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대구신문] 최인호를 추억하며

ㅇㅇ(117.111) 07-11 21:26:00
조회 151 추천 0 댓글 1
							

http://www.idaegu.co.kr/idaegu_mobile/news.php?code=op25&mode=view&num=253856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렸던 소설가 최인호. 고교 2학년 때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천재작가의 면모를 보였던 그는 소설 ‘별들의 고향’, ‘적도의 꽃’, ‘잃어버린 왕국’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바보들의 행진’, ‘병태와 영자’, ‘고래사냥’ 등의 시나리오를 통해 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70년대 청바지와 통기타 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이다. 침샘 암으로 투병 중에도 작가로서의 열정을 불태웠던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다 되어간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세 시간 전 최인호는 ‘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단다. 마흔셋에 맞이한 어머니의 죽음으로 가톨릭에 귀의한 그는 최후의 순간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밝은 미소로 받아들였다.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다. 부인과 딸 다혜가 ‘아이 러브 유’하자 ‘미투’라고 답하곤 곧 숨을 거두었단다. 가족과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세상에서의 이별을 한 이야기에 당시 나는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물론 알고 있다. 내 인생의 고갯길 저 너머에는 육신의 아버지가 아니라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영혼의 하느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순일곱의 어른인 나는 다섯 살의 어린 때보다 더 큰 두려움과 고통과 불안과 미혹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고백에도 불구하고 그는 막상 닥친 죽음 앞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통도 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가족에게 남기고 떠났다. 마지막까지 의식이 있는 가운데 가족들과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그것을 가슴에 담고 떠난 그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

컴퓨터로 작업한 글은 ‘마치 기계로 만든 칼국수’같다던 그는 원고지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써나갔다. 생각을 따라잡기 위해 빠른 속도로 휘갈겨 쓴 그의 글씨는 출판사의 단 한 사람만이 그의 글씨를 알아보고 활자화 했단다. 최인호는 이런 온기를 담은 글로 장편 소설 뿐만 아니라 무려 34년 6개월간 월간 샘터에 연재한 ‘가족’을 통해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오랫동안 선물했다. 

최인호가 당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불과 스물여덟에 모 일간지에 연재한 소설 ‘별들의 고향’을 읽기 위해 그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매일 아침 배달되어 오는 신문을 기다리곤 했다. 그가 투병 중 쓴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읽던 도중 책을 잃어버려 끝까지 다 읽지는 못했지만 내가 접한 그의 마지막 작품에서 여전히 단단한 그의 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최인호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도시 작가가 드물다. 보통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서울에서 타인이다. 항상 그들에게 서울은 묘사되고 있지만 그들에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니까 하숙생의 눈으로 서울을 보는 거라고. 나는 아니야 나에게 있어 서울은 극복해야할 그 무엇도 아니고 그저 삶 자체라고. 그 점은 ‘별들의 고향’에서부터 나타난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우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작가와는 차별되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이러한 색채를 담은 그의 작품으로 인해 우리들은 또 다른 자양분을 받을 수 있었던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가 그려낸 인물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위로 받았으며, 또한 그에게 빚을 졌다고 느낀다.

