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람쥐썬드어어(220.90) 2018.08.15 19:56:51

조회 156 추천 3 댓글 2

열대야

누운 자리 아래로 창문이 열려 있는 것 같다

아무도 올려다보지 않는 고층

아내의 등은 푸르스름해지고

가을매미는 힘차게 운다

평생의 반나절동안 쐬어온 햇볕이 줄어든다

사랑해서 줬던 커다란 곰돌이는

자신 의미를 바꿔가면서 생존해 있다

누군가는 노동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는 사실이고

신호등의 남자처럼 자유자재로 색을 바꾸던 때는 언제인가

아는 노래만 바뀌지 않고 있다 여전히

여러 여자들이 둘러싸고 환호성을 냈던 탁자는

물만 흥건하다 그것을 닦은 냅킨은 낙엽처럼 구겨졌다

사연은 시들어가고 생각만 미련을 버리지 못해

마지막 장에 진입하지 못한 드라마는

예전에 했고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말을 다시 꺼낸다

아내는 힘들어 했다

사진으로 만들어진 물컵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갔고

언젠가 책에서 읽은 문장은 이제 시들시들하다

저는 요즘 이력서를 집어넣고 있습니다, 다들 잘 지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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