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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훈 에세이] 한강 종합 개발 프로젝트

운영자 2006.01.19 14:40:57
조회 2886 추천 0 댓글 5

3. 평화, 멀고도 험한 길

한강 종합 개발 프로젝트

  올림픽이 결정되자 한강 개발 계획은 절실한 과제로 부각되었으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당시 백문 장군이 사장으로 있던 한국종합개발공사가 내 제안에 따라 용역 발주서를 작성하여 박영수 서울시장에게 건의를 했고, 그 건의에 따라 한국종합개발공사가 실시설계사로 선정되어 실행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김포 공항에서 잠실 스타디움을 잇는 도로 건설 계획 등 할 일이 태산인데 정부가 너무 뒷짐만 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이때 김재익 박사가 나를 도와주었다. 나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 밑에 있던 김재익 경제수석을 찾아가 강력하게 도움을 청했다.

  “빨리 한강 종합 개발을 안 하면 올림픽을 반납하는 게 낫겠습니다. 올림픽 때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50만 이상이 될 텐데 그들에게 서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 줘야 합니다. 강서구에 있는 김포 공항에 내려서 강동구에 있는 올림픽 주경기장에 가려면 지금 어떤 길로 가겠습니까? 강변 도로를 내어 서울을 조망하면서 들어가면 좋지 않겠습니까? 이 계획은 시민의 세금이 드는 계획도 아닙니다. 한강과 지천에 모래도 많으니까 그 널린 모래를 건져서 골재로 팔면 건설 비용도 나옵니다. 이 계획에 대해서는 건설 전문가인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님도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김재익 수석과 나는 서울 올림픽에 이어 대덕연구단지와 연계한 대전 엑스포를 구상하고 있는 점에서 이미 상당한 교감이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한강 개발에 대해서도 김 수석과 무언 중에 생각이 교류되고 있음을 느꼈다. 더욱이 김 수석 밑에서 일하고 있는 김종구 건설 담당 비서관도 생각이 같은 사람이어서, 나는 이후 대전과 중부권을 비롯한 많은 국토 계획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이런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한강 개발 계획은 드디어 본격화되었다. 한강 양안(兩岸)으로 고수 부지를 만들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하고, 김포 공항에서 잠실까지 자동차 전용 도로를 만들어 동서 간을 잇는 동맥을 확보하고, 한강 물을 맑게 하여 물고기들이 뛰어 노는 2급수로 만들고……. 그것은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되는 경제 성장의 현실을 그대로 상징할 수 있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였다.

  예로부터 모든 임금들의 가장 큰 과제는 치수(治水)였고, 그 과제를 위해 크고 작은 공사가 끊이지 않았었다. 한강 개발은 서울 도읍 600년 역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치수(治水) 및 치시(治市)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항상 치산치수(治山治水)에 더하여 치시치해(治市治海)를 21세기 국가 경영의 주요 과제로 생각해 오고 있다.한강 개발은 강변을 연계해서 산맥뿐만 아니라 상류의 수계까지 생각한 것이다. 산맥과 수계의 조화를 이루면 그 사이사이에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정주(定住)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강 개발은 한강 수계 전체를 연결하고 충주댐 지역까지 아우르는 일인 동시에, 한반도 중간 지역을 광역적으로 개척하고 보호하는 일이었다. 나아가 나는 낙동강 상류와 연결시켜 부산, 김해 지역까지 구상을 펼쳐 보기로 했다. 그러자 부드럽게 그린 ‘을(乙)’ 자처럼 서울·경기 지역과 부산·경남 지역까지 예쁜 선이 연결되었다. 서울시는 나를 한강 개발 자문위원으로 위촉했고, 한강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새롭게 시작한 조경 분야가 많이 살아났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 한강 종합 개발은 도시 조경학적인 측면에서 서울 시민의 휴식 공간을 생각한 프로젝트였다. 아울러 공구를 부문별로 잘라서 각 건설회사에 배분했기 때문에 건설회사들 간에 시끄러운 싸움이나 야합 같은 것이 없었다.

  한편, 한강 개발 과정에서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이 나를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해 왔다. 최 회장은 나와 롯데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신동아그룹 사옥 건설에 관한 자문을 요청했고, 서울역 앞에 약 30층 규모의 건물을 지을 계획을 제시했다.나는 즉시 내 생각을 말했다.

  “정주영 회장님은 현대 사옥을 휘문고등학교 자리인 현재 도심 속을 택하셨지만 최 회장님께서는 앞으로 도심대가 되어야 할 한강변에다 100층 건물을 지으십시오.” 내 말에 배석했던 이 상무와 신 변호사가 자못 놀라는 눈치였다. 내가 이런 제안을 한 것은 한강 개발이 단순히 한강을 되살리는 치수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치수의 차원을 넘어 21세기 서울의 중심대를 한강 연변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변이 개발되어야 강남·북을 오가는 유동 인구가 생기고, 그래야만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계속 밀려올 건물 공간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4대문 안을 개발한다면 서울 역사도 죽고 교통 마비도 올 수 있었기 때문에, 일석삼조의 생각으로 한강 쪽에 규모가 큰 건물 배치를 유도한 것이다. 대규모 빌딩 유치는 원래 한강 개발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곳에 아파트밖에 없었기 때문에 스케일상 높이 지어도 무방한 데다 유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현대 사옥처럼 규모의 제한을 둘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어떤 한강변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마천루를 넣으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미래까지 내다보는 강변 경관도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제안을 받아들인 최 회장은 이제 그 계획을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 자문을 구했다. 나는 시카고에 있는 SOM(Skidmore Owing and Merril)이라는 회사를 소개하고, 한국 건축가로는 삼성생명 본사를 설계한 박춘명 씨를 소개했다.이렇게 해서 신동아그룹은 여의도 강변에다 당시 국내 최고층 사옥을 지었고, 그것이 현재의 63빌딩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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