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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개구리

황당무계(59.25) 2008.01.28 03:00:19
조회 38 추천 0 댓글 1






          개구리




  안드로메다 공화국 뚫뻙 대학에서 열린 우주고고학회 제287차 전은하계 학술대회에서 읉똝췗 박사가 보고한, 116호 죄수 강제 수용소(일반칭 \'지구\') 부지에서 발굴된 고시가 일절.




    개구리 소년
    개구리 소년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
    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필릴리 개굴개굴
    필릴릴리
    필릴리 개굴개굴
    필릴릴리
    무지개 연못에
    웃음꽃 핀다




  읉똝췗 박사는 이 고시가를 토착 부족민이 원시종교행사에서 부르던 일종의 기우제 노래라고 밝혔다. 이하는 학술대회 자료집에 수록된, 이 고시가에 대한 읉똝췗 박사의 해석.




    개구리 소년
    개구리 소년

  ⇒ 대상에 대한 반복적인 부름으로 노래를 시작하는 것은 무의미한 구음으로 시작하는 것과 함께, 기우제뿐 아니라 주술성을 띤 거의 모든 노래에서 나타나는 전은하계적 관습이다. 이 기우제 노래의 대상인 \'개구리 소년\'은 이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직접 비를 내리는 주체이자 신적 대상이라기보다는 기우제를 지내는 지상 존재에게도 친근한 일상적 대상이며, 그를 통해 비를 내리게 하는 일종의 매개자로 보인다. 또는 기우제를 주관하는 일종의 제사장, 샤먼에 해당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우제의 일반 참석자들이 기우제의 제사장에게 노래를 바치는 것이 된다. 이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신빙성 있는 해석은 이 \'개구리 소년\'이 기우제의 대표이자 제사장이며 동시에 희생물적 존재라는 것이다. 이 \'개구리 소년\'을 기우제의 참석자들이 울게 만드는 것으로써 비를 내린다는 목적을 달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

  ⇒ 여기서 원하는 것을 제시한다. 앞서 \'개구리 소년\'이 기우제의 희생물적 존재라는 사실이 이 구절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기우제의 참석자들은 제사장이자 희생물인 \'개구리 소년\'을 울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터전인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다고 믿고 있으며 그것을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기우제의 참석자들은 \'개구리 소년\'에게 고난과 고통을 가해 울도록 만든다. 그러나 \'개구리 소년\'은 단순한 일회적 희생물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구절에서 분명해진다.




    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 \'개구리 소년\'은 비를 내리기 위해 희생하지만 목숨을 빼앗기지는 않는다. 그는 기우의 희생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버텨내어야 한다. \'비바람\'과 \'일곱 번 넘어짐\'으로 표현되는, \'개구리 소년\'을 울도록 만드는 고통스러운 희생을 그는 이겨내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개구리 소년\'에게는 단지 울어서 비를 내리게 하는 것뿐이 아닌, 또 다른 의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 비를 내리기 위해 \'개구리 소년\'을 울리는 희생제의가 끝나면, 그 고통을 이겨낸 \'개구리 소년\'의 두 번째 임무가 시작된다. 기우제의 참석자들은 \'개구리 소년\'을 향해 울음을 그치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비를 멈추기 위한 주문이다. \'개구리 소년\'의 울음을 통해 비가 충분히 내렸으므로 이제는 그 비를 울지 않음으로써 멈추라고 하는 것이다. 은하계에서 발견되는 거의 대부분의 기우제 노래가 비를 내리는 것에 집중되어 있을 뿐 그 비를 다시 그치게 하는 것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비를 그치는 것까지 함께 주문하고 있는 이 노래는 대단히 특이한 사유방식을 표출하고 있다. 계속해서, 기우제의 참석자들은 \'개구리 소년\'에게 일어나 \'피리를 불라\'고 명령한다. 일반적인 개구리의 신체 구조로는 결코 연주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 \'피리\'의 의미는 마지막 구절에 가서 밝혀진다.




    필릴리 개굴개굴
    필릴릴리
    필릴리 개굴개굴
    필릴릴리

  ⇒ 피리소리의 구음에 해당한다. \'개구리 소년\'이 기우제 참석자들의 요구대로 피리를 불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무지개 연못에
    웃음꽃 핀다

  ⇒ 앞서 \'개구리 소년\'을 울게 한 결과 \'무지개 연못\'에는 비가 내렸다. \'웃음꽃\'은 정확히 어떤 종류의 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우제의 결과 내린 비에 의해 성장하고 열매 맺은 식물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개구리 소년\'에게 \'피리\'를 불라고 한 것은 \'웃음꽃\'의 성장을 촉진하는 일종의 주술적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 즉 \'개구리 소년\'은 제의 초반에서 기우제의 제사장이자 희생물의 역할을 수행하고, 제의 후반에서는 풍농제의 제사장이자 식물 성장의 촉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개구리 소년\'은, 비를 내리기 위해 울음을 우는 고난을 받는 동시에 그 고난을 견뎌내고 풍요롭게 성장한 자연을 향해 \'피리\'를 불며 흥겹게 노는 것이다.




  읉똝췗 박사의 연구 발표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응답했다.


* 2006. 6. 20. 화.


* 밑에 키르횽, 이건 모처에서 "흔해빠진 장르적 농담을 새삼스럽게 재탕하나염" 하는 평을 들었던 글인데, 키르횽 글은 내가 봐도 심했삼. 교사와 학생의 대화를 전부 영어로 썼다면 2MB의 교육정책을 빗대는 글이 되었을 텐데 말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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