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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la vie en rose 18

ooo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4.12 06: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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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heUQ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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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e en rose [la vi ɑ̃ ʀoːz] 장밋빛 인생

 

 

<2017 3, 서울>

 

오랜 기간 꾸준히 심어놓은 북파 간첩들은 이번에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북의 국가 안전 보위부 중심 조직까지 침투한 간첩 홍진규의 활약으로 천민구 딸의 엄청난 정체가 밝혀졌다.

 

국장은 중요한 회의도 취소한 후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저격수는 왜소한 체구의 동양 남자였다고 보고했던 도민준.

야생 들개처럼 좀처럼 먹이를 놓치지 않는 그는 왜소한 체구의 동양 남자를 결국 사로잡지 못했다.

그것도 총상까지 입은 범인을 다른 사람도 아닌 도민준이 놓쳤다.

 

그 저격수가 천민구의 딸 천송이 였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었으나

천송이가 DGSE의 이네스 청이라는 건 더욱 놀랍고도 끔찍한 소식이었다.

 

그건 어쩌면 도민준의 배신을 뜻하는 것이었고,

만약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보부의 심장이 뒤흔들리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도민준이 부상 당한 천송이를 놓쳤다 치자!

문제는 그 천송이가 다른 사람도 아닌 DGSE의 이네스 청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네스 청과 한달 동안 함께 생활했던 도민준이 아무리 변장을 했더라도 그 여자를 못 알아봤다?

그래서 왜소한 체구의 동양 남자였다는 보고를 했다?

 

고개를 흔드는 국장.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할 도민준이 아니다.

사로잡기 위해 죽이지 않고 어깨에 부상을 입힌 저격수를 어이없이 놓칠 그는 더더욱 아니다.

왜 그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도민준은 국장이 NIS 내부에서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었다.

최고 요원 도민준이 올리는 보고를 추호도 의심해본 적이 없는 국장.

이제 그는 모든 것에 의문 부호를 달며 그동안의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본다.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기억을 더듬기 시작하는 국장.

 

이네스 청은 도민준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2013 12, 제임스 베리의 방한에 동행했던 로비스트 마틴 콕스를 죽이고

민준이 넘겨받기로 되어있던 정보를 가로챘던 이네스 청.

 

두사람의 인연이 그 때 시작되었지...

국장은 딱딱한 표정으로 담배를 입에 문다.

 

2014 9, 프라하에서 도민준은 중국 스파이로부터 탈취해야 할 CD를 다시 한번 DGSE의 이네스 청에게 빼앗겼다.

추격전 끝에 이네스 청의 동료 스파이까지 사살했으면서 정작 이네스 청은 놓쳐버린 도민준.

 

그 당시 민준의 보고를 받으며 왜 어이없는 실수를 했냐고 질책한 기억은 있으나 그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국장은 이제 그의 보고가 모두 거짓일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당시 상황을 정리해 본다.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하니 이건 보통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 여자가 아무리 엄청난 실력을 갖고 있다 해도 도민준은 NIS뿐 아니라 CIA요원들을 통틀어도

대적할 만한 상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완력을 가진 요원이다.

그런 도민준이 육박전까지 벌이고도 이네스 청을 허무하게 놓치다니...

 

국장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진다.

 

2015 8, 두 사람은 합동 작전을 위해 테네리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접촉한다.

그들은 한 달간 동거하며 연합 작전을 펼쳤고, 결국 미국 대통령 암살이라는 전 세계를 뒤흔들 사건을 막아냈다.

 

한달 간의 동거.

그 당시 도민준은 테네리페의 모든 상황들을 국장에게 빠짐없이 보고했고,

연합 작전 중인 프랑스 요원 이네스 청의 근황도 모두 자세히 보고했다.

아니 적어도 자세히 보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국장은 명료해 지는 어떤 기억을 떠올린다.

작전이 끝난 후 예정보다 하루 늦게 돌아왔던 도민준.

