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2주 전에 쓴 김윤아 4집 <타인의 고통> 내맘대로 쓴 리뷰...

Acedrag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3.20 22:22:50
조회 1018 추천 19 댓글 4

														


   참고로 내 SNS에 쓴 글을 그대로 옮겨와서 갤질용 말투가 아닌 점 양해바람...ㅋㅋ


   이 글을 쓴 내 음약 취향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하자면(그래야 아래 글에 대해 이해가 잘 될 것 같기도...ㅜㅜㅋㅋㅋ), 난 5.5집 <청춘예찬>이 나왔을 때 자우림 팬이 됐었고, 당시 사춘기라 그랬는지 어쨌는지 좀 딥다크하게(...) 자우림 노래에 파고들었었음. 그러다가 다른 음악도 좀 들어볼까? 생각난 게 고등학교 2학년 끝날 때 즈음...-_-;; 그리고 대학교에서는 통기타 치면서 부르는 민중가요에 빠져서 지금도 자우림 다음으로 좋아하고 있고, 그 외에 포크송 위주로 인디 가수 음악도 두루두루 들음. 요즘에 빠져 있는 건 얼마 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상 받은 가수 '이랑'과 최우수 포크 음반상 받은 가수 '이민휘'.. 이민휘는 무키무키만만수 때부터 좋아했고 이랑은 작년 가을 쯤부터 알았는데 둘 다 상 받는 거 보고 좀 신기하긴 했지(...)


   여튼 그러다가 얼마 전 3월 5일 일요일에 앵콜 콘서트를 가서 엄청나게 감명을 받고, 콘서트 후기를 쓰려다가... 아 내가 콘서트 후기를 쓰기엔 아직 글 쓰는 것도 부족하고 그렇구나... 해서 일종의 사전 작업;;으로 김윤아 4집 리뷰를 새벽 감성으로 쓱쓱 써버렸음. 그리고 날 밤을 새워버렸고요,,, 콘서트 후기는 쓴다 쓴다 하고 아직도 못 쓰고 있...ㅜㅜ


   콘서트 듣고 온 새벽에 약간 몽롱한 듯 비현실적인 마음 상태로 쓴 글이라 여기다가 공유할까 말까 했는데, 그냥 자갤러들에게 내 감상은 이렇습니다..하고 보여주고 싶어서 남김. 리뷰 겸 내 나름의 비평이니 찬성이든 반대든 모든 비평에 대한 비평도 (쪼금 무섭지만<) 환영합니다...!


   콘서트 끝나고 현장에서 사온 앨범을 들으면서.


   선공개 되었던 키리에, 안녕, 유리를 들으면서, 그리고 4집 앨범을 들으면서 "드디어 때가 되어, 이렇게 되었다."고 느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이해하는 노래가 나왔다.


   1집, 2집에서 김윤아는 화자 자신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 밖 타인/세계와의 소통불가능성(담, Tango of 2, City of Soul, 블루 크리스마스 등)으로 인해 상처받아서 혼자서 답답해하고(가끔씩, Regrets, 파애 등) 분노하다가(증오는 나의 힘 등)하지만, 또 그 소통불가능성 때문에 어디다가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혼자 절망하고 포기하는 이야기(야상곡, 봄이 오면 등. 이게 조금 비뚤어지면 미저리가 된다...)를 했다. 이 때에도 모든 것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긴 했다. Girl Talk이 있었으니까.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게 될 것을 알기에,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더 납득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고, 바꿀 수 없는 과거로 소용 없는 위로의 말을,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나에게 위로로 다시 돌아오게 될 그런 말을 하는 노래가 하나 정돈 있었다. 다시 말해, 하나 밖에 없었다.


