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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8천억원'으로 면죄부를 살 순 없다

운영자 2010.01.29 17:35:51
조회 810 추천 0 댓글 3

2월 7일 (화)  눈


새벽부터 내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아침 출근길의 시민들이 고생하고 뒷감당을 해야 하는 미화원 아저씨들의 수고가 크겠지만 세상을 덮은 저 흰 눈은 잠시나마 우리의 영혼에 자양분을 제공해 줄 것이다.


흰눈이 세상을 덮은 이 날  8천억원으로 자신의 허물을 덮자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삼성그룹 이학수부회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과와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8천억 규모의 사회기금 헌납,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등 소송취하, 사회공헌확대, 계열사 독립경영강화 등이 그 골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8천억원 사회헌납은 뻥튀기 된 액수이다. 그 중 4천5백억원은 삼성의 경영권세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이미 2002년도 이건희장학재단을 만들면서 출연한 것이며 당시에도 4천 5백억 중 2천1백억은 개인재산이 아니라 삼성계열사 자산이어서 논란이 된 바 있었다.


과연 흰 눈이 세상을 덮듯이  8천억원으로 삼성그룹 총수의 허물이 덮어질 것인가?


사과(謝過)란 과오(過誤) 즉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비는 것이다.

그래서 사과의 첫걸음은 잘못을 제대로 시인하는 것이며, 잘못을 감추고 부인하는 한 그것은 참된 사과가 아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X파일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정경언검(政經言檢) 유착이며 그 핵심은 1997년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이건희회장 지시에 따라 홍석현사장이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X파일 삼성 관련자 중 이 <잘못>을 정직하게 시인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건희회장은 검찰의 서면 질의에 <나는 모르는 일>이라 답변하였다.

홍석현 전 주미대사는 <8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대신 회계책임자인 김인주사장이 <회장님 개인돈을 회장님 모르게 자신이 대선자금으로 제공했다>고 하였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2002년 대선자금수사에서 삼성그룹이 최소 3백억원 이상의 돈을 정치권에 불법으로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자 그 때도 이학수 부회장은 <회장님이 맡긴 돈을 회장님 몰래 대선자금으로 제공했다>고 진술하여 자신은 유죄판결을 받고 회장님의 배임횡령의혹은 <방어>하였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는 이건희 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자신이 맡긴 돈을 부하직원들이 대선 때마다 수백억원씩 불법 정치자금으로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한  전혀 사실을 몰랐고 또 방치한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경영자가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사과는 진실을 밝히고 죄를 시인하고 벌을 달게 받겠다고 나설 때 비로소 용서의 대상이 된다.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모르는 일이다>고 끝까지 우기면서 <여하튼 물의를 빚어 미안하니 돈 좀 내놓겠다>고 한다면 이는 <법치국가>에 대한 모독이다.


오늘 발표 중 가장 주목해야할 지점은 새롭게 헌납을 약속한 3천5백억원 중 천 3백억원에 관한 것이다. 이학수부회장에 따르면 이 천 3백억원은 시민단체들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불법증여에 따른 추정이익>이라 주장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반환>하는 것이라 한다.


참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재용씨등 이건희회장의 자녀들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매입한 것은 단순히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문제의 핵심은 경영권 세습이다. 112억원으로 전환사채를 매입하여 130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통해 이재용형제들이 에버랜드 주식의 64%를 차지함으로써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편법으로 손에 쥐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불법 증여 과정에서 이뤄진 이건희회장의 불법행위를 시인하고 불법증여 자체를 원상회복하지 않은 채 그로 인해 번 <푼돈> 1300억원을 물어낸다고 해서 면죄부를 살 수는 없다. 상속세 한 푼 내지 않고 대한민국 국가예산보다 더 큰 연간 매출액을 올리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1300억원에 사겠다는 것을 허용해달라는 것 아닌가? 


삼성그룹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할 뜻이 있다면 안기부 X파일 사건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변칙증여 사건에 관해 고해성사하고 사법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며 불법적인 방법으로 추진한 경영권 세습을 취소해야 한다.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금융업에서 철수해야 한다.


정부를 상대로 한 헌법소송을 취하할 것이 아니라 헌법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에게 해야 한다.  노동3권을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겠다면 즉각 무노조 경영방침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이종왕 법무실장은 삼성그룹 경영원칙의 제 1항이 <법과 윤리의 준수>라고 설명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삼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삼성그룹에 의한 법과 윤리의 파괴> 때문이다. 법을 짓밟고 윤리를 외면한 채 <단돈 8천억>으로 국민들에게 흥정하려는 오늘의 발표자체가 삼성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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