이유를 묻는 국장에게 그는 잠시 들를 곳이 있었다고 간단히 대답했고 국장도 더이상 묻지 않았다.

 

도민준은 왜 하루 늦게 한국으로 돌아왔을까?

국장은 만년필을 꺼내 신중하게 메모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2016 10, 이네스 청은 프랑스 대통령 방한 기간 중 서울에 왔다.

석연치 않은 형태로 입국했던 이네스 청.

그녀에게 감시를 붙였다는 말을 했을 때 민준의 반응이 어땠었나?

도민준은 제가 이네스 청을 감시 하겠다는 엉뚱한 발언을 했었다.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또 메모를 하는 국장.

 

자 그 다음은..?

 

2016 12, 뉴욕에서 장영목 암살 음모가 진행중일 때 도민준은 저격수가 있는 건물에 잠입했다.

총상을 입은 저격수와 도민준의 짧은 육박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저격수는 대기하고 있던 공범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도주한다.

도민준은 할렘의 북쪽 방향으로 도망치던 그들을 추격했으나 결국 놓치고 만다.

그 저격수가 이네스 청이었다니....

 

도민준은 절대 한 번 노린 먹이를 놓아주는 자가 아니다.

그의 요원 생활 중 유일했던 두 번의 실수는 공교롭게도 이네스 청과의 대결에서 벌어졌다.

프라하와 뉴욕에서 각각 그 여자를 놓쳤던 도민준.

정말 그 여자를 놓친 건지 아니면 놓아준 건지...

이제 그걸 알아내야 한다.

 

메모를 한 줄 더 첨가한 국장은 턱을 쓰다듬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한참 후 전화기를 들고 감사팀의 팀장을 조용히 불러들이는 국장.

 

그날 NIS의 감사팀은 은밀하게 최고 요원 도민준의 내사에 들어간다.

국장이 짚어준 날짜들을 중심으로 도민준과 이네스 청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캐내기 위해

사냥 개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감사 1팀은 신속하게 내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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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부산>

 

일본 스파이가 잠입했던 부산의 작전을 마친 민준은 국장에게 전화 상의 보고를 한 후 택시에 몸을 싣는다.

어려운 작전을 깔끔하고 완벽하게 마친 민준에게 국장은 평소처럼 짧게 그의 노고를 치하한다.

 

수고했어! 오늘 올라오나?”

, 지금 출발 합니다.”

 

KTX 를 타기 위해 역으로 향하던 택시가 신호등을 받아 속력을 줄이며 멈춰 선다.

눈 앞을 스치는 부산 시가지를 무심하게 바라보던 민준의 눈이 문득 한 곳에 고정된다.

이내 입 꼬리를 슬쩍 올리며 웃음짓는 민준.

 

-최고 태권도장-

 

마침 수업이 끝났는지 고만고만한 꼬맹이들이 힘차게 뛰어 나온다.

함께 나온 관장이 말 안 듣는 아이들을 야단치며 한 명씩 차에 오르도록 지시하고 있다.

 

바다가 있는 이 도시에서 무술도장을 하면서 천송이와 살면 어떨까?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말썽쟁이들을 가르치면서.

꼬맹이들을 모아놓고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다정하게 태권도의 기본기를 가르치는 그녀와 저를 상상해 본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천천히 다시 출발하는 택시.

그는 몸을 뒤로 돌리며 태권도장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이룰 수 없는 그들의 꿈이 빠른 속도로 그에게서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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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런던>

 

겨우 작전을 마친 송이는 자꾸 약해지는 정신을 추스르며 비 오는 런던 거리를 걷고 있다.

 

그 사람이 다녀간 후부터 참혹하게 무너져 내리는 마음.

민준과 함께 보낸 꿈같은 이틀이 한동안 저를 버티게 해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만나기 전보다 더 힘들고, 가슴이 시도 때도 없이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작전을 수행하는 중요한 순간에도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 명치를 치고 들어와 그녀를 휘청이게 했다.

 

어떻게 하지..? 도민준...

