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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18)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콘서트 (1) 공연후기

Kapust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19 02:27:40
조회 1206 추천 26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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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콘서트 (1)


지휘, 정명훈

피아노, 조성진

연주,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프로그램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b장조 op.73 '황제'


(앵콜)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8번 op.13 '비창' 中 2악장 Ab장조


-인터미션-


베토벤 - 교향곡 제5번 c단조 op.67 '운명'


(앵콜) '운명' 4악장 일부 발췌




정명훈 지휘자야 지금까지 예술의전당에서 몇 번 봤지만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기대가 되었다. 독주회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정명훈의 베토벤이라 해서, 또 여름이 비성수기라 공연도 얼마 없는데 이런 가뭄에 단비같은 공연이 있다고 하니 반가웠다. 치열한 예매전쟁에서 승리하여 나름 좋다고 생각되는 자리를 잡았다. 벽으로부터 어느정도 떨어져있고, 시야도 넓고, 피아노 협연자의 손과 페달까지 잘 보이는 자리로. 비록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1층 정중앙 앞쪽은 아니었어도 15만원짜리 표인데 어디 갈까 싶었다.


하지만 롯데콘서트홀의 고질적인 목욕탕 사운드는 어쩔 수 없는걸까, 반향 풍부하게 머금은 피아노음은 내 귀에 도착할때쯤 되니까 죽이 되어버려서 질척하게 녹아들었다. 조성진이 의도한 소리든 아니든, 홀 자체가 들려주는 소리가 그러하니 좋게 들릴리가 없었다. 그래서 소리는 배제하고 타건 후에 음이 최대가 되는 지점, 그리고 아고긱에 신경써서 듣기로 했다. 내 머릿속으로 악보를 그려가며 들은 셈이다.


오늘 관현악 연주를 맡은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유수의 음악가들을 끌어다가 만든 일종의 올스타 팀이라는데... 사실 이런 팀보다 오랫동안 합 맞춰오고 질서체계 잡혀있는 시향이나 방송교향악단 따위가 더 낫지 않겠나 하고 그렇게 큰 기대는 안했다. 바쁜 사람들 모아다가 얼마나 합을 맞췄을까... 다들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니 잘 하겠지만.


첫번째 곡 '황제'에서는 피아노 뒤로 무언가 보이지 않는 장막이 쳐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1) 시원하지 못한 타건 때문에, (2) 오케스트라로 바톤을 넘길 때 확연히 드러나는 음량 차이 또는 같이 연주할 때 강하게 찍은 음 외에는 잘 들리지 않은 탓에, (3)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대국적인 느낌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정명훈의 지휘에 어울리지 못하고 다소 억눌려 짧은 패시지만을 꾸역꾸역 소화하는듯한 모습 때문일 것이다. 정명훈 지휘자는 협연자의 연주에 포커스를 두기보다 포디움을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쏘여지는 음향에 집중한 듯 했다. 홀이 윗쪽으로도 꽤 넓으니 그쪽까지 쏘려면 꽤나 날카롭게 정제된 음을 크게크게 만들어야했을 것이다.


그런 오케스트라 앞에서 조성진의 연주는 시냇가에서 조약돌로 장난을 하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것이었고, 정명훈은 그다지 자상한 보호자가 아닌 듯, 따라오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 것 같았다. 음악이라는 대의 앞에서는 절대로 타협을 보지 않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그 때문에 내게는 협연자와의 관계가 '쇼윈도 부부'처럼 보였다. 이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정명훈 지휘자의 의도였는지는 아마도 19일 공연에서의 '삼중협주곡'을 들으면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설계 앞에서 조성진도 지휘자에 맞춰 다소 딱딱한 느낌으로 연주를 맞춰가는 듯 하였으나 중간중간 피아노 솔로에서나 몇몇 패시지에서 박자를 미묘하게 밀고당기는 행위를 통해 약간의 맛을 더했는데 나는 그게 마음에 안들었다. 차라리 본인의 색깔을 조금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었으면 몰랐겠으나 왠지 지휘자의 눈치를 보는듯한 소극적인 행위가 부자연스럽고 영 시원찮았던 것이다. 1악장에서는 (목욕탕에서)물흘러가듯 치다가 2악장에서는 다소 딱딱한 느낌으로 음들을 끊어서 쳤는데 내게는 그 소리가 너무 건조하게 들려왔고 분절된 음의 집합으로 느껴져 아쉬웠다. 3악장에서는 처음에 제시된 주제를 이어받는 핑퐁을 하는데 오케스트라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고, 피아노가 주는 상쾌함이 느껴지질 않아 마지막까지도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비르투오시티(virtuosity)가 없달까. 라이브 공연 한 번 듣고 섣불리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만...


'황제'를 들으면서 '분명 앵콜을 할텐데 뭘 할까' 생각을 하는데 '황제' 뒤에 어울릴만한 무언가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조성진은 거기에 '비창' 2악장을 들고 나왔는데, 개인적으로는 안하느니만 못했다고 생각하며 역시 그 특유의 느끼한(?) 루바토가 신경을 거슬렸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프랑스 인상주의나 후기낭만, 근현대 레퍼토리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쉬움을 접고 인터미션을 맞아 밖으로 나갔다.



2부에서는 지휘자 정명훈과 드림팀이 연주하는 '운명'. 베토벤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그래도 나름 클래식 들은지 좀 됐다고 전혀 낯설지 않은 음들이 나오니 반가웠다. 다만 내가 들었던 '운명'은 그렇게 빠른 것이 아니었는데... '운명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순식간에 날아와 문을 두드리는지', 영화 '매드맥스'의 추격전에 배경음으로 써도 좋을듯한 느낌으로 빠르게 휘몰아쳤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페르마타 따위의 방해물로는 '운명의 순간이 닥쳐오는 걸' 막을 수 없는건지... 색다른 느낌이라 듣기 좋았고 1악장은 그렇게 흥미롭게 지나갔다.


하지만 2악장과 3악장에서는 현악기와 관악기 사이에 장벽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워낙 다양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거라 어쩔 수 없는걸까, 하고 생각하니 불평할 마음은 사라졌다. 3악장 도입부에서 원 주제가 '솔솔솔솔 시b라b솔파' 하며 변용되는 부분의 그 VIΔ7(9) 화음을 잘 잡아주지 못해 삐끗했던 부분은 아쉬웠다. 다소 지루했던 2악장이 끝나고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는 부분이라 그런가 점차 합이 맞아가기 시작했고 4악장에 이르러서는 좋은 소리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정명훈 사운드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피날레에서 쩡쩡하게 울리는 소리들은 더위를 잊게 만드는 시원한 산바람과도 같아 즐거운 기분으로 감상을 마칠 수 있었다. 일류 오케스트라들이 들려주는 이상적인 소리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것이었다.


앵콜로는 4악장의 일부를 발췌하여 짧게 연주하였고 그것으로 오늘의 공연이 끝났다. 나는 이미 만족했으므로 듣는둥 마는둥 하였다. 19일(작성하는 지금 기준으로는 오늘)에 이 곡을 또 연주할텐데 과연 기대가 된다. 더 나은 연주를 들려주길 기대하며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왔다.





지금까지 관현악단 공연 후기는 클갤에 올렸는데 이번에는 피갤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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