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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김삿갓 백일장을 다녀왔다.

투르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10.07 15:20:53
조회 143 추천 0 댓글 1

 대학/일반부 산문

 아는 여자애가 뭐 자기 김삿갓 가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얘도 엽서시 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엽서시에서 깽판친 게 많아서 그런가 자기 친구들이나 시문화회관 친구들이 날 안다고, 막 실제로 보고 싶다 이런 말이 나왔단다. 그래서 어차피 할 짓도 없고, 백일장이라는 곳을 한 번쯤 가보고 싶었기에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지하철을 탓다.
 도착하여 살펴보니 아무래도 운문보단 산문의 수가 훨씬 적고, 역시 중고딩들의 수보다는 대학/일반부가 수가 더 적었다. 그래서 난이도가 중고딩 부로 쓰는 것과 비슷할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척 봐도 나 문창과생이오. 라고 얼굴에 써 붙이고 다니는 누나들이 삼삼오오 뭉쳐서 재잘대고 있질 않나, 중고딩들로부터 \'선생님\' 소리 듣는 아저씨들이 있질 않나. 난 처음부터 주눅이 들었다.
 그래도 먼 길 달려온 이상 포기하긴 이르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펜을 놀렸다. 시제는 \'잎새\'였는데 처음엔 어떻게 쓸지 종잡을 수 없었지만 아무튼 1200자 원고지를 가득 채워서 써서 냈다. 퇴고를 미친 듯이 하고 싶었지만 각잡고 써서 그런가 시간이 촉박했다.
 심사할 시간 동안 할 일도 없고 해서, 마침 향교 뒤편에 시인 김선우와의 문학 대담이라는 게 있다길래 중앙에 자리잡고 앉아 한참을 들었다. 주로 그 사람의 시에 대한 이야기였고 내가 진짜 궁금한 \'시\'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었다. 실제로 어떤 아저씨가 \'시랑 수필이랑 구분이 안 갑니다. 시를 알려주십시오.\' 식으로 말했지만 대충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걸 보고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 같기도 했다. 난 아직도 시가 뭔지 궁금하다.
 문학 대담이 끝나고 난 뒤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참가자가 많아 지체되었다며 30분을 더 기다렸다. 그 뒤 한참 동안 우수상부터 차례되로 발표했는데 그중에 내 이름은 없었다. 그래도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괜한 설레발이었나보다.
 집에 돌아오면서 잎새에 대한 생각을 깊게 했다. 시제가 왜 잎새였을까. 잎새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난 잎새를 하나의 상징으로 삼아서 글을 썼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또 그게 아니다. 집에 돌아와 아는 형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그래서 시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도 시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 하지만 필요하단다. 언어의 함축적 의미를 느끼기 위해서라도 배우는 게 좋다고 했다. 정말일까. 시를 제대로 알고 느낄 수 있으면 내가 보는 잎새의 뜻이 큰 폭으로 달라질까. 나는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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