   3집에서 김윤아는 조금 바뀐다. 이전 앨범에서 노래의 화자가 자신에게 닥친 불행-소통불가능성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분노와 절망, 다시 일어남과 포기 사이에서 불안정하게 흔들렸다면, 이제 3집의 화자는 자신의 불행이 숙명적이거나 최소한 소통불가능성을 극복하려는 자신의 힘이 매우 미약함을 받아들인다.(이상한 세상의 릴리스, 도쿄 블루스, 비밀의 정원, 얼음 소녀, 이상한 이야기. 이상한 이야기는 생식生殖 즉 여성의 월경에 대한 곡인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반복되는 것을 말하는 '이상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자신에게 지워진 굴레에 대한 곡이다.) 그래서 곡들에 쌓이는 절망도 이전처럼 이해하지 못해 혼돈에 빠진 이의 숨을 거칠게 내쉬는 절망이 아닌, 자신과 세상 사이의 소통이란 것이 본래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깨달은 자의 착 가라앉은 절망, 우울에 가깝다.(가만히 두세요, 착한 소녀, Summer Garden) 분노 또한 뜨겁게 타오르는 분노에서 차갑기 짝이 없는 분노로 바뀐다.(검은 강) 그리고 여기서 김윤아는 한 발 더 나아가는데, 이러한 불행에 빠져 있는 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에게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고 이를 노래한다.(Going Home, Cat Song.)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계기 중 하나가 자신의 아이에 대한 노래인 <에뜨왈르>인데, 몇몇 인터뷰에서 김윤아는 아이가 생기고 자신이 돌보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생김으로 인해서 많은 것을 새로이 알아가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3집에서 가장 따뜻하게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에뜨왈르>는 김윤아, 그러니까 앨범의 화자가 소통 불가능성의 숙명적 성격을 깨닫고 절망하는 걸 넘어 이러한 운명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강한 설득력을 부여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3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Cat Song>이다. "태어나고 사는 것이 너의 잘못도 아닌데, 태어나서 살았으니 행복하면 좋을 걸 (...) 어디에서 무엇으로 내가 고른 것도 아닌데, 태어나서 사는 것이 다 행복하면 좋을 걸. 랄라 랄라 콧노래 슬픔을 속이려 부르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네." 다친 길고양이와 찻길에서 죽어가는 강아지에 대한 아주 강렬한 연민. 낳아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태어나고 싶었던 적이 없었는데 대체 무슨 잘못을 그렇게나 했길래. 그리고 결국엔 그 근원적인 부분을 어떻게 해줄 수는 없기에 이렇게 노래만 부르고 있는 화자 자기 자신에 대한 노래.


   이런 흐름에서 볼 때, 4집 앨범의 제목이자 4집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인 "타인의 고통"은 어쩌면 1,2집과 3집을 차례로 만들어낸 아티스트가 그 흐름을 완성하기 위하여 보여주어야 할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위치에서 머무르지 않고 애초에 걷기로 마음 먹은 길을 거침없이 걸어가는 것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운-과 그 운을 활용할 경륜-이 필요함을 생각해 보면, 그 흐름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흔들림 없이 이끌어나가는 김윤아느님은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ㅋㅋ)


   김윤아느님은 앨범 제목에 대해서 대략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 중 어느 것으로 할지 고민하다 <타인의 고통>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나야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는 그게 어떤 책이라더라 하는 것만 건너 들어서 알고, <타인의 고통>은 여기저기 인용된 토막글들을 보았을 뿐이라(읽어봐야겠다...) 다소 조심스러우나, 만약 나더러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더라도 당연히 "타인의 고통"을 앨범 제목으로 꼽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윤아 4집에 담긴 노래들은는, 나와 너 사이에 놓인 '이해를 가로막는 담'의 숙명적인 성격에 대한 깨달음에서 더 나아가 세상 모두가 그러한 운명 속에 살아감을 깨달은 화자가, 깨달음의 순간 사무치듯이 느꼈던 연민에 몸을 떠는 일 또한 넘어서 이제 타인의 얼굴을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겠다는 어떤 다짐에 의해 나온 노래들이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거리, 그 사이의 균열에 절망하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던 앨범의 화자가 그 균열을 감수한 채로 현실에서 타인과 마주하기로 결심하고 발걸음을 나섰다. 그렇기 때문에 김윤아 4집의 노래들은 지난 앨범에 없었던, 엄청 새로운 어떤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시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김윤아 솔로 앨범 작업과 자우림에서 시도했던 음악적 성과들을 전부 다 끌어와서, 치밀한 짜임새 안에서 아주 밀도있게 풀어낸다. 가령 <키리에>에 나오는, 산소마스크를 대고 거칠게 숨을 쉬는 듯한 소리나 의료기기를 연상케하는 소리는 3집 수록곡인 <이상한 나라의 릴리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김윤아 4집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것은 가사와 이야기이다.