어디 멀리 도망이라도 가자고 말해 볼 걸

우리 두 사람이 누구의 간섭도 없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어디든 가자고 졸라 볼 걸

어쩌면 너도 그러자고 했을지도 모르는데

나 정말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데

 

피식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송이는 짧은 머리 위의 모자를 눌러 쓴다.

우리가 도망칠 곳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그 사람과 나는 조국에 생명을 바치기로 맹세한 사람들이야.

어디에도 우리가 갈 곳은 없어

 

세상 어디에도... 없어

 

어두워지는 거리를 걷는 송이의 어깨 위로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며 런던의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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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서울>

 

국장은 감사팀의 보고서를 앞에 놓고 다시 담배를 꺼내 문다.

몸 관리를 위해 2주전부터 금연 중이었지만 지금 금연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재떨이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담배 꽁초들.

 

이미 여러번 읽어본 보고서를 그는 또 한번 정독한다.

2015 9, 태네리페의 민준이 어떤 경로로 서울로 들어왔는지 읽어보는 국장.

 

도민준은 테네리페에서 이네스 청과 함께 마드리드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후 도민준의 이름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요원들이 가명과 위조 여권으로 여행하는 일은 흔한 일이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NIS는 요원들의 가명과 여권을 철저히 관리한다.

문제는 그들이 알고 있는 도민준의 가명들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NIS 가 알지 못하는 가명을 그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걸로 보인다는 것이 감사팀의 의견이었다.

 

감사팀이 알아낸 바로는 그날 마드리드 공항을 통과한 20대 남자 중 도민준으로 의심을 할만 한 인물은 두 명이었다.

존재하지 않는 가명이라는 것이 밝혀진 두 명의 동양 남성.

두 사람 중 한 명은 프랑크푸르트 행 루프트한자를 탔고, 다른 한 명은 에어 차이나 편으로 북경으로 갔다.

그리고 그날 북경으로 향한 에어 차이나에 탄 승객 중에는 천송이의 이름이 있었다.

 

천송이가 탄 비행기에 탑승했던 동양 남자가 과연 도민준일까?

그 남자는 홍콩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도민준은 그 후 어디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을까?

한국에 들어올 때 또 다른 가명을 쓴 듯 출입국 사무소의 명단에는 민준의 이름도 그 홍콩인의 이름도 존재하지 않았다.

 

국장은 2016 10월의 서류로 긴장된 시선을 옮긴다.

 

도민준은 프랑스 대통령 일행의 방한 마지막 날 이네스 청이 한국에 온 것을 국장으로부터 전해 듣는다.

국장은 민준에게 24시간 대기를 명령했고 다음날 아침 그는 떠나는 프랑스 대통령 경호에 합류한다.

그런데 감사팀에 의하면 마지막 날 저녁 도민준은 S호텔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네스 청 감시 임무를 띠고 잠복중이던 K가 호텔에서 도민준을 만났다는 증언이 첨부되어 있다.

 

도민준은 왜 S호텔에 있었을까?

거기서 임무가 있다고 K에게 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지만 그날 도민준은 어떤 임무도 수행하고 있지 않았다,

24시간 대기하라는 명령이 있을시 요원들은 보통 본인들의 거주지에서 대기한다.

 

그날밤 도민준은 집이 아닌 호텔에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프랑스 대통령 일행이 묵었던 호탤에서... 누군가를 기다린 건 아니었을까?

 

국장은 애꿎은 담배만 뻑뻑 피워대며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넘긴다.

 

2016 12.

뉴욕의 할렘에서 자동차 도난 신고가 접수 되었다.

 

장영목의 암살을 도민준이 막아낸 밤,

바로 그 건물 앞에서 퀸즈에 거주하는 백인 존 베일리가 괴한에게 차를 도난 당했다.

괴한에게 뒷통수를 가격당한 존 베일리는 오랫동안 기절해 있었고, 정신이 든 후에 부랴부랴 경찰에 신고를 한다.

