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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_22앱에서 작성

Or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4.29 04: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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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금세 마음을 접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짚이는 데가 있었다. 간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준 만큼 그가 요리에 간을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가게 안은 무겁고 씁쓸한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나 역시 말이 없었다. 위로해주고 싶어도 어떻게 운을 떼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때, 점원이 양 손에 찻잔을 든 채 가까이 다가왔다. 하나는 과장 좀 보태 눈알만큼 작았고, 다른 하나는 이상할 정도로 큼지막했다. 그는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에스프레소랑 카페라... 앗!"

눈 깜짝할 사이 뜨끈한 커피가 쏟아졌다. 하필이면 커다란 컵을 엎지르는 바람에 테이블이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불쾌함이었다. 사방에 흘러내린 커피가 옷과 신발 속으로 스며들기까지 하니 당장에라도 역정을 내고 싶었다.

그러나 점원의 손가락을 확인한 순간, 그 감정은 순식간에 누그러졌다. 새하얀 손가락 위에 마치 나무껍질처럼 딱딱한 뭔가가 뒤덮여 있었다. 꼭 발굽과 손을 한 데 합쳐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내가 그를 보며 느낀 감정은 원래 있던 세상에서 장애인을 보며 느꼈던 것과 완전히 같았다.

한동안 불편한 침묵만이 흘렀다. 그 무거운 분위기를 눈치채기라도 한 것인지,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겨우 수건을 잡은 채 쏟아진 커피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꽤나 애를 먹고 있었다. 그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내뱉으며 겨우 흘러내린 커피를 닦아냈다.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세탁비는 지금 바로..."

"괜찮아요."

"네?"

"실수할 수도 있죠."

"그래도 제 잘못인데..."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정말 괜찮아요."

동정하는 모습을 대놓고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이해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하며 끝까지 세탁비를 거절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블렌드는 한 마디도 끼어들지 않았다. 그저 깊은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며 자신의 찻잔을 홀짝일 뿐이었다.

양 수인은 한참이 지나서야 머뭇거리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나는 턱을 괸 채 창밖을 내다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음료 말인데, 우리가 가져왔어야 하지 않았을까?"

"뭐?"

"아까 손을 봐버렸거든."

"자기 일인데 우리가 해버리면 저 녀석은 뭐 해먹고 살겠냐?"

"하긴, 그것도 그렇지? 근데 뭔가 배려해주고 싶어도 애매해서 못하겠어. 그냥 실수 했을 때 눈감아주는 것밖에는..."

"장애인이라고 다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만."

그가 무심하면서도 매섭게 대꾸했다.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는 결코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반박하려던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도로 입을 다물고 가만히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여느 때보다 진지한 눈빛이었다. 간절해보이기도 했고, 조금 슬퍼보이기도 했다. 나는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저런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나는 일단 지나가듯 그의 마음을 떠보았다.

"어... 왜 그렇게 생각해?"

"장애인이라도 일을 벌였으면 책임을 질 필요가 있으니까."

"그래...? 너 이렇게 무서운 성격인 줄은 몰랐는데."

"성격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거다."

단정짓는 말이었지만 단호함이 없었다. 나는 그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말을 왜 꺼냈느냐였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생각했다. 그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와 조금 전의 사건이 자꾸만 한 덩어리처럼 엮이는 것 같았다.

실마리가 풀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무래도 그는 여전히 과거의 죄책감을 덜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도망치듯 자리를 떠날 이유가 없었고, 이런 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마음을 정하니 할 말을 떠올리는 것은 쉬웠다. 나는 아이를 달래듯 나긋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블렌드, 아니라면 미안한데, 혹시 옛날 일 때문에 그러는 거야?"

"... 딱히."

"난 천재지변은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보거든. 폭풍 속에서 버스 운전하다가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친다고 해도, 그걸 운전자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해. 그 사람이 승객들 다 내버려두고 혼자 도망쳤다면 또 모르지만..."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너 분명히 경고 했었잖아. 그 요리 자주 먹으면 안 된다고. 그 시점에서 넌 이미 책임을 다한 거야. 안 그래?"

"... 이건 그거랑은 달라."

"결국 본질은 같다고 봐. 책임을 다 져야 한다느니, 당연하다느니,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

"그러니까, 나는 네가 좀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어.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일까지 자기탓으로 생각하면 세상 살기 힘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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