   김윤아 4집을 이전의 김윤아의 노래에는, '너'가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가끔 '너', '당신', '님'이 나오긴 하지만, 그건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필요해서 나온 것에 가깝다. 하지만 김윤아 4집에는 '너'와 '우리'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이 때의 '우리'와 '너'를 이야기할 때에는 대부분이 정말로 '너'의 귀에 대고 노래하고, '우리'들에게 말한다. 급기야 <은지>같은 노래는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여성이 그 노래의 주인공이다.


   물론 이전 앨범에서의 여정을 거쳐 온 만큼, 여전히 타인과의 만남이 잘 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은 남아있다. 특히 <강>이 그렇다. 1번 트랙은 갈대밭에 바람이 부는 소리이고, 2번 트랙 <강>이 여기에서 바로 이어지는데, 이렇게 잘린 이유는 그냥 라디오 등지에서 틀 때 뒤에 노래가 너무 길면 힘들어서 라고 한다... 하긴 <강>이 6분 37초니까 앞에 45초짜리 바람 소리까지 하면... 요즘 나오는 노래 치곤 좀 길긴 하다. 어쨌거나, <강>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타인에게 진정으로 가닿지는 못할 거라는 불안감, 그로 인한 슬픔과 우울은 여전히 중요한 주제로 나타난다. 타인을 마주하기 위한 길이 과연 가능할지, 어떤 결과를 맺을 수 있기는 한지 여전히 불안하다. 그리고 다음 곡 <유리>에서 화자의 '외부로의 발걸음'이 시작된다. "우리는 유리처럼 나약해 곧잘 깨져서는 서로를 할퀴네 ... 서로의 품 안에서도 우리들은 외로워서 괴로워서 ... 언젠가는 무언가를 찾으리라 자신을 위로하며 매일을 이어가지 ...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가사 속에서 김윤아는 여전히 사람이란 서로를 상처입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대체 왜 우리가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화를 내거나 절망하지는 않는다. 인생이 그렇구나, 그렇게들 살아가는 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가사는, 이전 앨범에서처럼 반어적 표현이지만은 않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이 <키리에>이다. <키리에>는 2016년 4월(!)에 선공개되었는데, '너'를 잃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후 느껴지는 고통을 격렬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나, 그 해 늦가을에 발매되는 앨범에서 굳이 4월에 선공개를 했다는 점, '키리에'가 신에게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 기도문의 라틴어 이름이라는 점 등을 두고 아마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나름의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것이 아니겠느냔 추측이 있었다. 나도 <키리에>를 알고 곧바로 그런 추측을 했었고... 그리고 그때 내 생각은 딱 다음과 같았다. "누나... 좀 늦으셨네요..." 뭐 이런 생각. 하지만 그래서 밉지는 않았다. 아마 김윤아도 자신이 늦은 걸 아주 잘 알았을 것이다. 어쩌면 김윤아의 노래를 지금의 4집으로 이끈 건 1,2집과 3집에서 이어지는 흐름을 따른 것 외에도 2014년 4월의 어마어마한 충격때문일 테지. 세월호 참사 이후, 2014년 5월 음악프로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마련한 특집 화에서 김윤아는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Going Home>을 불렀었다. 물론 <Going Home>에 담겨서 휘몰아친 그 감정은 참으로 소중하고 또 무거운 것이었지만, 음악으로 예술을 하는 김윤아에게 <Going Home>이 과연 충분하게 느껴졌을까? 아마 전혀 그렇지 않았을 테고 그래서 김윤아는 그 때의 충격으로 잠시 음악을 손에서 놓아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이미 2014년 4월 참사가 발생한 그 시점에서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김윤아의 음악 세계 안에 그 비참함을 그 비참함의 세밀한 성격까지 온전히 담아 낼 노래가 없었다. 비참함도 절망도 다 있었고 누구보다 깊은 그릇 안에 그것들을 담아 왔지만, 그 그릇은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이의 것을 담고 또 우리 모두의 것을 담아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미 늦어버린 것이다.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허겁지겁 면피할 만한 어떤 걸 내놓기보다 그 충격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붙여서, 자신의 음악을 다음 길로 나아가도록 만든 결과물이 4집 앨범 <타인의 고통>이고 <키리에>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2016년 4월의 <키리에> 선공개는, 늦었으나 늦었다고 뭐라고 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저도 늦었어요. 이제 같이 가면 되겠네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키리에>는 지옥같은 절망에 대한 노래인 것이다. 1집, 2집, 3집을 거쳐서, 자신의 내면만을 바라보다 겨우 바깥을 바라보게 된 화자가, 자신이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둔 동안 더 손 쓸 수 없게 되어버린 세상의 비극 앞에서 무너져내리는 노래. 천둥같은 슬픔과 자신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스스로를 지옥에 몰아넣고 있는 사람에 대한 노래.