나는 그의 소설을 꽤 여러 편 읽기는 했지만 문학적 안목을 갖춘 사람이 아닌지라 최인호 소설의 작품성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는 그와 그의 가족 이야기에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 사랑하는 딸 다혜와, 다혜의 딸 정원이의 이야기를 담은 ‘나의 딸의 딸’이라는 책을 읽노라면 따뜻한 온기가 마구 넘쳐흐른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가장 아프고 슬픈 이별의식 앞에서 보여준 아내와 딸과 나눈 대화, 죽음을 두려워한 생전의 고백과는 달리 환한 미소로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는 모습에서 소설가 최인호의 작가로서의 업적보다 더 큰 것을 그는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고 큰 선물을 준 한없이 고마운 사람이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리플 1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 ☆★☆★알아두면 좋은 맞춤법 공략 103선☆★☆★ [59] 성아(222.107) 09/02/21 30658 36
- 문학에 관련 사진과 내용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86] 운영자 08/01/17 14030 14
159065 채식주의자 읽을만함? ㅇㅇ(39.7) 09/22 11 0
159064 살아있는 문갤러 댓글좀 표절충(39.7) 09/22 19 0
159063 시 읽어주십쇼 [7] 예쁘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43 0
159062 동양에서 섹스 라는 단어를 사용한 게 언제부터냐? ZV(211.252) 09/22 22 0
159061 요즘 이런 소설 쓰면 고소당하냐? [3] afg(211.252) 09/22 40 0
159060 하루에 시 한 편을 읽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1] 박진성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51 1
159058 중학교 때 읽은 소설이라 잘 기억이 안나는데 ㅇㅇ(223.62) 09/22 37 0
159057 김애란 입동 ㅇㅇ(223.62) 09/22 56 0
159056 자비출판으로 책 처음 내본 후기.txt [10] 삼류인(119.71) 09/22 191 3
159054 일본배경인 작품중에 당선된 작품 있냐? [3] ㅁㄴㄹ(211.252) 09/21 62 0
159053 우연히 마주치다 [1] 뫼르달(110.70) 09/21 80 2
159048 THIS LAND IS MINE T없이맑은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62 0
159047 문학성이 뭐냐? [4] ㅁㄴㅇ(211.252) 09/21 95 0
159046 우주는 겁나게 크고 나는 우주의 조빱~ 123(121.157) 09/21 33 0
159045 저번에 낙선한 거 다른데 투고했따 질문 받는다. [4] ㅁㄴㅇ(211.252) 09/21 139 0
159043 필사할 만한 단편소설 머 있냐? [5] ㅇㅇ(110.5) 09/21 140 0
159042 '삶'을 '생'이라고 쓰는 건 어떤 의미가 있냐 [11] ㅁㅇㄹ(211.223) 09/21 123 0
159041 니들 kbs 라디오 문학관 이라고 아냐? [3] 문학마을(211.251) 09/21 107 5
159040 SF장르를 홀대하는 게 아니라 ㅇㅇ(223.62) 09/21 68 1
159039 듣도보도 못한 작자가 장편 쓰면 읽어줄 사람이 있나? [3] ㅇㅇ(223.62) 09/21 108 0
159038 박민규작가가 처음부터 장편으로 등단한거 아님? [4] 장편(116.255) 09/21 150 0
159037 밑에 장르 문학 이야기가 나왔는데 ㅇㅇ(223.62) 09/21 46 1
159036 작가 성 체인지 [3] ㅇㅇ(223.62) 09/21 99 2
159035 안녕하셨습니까 [1] 글사랑(175.201) 09/21 51 1
159034 단편하나 제대로 못쓰는데 장편 공모가 될리가. [8] ㅇㅇ(223.62) 09/21 250 5
159033 시) 퓨마니즘 [3] 우앙(223.39) 09/21 62 0
159032 문학 인구와 수준 키우기 ㅇㅇ(211.36) 09/21 72 1
159031 중앙신인당선작 정선임 [귓속말] [1] ㅇㅇ(223.62) 09/21 210 0
159030 지망생인데 등단 공모전으로 장편부터 쓰면 안좋을까? [10] (210.90) 09/21 146 0
159029 중앙은 점점 당선작 수준이 왜 이모냥이냐 [4] ㅁㅁㅁ(128.119) 09/21 296 1
159027 [05/10] 코가 대단한 남자 [1] lv1 시인(122.47) 09/21 47 0
159026 중앙신인 당선소감 심사평. [3] ㅇㅇ(223.62) 09/21 319 2
159025 인간혐오(1) [11] ㅇㅇ(211.47) 09/21 226 7
159024 소설 비평해 주실 분 계신가요? [2] 나라야마 부시코(219.250) 09/21 77 0
159022 [3] Dg(27.1) 09/21 110 0
159021 신춘문예 당선글들은 [2] (182.216) 09/21 201 0
159020 신춘문예 여러군데에다가 막 보내도 되는거냐? [2] 피터팬콤플렉스(116.255) 09/21 108 0
159019 나는 바보입니다,그리고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98 0
159018 문학갤 여러분 [2] 오덕지망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156 0
159017 중앙 당선작 떴다 가서봐라 [2] ㅣㅣ(220.89) 09/21 289 0
159016 시) 말떼의 반란 [2] 표절충(124.63) 09/21 86 0
159015 황병승 - 메리제인 요코하마 [1] 율립(222.238) 09/20 104 0
159014 황정은 소설집 파씨의 입문 ㅇㅇ(223.62) 09/20 72 0
159013 요즘엔 신춘문예 그런 경우가 없네 [4] 123(121.157) 09/20 251 0
159012 주사위 [2] 이매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0 79 0
159010 요즘 사극은 구한말이 뜨나보네 F(211.252) 09/20 41 0
159009 베스트셀러 작가되면 돈 얼마나 버는거냐 근데? [17] 기다리는이유(183.96) 09/20 255 0
159008 [04/10] 비트코인 [3] lv1 시인(218.146) 09/20 89 0
갤러리 내부 검색
전체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개념글 []

/

    뉴스NEW

    1/3

    힛(HIT)NEW

    그때 그 힛

    1/3

    초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