도민준은 행인의 차를 강탈해서 범인을 추적했다고 보고 했으므로 그 괴한은 도민준일 확률이 컸다.

거기까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도민준의 보고와 맞아 떨어진다.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은 지역이라 별다른 주목도 끌지못한 채 접수 되었던 자동차 도난 사고.

존 베일리의 자동차는 다음날 차이나 타운에서 발견된다.

감사팀은 뉴욕의 차이나 타운에 찾아가 도난 차량을 처음 발견한 관할 경찰서를 방문했다.

관할 형사들의 협조로 수사를 마친 감사팀의 보고를 읽어내려 가는 국장.

 

도난 차량 내부에서는 혈흔이 발견됨.

도민준이 어깨에 부상을 입은 저격수와 육박전을 벌였다면 그에게도 피가 묻었을 가능성이 있고

더불어 차량 내부에서 혈흔이 발견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혈흔이 조수석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조수석 시트 오른편에서 검출된 혈흔.

이건 무슨 의미일까!

도민준은 분명 혼자서 차를 운전하며 범인들을 추적하지 않았나?

그러면 조수석의 혈흔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발견된 혈흔은 즉시 과학 수사 연구소로 보내졌으나 지명 수배자나 범죄자의 것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옴으로서

존 베일리 자동차 도난 사건은 수많은 할렘의 사건들 속으로 함께 묻혀졌다.

감사팀이 굳이 밝혀내지 않았다면 유야무야 넘어갔을 평범한 사건이었다.

 

벌떡 일어선 국장은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 내부를 미친 듯이 왔다 갔다 한다.

다시 의자에 앉아 보고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커다란 사진 한 장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국장.

 

마지막 쳅터는 도민준과 천송이가 한 달간 함께 지냈던 테네리페의 자료가 빼곡히 담겨 있었다.

감사 팀은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 섬까지 날아가 열흘 간 머물며 예전 두 사람의 흔적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동양인이 드문 그 섬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두 미남 미녀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이 머물었던 아파트의 주민들도, 해변의 바텐더도, 레스토랑의 웨이터들도

모두 한결같이 아름다운 두 남녀를 기억하고 있었고,

두 사람이 아주 다정한 연인사이였다는 것이 모든 이들의 공통된 증언들이었다.

 

거기까지는 다 좋았다.

그 때 도민준의 임무는 이네스 청과 완벽한 연인 행세를 하면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었으니까.

두 사람이 연인 노릇을 잘 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흔들며 다시 한번 사진을 들여다 보는 국장.

 

그들이 거주하던 집 근처를 샅샅이 뒤지던 감사팀은 두 사람이 종종 아침을 먹으러 가던 잉글리시 펍을 알아냈다.

영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그 펍은 저녁에는 맥주와 피시앤칩을,

아침에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를 푸짐하게 내놓는 곳이었다.

지중해 요리로 가득한 테네리페에서 휴가를 즐기던 독일인이나 영국인들이 이따금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 찾는

작은 펍에 도민준과 이네스 청이 자주 아침 식사를 하러 오곤 했다는 것이다.

 

손님들의 사진들을 찍어서 벽에 붙여놓는게 취미인 뚱뚱한 주인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동양인 커플에게 늘 호의적이었다.

 

언젠가 아침 식사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던 그.

하지만 때마침 폰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그는 급히 폰을 교체했다.

한참이 지난 후 잊고 있던 사진들이 생각난 주인은 예전 폰을 찾아내 메모리의 사진들을 복구한다.

주인은 폰 안에 들어있던 수많은 반가운 사진들을 모두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 놓았고

펍에 들어선 감사팀은 첫눈에 그 사진을 발견한다.

 

지금 국장의 눈앞에 있는 한 장의 사진.

 

민준과 그 여자는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긴 하지만 각도 때문에 민준의 얼굴이 더 잘 보이고 그 여자의 얼굴은 조금 덜 보이는 사진.

도민준은 그 여자의 얼굴에 눈을 맞춘 채 그 여자의 뺨에 손을 대고 있다.

