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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하는 건 그럭저럭 재밌는 일이지 않니모바일에서 작성

levain(115.140) 2017.10.18 01:50:20
조회 263 추천 0 댓글 26




재인은 속껍질만 남은 밤을 물에서 건진 뒤 깎아내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휴일이면 가끔 마트에서 재료를 사와서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종류의 요리를 만드는 취미가 있다. 하지만 제사에 사용될 식재료를 손질한다는 건 왠지 신비로운 감상을 주었다. 그것은 단지 재인의 짐작이었지만, 밤을 깎는 건 할아버지나 큰아버지도 도맡아 해온 일이었으리라고 상상했고, 그래서 남자들만의 어떤 의례같다고 느꼈다.
맑고 투명한 물에 잠긴 밤의 부드러운 하얀 빛이 참으로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버지가 깎다가 금이 생긴 밤을 몇 조각 건네주었다. 부드득 이빨에 부서지는 밤이 달았다.
"재인아. 할아버지 묘에 가서 아빠랑 큰아빠랑 같이 절하자. 그럼 장난감 자동차를 사줄게."
그렇게 말한 뒤 재인이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엄마한텐 잘 말해두겠다며 덧붙였다. 그렇게 아버지는 특별히 온화하지도 못하고 엄하지도 않은 말투로 거래를 제시해왔다.

재인은 할아버지에 대해 생각할 때 단 하나의 기억만을 떠올린다. 외투의 천이 지퍼 슬라이드에 찝혀 형과 함께 곤혹스러워 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양초를 가져와선 이에 몇 번 문지른 뒤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부드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 기억 속에서도 할아버지의 생김새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건 수채화 물감이 묻은 붓을 물통에 담근 것처럼 번지며 용해되어 버렸다.

약속대로 재인은 장난감을 손에 넣게 되었다. 산 밑에는 제수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정겨운 색채를 띄며 늘어서 있었고, 하늘의 푸른 색과 차가운 가을바람에 비해서 햇살은 무척 따가웠다.
"너, 절하는 거 다 봤어. 어떻게 장난감 같은 것에 넘어갈 수 있어? 엄마한테 일러바칠거야." 재인의 형이 말했다.
"난 하는 척만 한거야. 그러지 않았음 아빠가 화냈을 거라구."
귀경한 다음 날, 정말로 형은 재인의 앞에서 잘못을 까발렸다.

어릴 때 책 좀 읽어둘 걸 싶은 건 없지만.. 왜냐하면 지금도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다만 지식이 적은 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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