   앞에서의 깊은 슬픔 이후에 나오는 노래인 <독>과 <은지>는 그래서 일종의 반성문이다...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너를 구할 수 없어 ... 누구의 체온으로도 단단한 너의 외로움 녹일 수 없어 ... 내가 널 구할 수 없었을까 누군가 너를 구할 수 없었을까"라고 노래하는 <독>에서, 화자의 "내가 널 구할 수 없었을까"라는 말은 "내가 너무 늦었다"는 고백이다. 더욱이 그 이전 앨범들에서 화자 또한 그 단단한 외로움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고 그래서 그게 얼마나 깊고 또 깊은지 알기 때문에, 자신이 일찍 바깥의 '너'에게 당도했더라면 무언가를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은지>에서 화자는 "눈부시던 날카롭던 황홀하던 너는 일상의 건조함 속에 시들어가겠지 타고 남은 회색의 재처럼. 은지야, 우리들은 왜 태어났을까"라고 노래하는데, <은지>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김윤아는 이 노래의 '은지'가 실제로 많은 사람에게 힘을 주는-그래서 김윤아가 존경하는- 아주 밝은 성격의 젊은 여성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을 이야기하면서, 사랑하는 이 때문에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넣게 되어버린 여성들을 위해 <은지>를 만들었다고도 했다. 이렇게 봤을 때, <은지>라는 곡에서 특히 김윤아가 마주하고자 한 타인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살아온 여성들이다. 원래부터 김윤아는 자신의 솔로 앨범 작업에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놓지 않아왔기 때문에, 외부의 타자를 마주하려는 김윤아의 여정 첫머리에 여성이 있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그렇기에 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이 휩쓸리게 되는 인생의 굴곡을 이야기하고는, "우리들은 왜 태어났을까"라는 말로, 사과 아닌 사과를 한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앞에서 말한 <Cat Song>이 생각난다. "태어나고 사는 것이 너의 잘못도 아닌데, 태어나서 살았으니 행복하면 좋을 걸". 그러나 3집에서처럼 혼잣말로 웅얼거리는 게 아니라, '은지'에게 (비록 말 표현은 그 반대쪽에 있지만)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글쎄, 그리고 이건 좀 무리한 추측이지만, '은지'가 아직 회색의 재로 시들지 않은 젊은 여성을 상징한다면, "~하겠지"란 말로 미래의 일을 가정하듯이 말하고 있다면, 그 다음에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무언갈 해보자"는 노래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네.