 

커트 머리의 하얀 얼굴을 어루만지는 그 손길이 얼마나 다정 했을지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에 절절하게 느껴지는 이상한 사진.

 

때로 삶은 아주 작은 장난으로 누군가의 운명을 가르기도 한다.

그 당시 주인의 폰이 고장 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민준과 송이가 머무를 때 그 사진을 프린트해서 붙여 두었더라면

분명 두 사람은 그 사진이 거기 남아 있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사진은 그들이 테네리페를 떠나고 아주 한참이 지난 후에야 세상의 빛을 본다.

 

국장은 현실감없는 한 장의 사진에서 오래도록 시선을 떼지 못한다.

 

도민준의 눈빛은 지난10년간 그가 보아온 요원 도민준의 눈빛이 아니었다.

어떤 여자를 저렇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건 그 마음에 얼마나 큰 사랑을 담고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국장이지만 도민준의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 눈빛은 연인 행세를 하는 남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도민준의 표정과 눈빛.

그는 눈 앞에 있는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

너무나 절실하게

 

그녀를 향하고 있는 도민준의 온 몸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무엇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모습.

수십장의 보고서를 단숨에 요약하는 한 장의 사진.

 

더이상 추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도민준은 국가를 배신했다.

 

분노에 찬 국장은 소리나게 서류철을 덮으며 짐승처럼 책상 위의 집기와 문서들을 집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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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모스크바>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지 쌀쌀한 모스크바의 호텔에서 민준은 작전의 개시를 기다린다.

창가에 서서 모스크바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우울하게 가라 앉아 있다.

 

대한민국의 정보국 요원으로 살아온 시간들.

처음 요원이 되었을 때 커다란 강의실에서 들었던 교수의 수업이 어째서 지금 떠오르는 건지.

젊은 그에게 앞으로 허용되지 않을 것들을 배웠던 그날의 강의가 지금도 생생하다.

요원의 신분으로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랑이었지..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면 안되는 3가지 이유도 그는 또렷이 기억한다.

 

첫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건 두려운 것이 생긴다는 것.

세상의 어느 것도 무서워해서는 안되는 요원이 공포와 두려움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이 세상에서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것.

조국 이외에 지켜야 할 것이 생긴다면 그는 완전한 요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이 세상과 자신의 목숨에 미련을 갖게 된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면 결국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게 되고

언제든 죽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요원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미련이 생긴다는 것이다.

 

민준의 어두운 눈빛이 침울하게 흐려있는 모스크바의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저 뻔한 이론이라고 생각했던 그 수업은 결코 뻔한 것이 아니었다.

천송이를 만나고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된 저 역시 한치도 그 이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에게는 전에 없던 두려움이 생겼고, 제 생명을 걸어서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다.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세상에 미련이 생겨버렸다.

 

무심했던 제 목숨에

천송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애착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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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서울>

 

국장은 양 손을 깍지 낀 채 눈 앞의 전화기를 응시한다.

그는 지난 이틀간 이 엄청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

이윽고 무거운 표정으로 전화기를 집어드는 국장.

 

곧 프랑스 정보국 DGSE의 가르니에 국장과 핫라인이 연결될 것이다.

 

가르니에의 날카로운 얼굴을 떠올려 보는 국장.

그는 과격 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정보부를 20년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믿고 있던 DGSE 특급 요원이 북한 정보부의 이중 스파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프랑스를 농락한 이네스 청은 어떤 모습의 최후를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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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70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중) [1] ooooo(2.39) 23.12.18 311 5
234969 10주년 기념 상플) 별그대 비하인드 스토리 - 집들이 (상) [3] ooooo(2.39) 23.12.18 37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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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67 난 별그대 ost 다 좋은데 잠자기 전에 듣는 음악은 이게 젤 좋아 [1] 별갤러(106.102) 23.11.26 33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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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962 여긴 아직도 글 쓰는 사람 잇네 [1] ㅇㅇ(220.84) 23.08.23 42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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