구요
해 뜰 때까지 1시간 40분 뭐할지...
먼저 간줄 알았던 아저씨도 없고

2018년 5월 14일의 최초 등반자는 저입니다


휴대폰 게임도 하고 등산애니도 보면서 기다리니까 알람 맞춰놓으셨던 아저씨들이 올라오더군요 멀리서 불빛이 보이길래 제가 불빛을 좀 흔드니 그쪽에서도 화답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점점 올라오기 시작하고
모두가 해돋이를 기다렸습니다
구름이 좀 끼었길래 제대로 못볼거 같았는데
제대로 봤습니다


표현하자면 마치 하늘에서 황금알이 태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불타듯이 빨갛지도 상냥하게 노랗지도 않은,
그저 아름다움 그 자체인 황금색 태양이었습니다


직접 탄생을 지켜본 14일의 태양은 오늘 하루종일 조금 특별했습니다



적당히 보고 바로 하산했습니다
근데 길을 착각해서 중산리쪽으로 좀 내려가다 300미터를 다시 올라와서 대원사로 다시 내려갔습니다

치밭목 대피소를 거쳤는데 거긴 스탬프도 안찍어주고 데이터도 안터지더군요 혹시 참고하시길
초코파이만 사먹고 내려왔습니다


걷다보니 화대종주만 있고 화중종주가 왜 없는지 알겠더라구요

대원사 가는길 진짜 미치도록 거칩니다
안그래도 고관절 발목 무릎 다 찢어들듯 했는데 진짜 내려가다가 장애인되는거 아닌가 싶을정도...

3일째라 그런걸지도 모르겠만 체감상 길이 진짜 엄청 거칩니다


유평까지 2키로 정도 남았을 때 뒤에 아저씨가 같이 내려가고 있었는데
솔직히 쉬고싶었지만 추월당하고 싶지 않아서 결국 치밭목에서 유평까지 한번도 안쉬고 한번에 내려왔습니다

물론 유평은 제가 먼저 도착했습니다
아저씨도 뒤이어 도착하시고 저한테 수고했다고 해주시더라구요
매우 기뻤습니다


그리고 포장된, 약간의 급한 내리막길을 걷다보니 문명의 아스팔트 평지가 보였고 그대로 대원사까지 또 계속 걸었습니다

사실 걸으면서 엄청 소리질렀습니다
그 힘겨운 2박 3일이 드디어 끝났구나
드디어 끝났구나

대원사에 도착하고 뭐 타는데가 안보여서 바로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타는건가 싶어
그냥 지나쳤는데 가다가 검색해보니

진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1시간 6분걸린다고 해서 이거 뭔가 잘못됐다 싶어 다시 돌아오다가
그 유평까지 뒤에 계셨던 아저씨와 마주쳤습니다

감사히도 좀 더 가야 버스 탈 수 있다고 알려주셔서 또 걷고 조금 기다리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제 버스값까지 내주시더라구요 저는 하드라도 하나 사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1시간 좀 더 걸려서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종주가 완벽히 끝났다고 해도 괜찮겠죠


최종적으로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비는 내렸고 운해는 부족했고 하늘에 가까운 대지는 곳곳에 있었고 일출은 아름다웠고 굉장히 힘들고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고생하여, 종합적으로 매우 좋았습니다

다만 그 어떤 것으로도 변호가 안되는게 있다면
진짜 제가 가져온 음식이 다 쓰레기였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나중에 갈 때는 먹을거만큼은 제대로 챙겨야겠습니다

체력적으로는 하산할 때쯤 큰 문제없었고
상체도 괜찮았지만 하체 관절이 매우 문제가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정도로 특히 고관절쪽이 찢어들듯 아팠습니다



종주에서 한가지 분명하게 느낀점이 있다면
무한에도 끝이 있다는 것 같습니다
등산도 정상에서의 기다림도 하산도
끝이 없을것 같았었지만 결국 끝이있으니 저는 지금 목욕하고 파스로 몸을 도배하고 치킨을 먹고있는거겠죠

좀더 잘 쓰고싶었는데 날이 너무 늦어서 조금 허겁지겁 쓰게 됐네요
사진은 나중에 현상하면 따로 제대로 된걸 20일쯤에 올리겠습니다

다들 산꾼들이시고 지리산 종주가 이렇게 호들갑 떨 일도 아닐텐데 정말 많은 관심과 깊은 조언해주셔서 너무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되시길 바랍니다

- dc official App


출처: 등산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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