   그 다음 노래가, 타이틀 곡인 <꿈>. 가사로 많은 위로를 전하는 노래다. 딱히 무슨 힘을 주지는 않지만, 어떤 힘도 굳이 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큰 긍정이 되고 위로가 된다. 자신이 자신의 내면 안에서 방황하던 때를 부정하고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방황이 모두에게 있음을 알고 그게 얼마나 깊고 또 고유해서 누가 무어라 쉽게 말할 수가 없는 것을 아니까. 그냥 조용히 옆에 앉아 사람들이 자신들의 불안과 슬픔을 감당할 수는 있도록, 자신이 그렇게 했었듯 자신 안의 숙명적인 것들을 그 자체로 긍정하고 그럼으로써 후회에 빠지지 않도록, 긍정해줄 뿐이다.


   그래서 타인을 본격적으로 마주하기 시작한 김윤아는 다시 <타인의 고통>이라는 반성문을 꺼내든다. "미안해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았어 비겁한 무력한 이런 나라서 너무 미안해 ... 한 방울 한 방울 너의 눈을 적시던 눈물을 헤아려보네 하나 둘 한없이 너의 마음에 쌓이던 의문을 되뇌어보네 ... 너에게 상처만 준 걸 알아 미안해 너무 미안해 너의 눈물을 닦아주고파" 김윤아 4집의 노래가 이전의 앨범들에 비해 다소 직설적이고 솔직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이렇게 말하려니 이상하지만, 날 것 같은 가사이다. 가사를 싣고 흐르는 멜로디와 사운드도 몽환적인듯 속삭이는듯하면서 가사의 솔직함을 최대한 드러내려고 한달까. 같은 반성문이지만 앞의 <독>과 <은지>는 조금 서투르게, 에두름을 벗지 못한 체 사과한다면, <타인의 고통>에서는 절절하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드러내어 인정하고,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밝힌다. '책임지는 사과문'인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고 그래서 그런 자신에게 남은 책임은 또 무엇인지 밝히는. 어쩌면 이게 이 다음 김윤아의 음악이 나아갈 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하는.. 희망사항..ㅋㅋ


   <안녕>과 <다 지나간다>는, 앨범 즉 타인과의 만남이 또 한 번 마무리되는 순간에, 다음 번 만남까지 남아있을 위로를 건내기 위한 노래이다. <안녕>은 만남 뒤의 헤어짐을 "인연에도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가 봐 ... 다만 행복하길 바랄 뿐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 사람들 모두 그렇듯 안녕하고 그냥 스쳐 지나면 돼 ... 안녕"이라는 가사로 위로한다. 어떤 실수나 잘못으로 찢기듯 헤어지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가운데에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하는 거라고. 여기에서 앨범의 화자는 지난 앨범에서의 모습과 아주 다른 모습임이 확실해지는데, 이전 앨범에서는 이렇게 "인연에도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의 행복을 바라지도 못했고 스쳐 지나갈 수 없어 인연을 마구잡이로 붙들려다가 상처투성이가 되곤 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 지나간다>에서 화자는 "괴로운 순간들이면 나도 모르게 기도처럼 읊조리며 나를 다독인다. 다 지나간다. 다 잊혀진다. 상처는 아물어 언젠가는 꽃으로 피어난다. 다 지나간다. 모두 지워진다. 시간은 흐른다. 상처는 아물어 사라진다."라며 자신을 다독인다. 김윤아는 이렇게 이전의 1,2,3집에서 했던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게끔, 화자에 자신을 이입해서 화자가 자신에게 건내는 이야기를 똑같이 내가 나에게 건내는 방식으로 노래에 빠져들게끔 한다.


