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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학점

펌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10.19 18:43:38
조회 795 추천 4 댓글 4




어느덧 해질무렵,  바삐 일을하던 아버지는 집으로 발을 이끌었다.


피로가 쌓여 노곤한몸에 넥타이를풀던 그, 침샘을자극하는


따스한 음식냄새에 주방쪽을쳐다보며 아내에게 말을건넸다.


"여보, 오늘 저녁은뭐야?"


"장을 본게없어서 김치찌개로 했어요."


"아이, 참 훌륭하고만 뭐."


항상 아내의 김치찌개는 최고라고말하던 그는 미소를지었다.


"옷갈아입고 샤워먼저하고오세요 밥좀놓을게요."


가정주부경력이 무던히도 쌓여가던 아내는 요리를 놓지않은채로


능숙히 남편의 행동을지시했고, 허허 하며 너털웃음을짓던 남편은


조용히 방으로가 잔음을내기 시작했다.


"얘, 성아야 아빠오셨어! 얼른나와 밥먹어야지."


엄마의 부름에 밤새 토크온을하다가 잠든 성아의 방에서는


뒤척이는 소리가나더니 부스스한머리카락으로


며칠째 씻지않은것을 증명해낸 그녀는, 고중량의 몸을 쿵쾅대다


아랫층에서 최근 층간소음문제로 몇번 클레임을 걸었던것을


기억하곤 발을 끌어대며 식탁에 냉큼 앉아 마구 집어먹기시작했다.


금세 샤워를 마쳐내고 편한옷으로 갈아입은 성아의 아버지도


이내 식탁에 앉아 아내가 같이 식사하기를 기다리고있다가


부모가 수저를들지도않았는데 포식에 열중하는 성아를보며 혀를찼다.


"뭘 그리 허겁지겁먹어 요즘 밖에 돌아다니지도않고 살이 온몸에 다붙었네."


고개를 쳐박고 식사에 열중하던 성아는 아빠의 말에 고개를들자


살며시 구겨진 아버지의 미간을 보고나서 볼멘소리를했다.


"아니, 요즘 스트레스받아서 막 다먹고싶어."


"무슨 스트레스를 받아 니가, 집에서 놀거 다놀고 임마."


딱히 할말이없던지 그녀는 입을 삐쭉대며 숟가락으로 그릇을 긁어댔다.


원래 통통했던 성아였지만 요즘들어 더욱 살이 붙은그녀를보며


시집은 갈런지란 말이 목에 차올랐으나 그래도 열심히 키워낸


자식이기에 상처를 주고싶지않아 말을 줄였다.


"그래, 뭐가 스트레스받았어."


상차림을 끝낸 아내가 옆에 앉으며 딸을 다독이자


"저번에 여성과 심리학이라는 수업있잖아 그 교수님한테 씨받았어."


하며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그말을 잠자코듣던 성아의아버지는


딸이 스트레스를받는지, 왜 기운이없는지, 평소에 신경을쓰지못했던게


미안한 감정이들어 헛기침을하고는 평소에 하지않던 낯부끄러운말을 꺼냈다.


"괜찮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수있는거야, 그런걸로 스트레스받지말고


아빠는 그런거 신경안쓴다. 건강하게 자라준것만으로도 얼마나고마운데."


부끄러운지 연신 기침을하는 아빠의 귀는 살짝 빨개졌다.


그런 의외의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가 이어 입을 열었다.


"호호, 왠일이에요 당신? 그런말도 할줄알고, 그래 성아야 기운차리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우리딸이 슬프면


엄마도 슬프다, 기쁘면 엄마도 기쁘고 응? 괜찮지?"


얘기를들어주며 다독여주느라 밥을 한숟갈도 뜨지않은


부모님의 따스한 온정에, 풀죽어있던 성아가 기운을 차렸는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는 부모를 쳐다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엄마아빠가 최고야 고마워, 아기이름은 뭐로할까?"


식탁엔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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