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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리뷰 : '혓바닥을 잘라서 없던 일이 된다면 좋으련만'

오조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1.19 13:21:27
조회 191 추천 3 댓글 4

STILLCUT


<올드보이>는 자극적이다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납치당한 한 남자의 15년 간의 감금 생활그리고 다시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맞이하는 자유와 그 순간 대비되는 자신의 삶과 타인의 죽음끝을 알 수 없던 외로움에서 벗어난 이의 생()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는 문어 장면과 시대가 변한 지금에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롱테이크 액션고어적인 묘사 가득한 장면들추리물이라는 장르적 구조에서 오는 긴장감폭력과 복수섹스와 최면신화적 모티브와 근친상간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충격을 선사하는 강렬한 반전까지영화는 최소한의 쉼표만을 사용한 채 수 많은 느낌표와 물음표로 이야기를 채운다.


그러나 자극적인 소재들로 무작정 밀어붙이기만 하는 힘은 결국 지치기 마련이다무신경하게 퍼부어대는 자극은 결국 관객을 피로하게만 만들 뿐이니까그런데도 <올드보이>는 멈출 줄 모른다오히려 가면 갈수록 끝을 알 수 없는 그 힘으로 관객을 쥐어 잡고 내달린다폭력적이고도 날것의 활력이 가득한 질주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오히려 그 힘을 동력 삼아 목표한 지점으로 달려가는 것이것이 영화 <올드보이>가 무섭고도 놀라운 이유이다.


비현실적 세계 속 비현실적 인물들이 현실적 감각을 지니지 못한다면 영화는 관객과 괴리되고 생명력을 잃어버린다비현실적 세계에 현실적 감각을 불어넣는 가장 큰 힘은 공감이다우리는 복수심의 노예가 되어 괴물로 변해버린 오대수의 비극적 이야기에서 어떤 공감을 느낄 수 있는가바꿔 말하자면 그의 모습에서 어떻게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가.


오대수의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닮아있다오대수라는 그의 이름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도 유명한 오이디푸스의 이름을 빌려온 것이다또한 인간과 원죄라는 점에서 그의 이야기는 선악과를 먹은 최초의 인간을 떠올리게도 한다결국 <올드보이>는 원죄를 짊어지고 방황하며 살아가야하는 인간의 숙명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모래알이든 바위 덩어리든 물에 가라앉는 것은 똑같다지만삶의 광활한 여로를 걸어야 하는 이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일어나는 그 작은 모래 먼지들을 모두 주워 담기를 바라는 건 한마디로 치사한 욕심이다그 유명한 말처럼 삶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건만우리를 죄인으로 만드는 데에는 단 한 번의 죄로 족하다적어도 순간의 선택에서 시작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파도가 되어버린 그 가혹한 운명을 되돌릴 수라도 있다면 좋겠지만혓바닥에서 시작된 잘못은 혓바닥을 자른다고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삶의 일방향성은 애초부터 우리를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 계획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새가 그물 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 그러나 결국 오대수는 이우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그리고 이우진은 이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이우진은 모든 것을 계획하고 통제한다그는 오대수보다 한 발짝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오대수를 단죄한다그러나 그런 이우진의 모습은 정의의 집행관보다는 변태적 미치광이에 가까워 보인다우리가 연민을 느끼는 것은 억울하게 누이(혹은 연인)의 목숨을 잃은 남자가 아니라울부짖는 오대수이다.


게다가 아무것도 모른 채 방안에 앉아 날개를 퍼덕이는 미도의 그 순진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이 참극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을 절대자가 떠오르기도 한다그래서인지 오대수의 처절한 복수의 사투는 우리를 죄인으로 만든 절대자에 대한 피조물의 반항처럼 느껴진다결국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요라는 그의 간절한 외침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원죄를 짊어지고 죄인으로 살아가야하는 우리를 위한 항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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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3호봉입니다.

군대에서 틈틈히 써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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