   그리고 앨범 마지막에, <다 지나간다>가 있음으로 해서 김윤아 4집에서 외부의 타자를 향해 여정을 떠난 화자가 지난 1,2,3집 앨범의 화자와 서사적 연속성을 갖고 있음이 명확해 진다. 이전 앨범에서 수렁에 빠진 것처럼 고통스러워 하던 화자가 이번 앨범에서 갑자기 훌훌 털어버리고 성장해버린 뒤에 "나는 이렇게 한 단계 앞으로 왔단다. 너네도 이리로 와 봐!"하고 이야기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3집에서 드디어 내면의 우울에서 한 걸음 딛기 시작한 화자가 4집을 통해 내친 걸음을 계속 걸어가다 그 걸음의 마지막에서 조심스레 떨리는 숨을 몰아쉬는 이 장면으로 인해, (김윤아가 <꿈>의 소개말에서 항상 하는 말처럼) 자신은 몇몇 우연한 계기로 인해 조금 먼저 바깥 세상으로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뿐, 사실은 그 걸음들 사이에서 만난 다른 상처입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김윤아 4집 중 이 <다 지나간다>에 가장 정이 간다...


   김윤아의 다음 음악은, 어디로 향할까? 4집에서 첫 발걸음 이후 절망과 미안함을 느끼고 반성하고 위로를 건낸 다음은? 더 많은 위로를 전하기 위해 각자의 상처를 부여잡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세상 이곳 저곳을 유랑할 수도 있다. 아니면, 김윤아느님이 <꿈>에 대 이야기할 때마다 가끔씩 힌트(!)처럼 나오듯이, "꿈을 꾸는 사람이, 스스로를 다치게 할 만큼 그렇게까지 노력하지 않아도 꿈을 이룰 수 있는, 자신의 꿈을 간직하고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런 노래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은지>의 은지가 자신의 색과 향기를 간직할 수 있는 세상, <키리에>의 지옥 같은 고통이 없는 세상, <독>에 등장하는 외로움에 갇힌 사람이 자신의 내면 속 외로움을 긍정하고 다루어낼 수 있도록 지켜봐줄 수 있는 세상, 아무리 해도 <유리>에서처럼 서로를 할퀴는 일은 계속 되고 <강>에서처럼 우리가 서로에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닿을 수 있는 날은 오지 않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상처가 나을 것을 믿을 수 있고 너를 향해 흘러가는 강물의 힘찬 물소리는 서로에게 들릴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위한 노래들을. 사실 나는 김윤아가 다음 앨범에선 이런 노래들을 부르기를 바란다. 물론 아니어도 괜찮구요. 언제나 그랬듯 김윤아느님은 나를 설득해주실 것이다... 그렇게 솔로 1, 2, 3집에서 설득당했기에 4집을 또 기대했던 거고 또 5집을 기대하는 거고...


   김윤아 4집이 너무나도 좋은 이유가 그것이다. 내가 김윤아에게 불러주었으면 하고 바랐던 노래가 나왔다. 그리고 어쨌거나 나의 영원한 본진(..)은 자우림과 김윤아이기 때문에, 김윤아의 음악 세계가 넓어질 수록 나의 홈그라운드가 넓어진달까... 좋다. 좋아.



