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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성과 사귀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연애를 했었다(essay)

보리밭(222.111) 2018.06.03 11:10:08
조회 219 추천 0 댓글 1

우리는 아니 그녀와 나는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며 섹파도 아니고 결혼상대자도 아닌 정말로 어.중.간.한 사이였다



나보다 두 살 더 많거나 내가 한 살 더 많은 우리의 미묘한 관계는


항상 그녀의 작은 방에서 이뤄지곤 했다



가끔 가족이 전부 다 있을 때 내 방에서 문 잠가놓고 그녀의 오묘한 신음소리를 가족들이 다 들어가며 관계를 갖기도 했었어


우리는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서로 사랑했고 육체적 관계 안에만 머무르지 않았어


서로 사랑하는 마음도 아끼는 마음도 컸지만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


물론 그녀도 농사짓는 우리 아버지 농장에서 나와 같이 일하기 싫었음은 당연한 일이거니와.



나는 그녀가 나보다 두살 많은 사실을 나중에 알았지만


나는 그녀로부터 오빠의 호칭을 들어왔고


가끔 나의 집착으로 싸우게 될 때엔

늘 내가 써주는 시 한 편에 우리의 사랑 싸움은 종식되곤 했지

 우리집에서 직접 만든 탕수육을 맛보곤 백허그 해주던 그녀...

찜질방 화장실에서 남 몰래 섹스해보던 추억...



대놓고 찜질방 한 켠에서 우리는 알몸으로 강렬한 충동을 해소하곤 했지..


그러다 어떤 노땅할배한테 걸려서 팬티를 추스려 입던 그녀와 나


헤어진 뒤에도 우린 반 년을 쉬고 다시 만났어


그땐 사랑이 아닌 우정으로 그녀를 안아 주었고  오랜 시간 안길 바라던 난


그녀의 강력한 밀침으로 더이상 사랑할 수 없음을 인지했지



나는 사랑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우정이라고 말했고


사랑과 우정 틈 사이에서 우리는 헤어졌어야만 했어


나는 무능했고 그녀는 새벽에 노래방 도우미로 연명하던-


나는 무능했고 그녀는 새벽에 다른 남자들과 놀아야 했어


어떤 때는  머리깎고 스님이 되겠다며 잠시 헤어졌다 환속한 나를 달래주던 그녀...


둘 다 대학교는 입학도 못했지만 서울산업대학교 도서관에서 키스를 즐기던 우리...


영어를 가르쳐 달라던 그녀에게 발음기호부터 가르치던 아름다운 추억..


내가 좋아하는 옷만을 골라 입고 길거리에서 사탕 키스해주던 나의 친구....아니 애인...


요즘도 장기임대주택에 그대로 그 호수에 사는 지 궁금하다...



돈 많이 벌어 넓은 평수로 이사가고 싶다던.....


노랑 방울 토마토를 농장에서 그녀의 집까지 몇 번을 날랐어


그녀가 보고 싶어서 직접 생산한 우리집 방울 토마토를 건네주고 싶었어


오랜만에 나를 보신 그녀의 어머니께서 처음엔 못 알아 뵈시더라...


이름을 대니 그제야 아시고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 하시던...


사실은 비비크림을 발랐을 뿐인데 ..크흐흐


함께 만나 그 얘길 했어 비비크림 덕분에 너희 어머니께서 나의 안색을 좋게 봐주시더라


하며 우린 하하하 웃었지


그렇게 추억들을 만들며 아름다운 사랑을 했던 거 같아 돈이 없으면 돈이 없는대로 그렇게 우린 가난한 사랑을 즐기곤 했네


이제와 생각해보면 우리가 헤어진 결정적 이유는 내가 그녀를 너무 성노리개로 여긴 탓이 아닌가 싶어


우리의 침실에서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를 나는 손잡이라 표현했고


그 소릴 들은 그녀는 단박에 돌아서 그녀의 집으로 가시더라구..



며칠이 지나서 또 시를 써 달래보고 오빠 사랑해 소리를 어거지로 이끌어냈어..


난 정신분열 환자였고 그녀는 우울증 비슷한 이유로   정신과를  다녔는데


그녀는 나에게 그녀 역시 정신분열증이라 말하며 나와 공감하려 애썼지 그러나 복용하는 약은 전혀 다른 약이었음을...기억해



우리는 작은 노래방에서 서로 열창하며 춤을 추기도 했고


서로를 동정하며 항상 같은 입장이 되어 서로의 코드를 맞춰주고 정말 내 인생에 이보다 더 간드러진 화음은 없었던 거 같아


나는 그녀의 집에 찾아갈 때면 늘 피우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는 담배 한보루와 맥주 한 캔을 들고 갔지


그녀를 만나려고 그렇게 담배 심부름과 술 심부름을 기꺼이 하곤 했었던.....


내가 다니는 절에도 같이 가서 스님께 소개도 시켜드리기도 하고


종교가 없던 그녀를 기독교신자로 만들어 놓기도 했고


불법으로 인도하여 천도재를 싼 값에 치뤄주기도 했어



가끔 신내동 일대를 지날 땐 그 친구가 생각난다..찾아갈 수 없는 나의 친구...나의 애인...아니 나의 도반...


보고싶다 네가 가끔 가던 백화점 주변에서 이제는 미화원이 된 나를  만날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곤 해.

깜짝 소식을 들고 서로를 맞대면 좋겠다는 염원을 한 채....


한번 나타나주렴. 친구야...사랑하던 나의 도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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