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국딩 시절에 좋아라 하며 보던 빙점이란 드라마가 있었지. 이재은 어린이와 갤주가 이미연 손창민 남매의 아역으로 나왔었던.
어렸던 당시엔 그게 미우라 아야꼬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한 작품이란사실은 전혀 모르는 채, 아빠가 예언(?)하는 족족 적중!하는 드라마 내용을 무척 신기해하며 봤더랬지.  의붓 동생에게 한없이 자상한 오빠역의 갤주가 너무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봤었어. 아마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갤주를 좋아했던 시절이었을 거야.

오늘 여기저기 연예뉴스에서 김영애씨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 기사를 보니. 갑자기 이 드라마가 생각나는 거야.

몇 년 후 내가 고등학생이 되어 원작 빙점을 제대로 읽게 되었을 때. 무라이를 유혹하는 나쓰에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에서. 나한테 너무너무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드라마 속 김영애씨의 모습이었어. 한국에서 번안/각색 되었던 드라마 속에서 나쓰에와 무라이의 불륜이 어떻게 묘사되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에 그려진 나쓰에의 모습이 드라마 속에서의 김영애씨의 모습이랑 너무 생생하게 겹쳐져서, 홀린 듯 두고두고 생각이 나더라고. 그 차갑고도 아름다웠던 모습. 책에서 묘사된 나쓰에의 피부까지도 나한텐 그냥 김영애씨의 모습이었어.

배우 본인들이 작품을 평가하는 관점이나 견해와는 별개로.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시청자 입장에서 한 배우에게 입문하게 되는 게이트웨이 드라마를 꼽으라면. 빙점은 나한테 있어서 두고두고 가슴에 품을 배우들을 소개시켜 준 드라마야. 그 중 한 명이 갤주,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김영애씨.

건강하셨으면 좋겠는데. 맘 한 켠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