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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교지에 낼 시 평가 부탁한다

100sunny(220.80) 2018.01.09 16:49:28
조회 931 추천 8 댓글 9

우주일기 / 강백선

 

1.아폴로 11

외계인이 만든 음료수는 몸을 두둥실 뜨게 만든대. 몸이 떠오르고 보도블럭도 둥둥 떠다니지. 처음 느껴본 무중력은 기분도 좋아져. 우리는 크레이터에 도착했어. 새로운 곳에 내딛는 발자국은 깊게 파일수록 좋대. 언젠가 잊어버리고 살아버릴지도 모를 것들을 가슴 깊이 새기는 거래. 그래서 우리는 필사적으로 우리를 남겨야해. 퍼슬퍼슬한 우주의 바람을 맞을 때 물러서지 않고 성조기를 꽂아야해. 잠깐! 선배 정수리에 꽂는 녀석도 있구나. 잘 모르는 사람한테 고백하는 애도 있고. 부끄러운 게 아니야. 그 펄럭임만 기억해 둔다면 괜찮아. 발자국이 싫다면 크레이터 위에 크레이터를 남기는 건 어때.

 

2. 나로호

고흥남자 그는 냉면에 달걀을 빼고 먹었지. 동그란 우주에 노란 태양을 젓가락으로 툭 빼버리곤 어두운 우주를 휘휘 비비면서 말했지. 고작 냉면을 먹는데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고민하고 싶지 않다고. 그릇을 다 비웠을 때 우주에 남아있는 거라곤 너의 생각뿐이었지. 너는 상념의 편식을 하는 어린아이였지. 고흥남자! 저는 당신을 잊지 못해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남자 그대를 잊지 못해요. 두 번째 고흥남자 그대도요. 세 번째 고흥 남자 한겨울에 냉면을 시키네요. 우주를 비벼서 한입에 넣어요. 유자맛이 입 안 가득 퍼져요.

 

 

 

 

3. 우주정거장

편의점 앞 정류장. 군복을 입은 사람이 집으로 가는 건지 부대로 가는 건지. 정류장은 사람이 쉬는 곳인지 버스가 쉬는 곳인지. 정류장은 누구를 위해 있는 건지. ! 230초가 지났어. 2년이라는 시간은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일거야. 뚜껑 안과 뚜껑 밖의 미묘한 시차는 라면을 익게 만들지. 후후 입이 데지 않게 천천히. 라면을 다 먹었다면 게르를 접을 시간이 다가오지. 책을 안고 강의실로 쉴 새 없이 달려야해. 우주 위를 다그닥 다그닥. 우주정거장에서 그렇게 오래 보냈는데도 편하게 쉬지를 못했네. 그게 아니라 우리가 편히 쉴 수 없는 나이인거야. 닐. 너는 지구로 돌아가렴.

 

4. 큐리오시티

이제 화성으로 떠날 친구들만 남았군. 지금까지 걸어왔던 발걸음들은 다 술안주가 되었지. 어디로 갈지 아직도 못 정한 애들은 지구로 돌아갔대. 조심해. 모르는 곳에 가다가 외계인을 만날지도 몰라. 그들에게 떨지 않으려면 준비를 해야 한대. 화성인과 대화하려면 토익학원을 다녀야해. 13학번 주연이는 에일리언에게 당했대. 학점이 낮은 아이들이 그렇게 당하곤 하지. 우리의 총구는 항상 앞으로 향해야해. 그렇게 외계인과 맞서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외계인이 되어있겠지. 이제 와서 보니 엄마도 아빠도 다 외계인이었네. 여긴 어두워. !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엔 달걀이 빠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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