추천 비추천

19

고정닉 3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공지 ★ε♡з§ 자우림 갤러리 통합공지 Ver1.0 §ε♡з★ [1011] 살로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5.31 22715 65
공지 자갤 화이팅 [653] 휴지필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08.18 21089 100
공지 ■□■□ 자우림 갤러리 바른말 고운말 사용합시다 □■□■ [158] 개념업ㅂ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6.28 13882 64
공지 자우림 갤러리 이용 안내 [325] 운영자 08.06.17 93792 14
113112 해피엔딩 빼고 다 별로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6 25 0
113111 멜로디 문제임 자갤러(59.16) 01:48 82 2
113110 부사의정원 ㅋㅋ 자갤러(182.231) 01:47 65 1
113109 재탕도 재탕인데.. [1] 자갤러(106.102) 00:49 144 2
113108 솔콘까지 재탕 오지네... 자갤러(118.235) 00:46 114 4
113107 장밋빛 인생 자갤러(114.122) 00:29 97 2
113106 진짜 윤느 이제 지는 해인가? [6] 자갤러(106.102) 00:21 217 1
113105 메가히트곡하고 단순 비교하기는 뭐하지만 [2] ㅇㅇ(118.235) 00:18 153 2
113104 나 11집 이후 입갤했는데 [2] 자갤러(106.102) 00:10 139 0
113103 아 그래서 5집 언제 나온다고?? (114.122) 00:09 101 3
113102 체취 가사.. [3] 자갤러(106.102) 00:05 167 1
113101 그냥 갤주 말마따라 자갤러(124.50) 04.25 121 2
113100 앨범감상 [3] ㅇㅇ(58.143) 04.25 191 15
113099 주제 그만 돌려썼으면..; 자갤러(106.102) 04.25 123 3
113098 근데 세션 소리가 진짜 잘들렸음 자갤러(58.234) 04.25 96 0
113097 2열 op 시야 짤 없지요…? 자갤러(122.34) 04.25 70 0
113096 앨범도 공연도 많이 아쉬움 [1] 자갤러(223.38) 04.25 182 2
113095 계속 돌리고 있는데 [2] 자갤러(114.122) 04.25 134 1
113094 평론가 서정민갑 공연평 ㅇㅇ(211.210) 04.25 156 1
113093 이쯤되면 솔직히 진지하게 궁금해짐 [2] ㅇㅇ(211.234) 04.25 243 4
113091 주륵주륵주륵주륵 누구 아이디어일까 자갤러(39.7) 04.25 139 1
113090 이 곡 안 불러줘서 아쉬움 자갤러(223.38) 04.25 112 1
113089 갠적인 솔로앨범 순위 [1] 자갤러(118.235) 04.25 150 2
113088 행사콘때 이곡 아쉬웠는데 [1] 자갤러(118.235) 04.25 149 0
113087 난 아직 화나는게 해피엔딩 ㅋㅋ [5] 자갤러(106.102) 04.25 253 3
113086 장미빛은 뭔가 자주할거같음 자갤러(106.101) 04.25 93 1
113085 근데 진짜 전체적으로 5집 너무 안 좋다... [1] 자갤러(106.102) 04.25 194 1
113084 스포) 킹받았던 포인트 / 좋았던 곡 [3] 자갤러(211.234) 04.25 219 1
113083 진짜 여신임 ㅜ 자갤러(106.101) 04.25 132 2
113082 18~20열은 잘 안보여? 자갤러(118.235) 04.25 56 0
113081 엘아센 그냥 5열은 무대랑 거리 어느정도임? [2] 자갤러(118.235) 04.25 89 0
113080 op석 시야 어땠어? [5] 자갤러(58.140) 04.25 137 0
113079 이곡 어땠어? [3] 자갤러(118.235) 04.25 129 1
113078 콘서트 사진 첨부 [3] 자갤러(211.36) 04.25 210 1
113077 그리고 1층보다는 2층이 낫겠더라 자갤러(106.101) 04.25 117 0
113076 솔콘 셋리 [12] 자갤러(106.101) 04.25 319 3
113075 약간 루즈하고 지루했지만 [4] 자갤러(211.36) 04.25 228 1
113074 역대급 솔콘 [1] 자갤러(1.217) 04.25 176 3
113072 오늘 콘서트 몇시간했나요 [1] 자갤러(110.15) 04.25 132 1
113071 목컨디션 미쳤음 진짜 [3] 자갤러(106.102) 04.25 230 3
113070 종언 뮤비는 자갤러(114.122) 04.25 85 1
113069 행복을 바라는게 잘못인가요 저음 너무좋다 자갤러(118.235) 04.25 70 2
113068 종언 vs 장밋빛 인생 자갤러(118.235) 04.25 118 0
113067 난 좋아서 계속 돌려 듣는 중! 자갤러(119.70) 04.25 95 4
113066 관능소설 앨범 이름만 봤을때는 유리가면같은 느낌일거같았는데 자갤러(118.235) 04.25 123 0
113065 오늘 선규옹 진만옹 오심 ㅇㅇ(106.101) 04.25 129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