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다른 방송에서 자막방영하는 걸 보고 더빙방영되길 기다려 왔는데 더빙방영돼서 반가웠어. 그런데 새벽 한 시부터 다섯 시까지 보기 많이 빡세긴 했음. 두 편씩 나눠서 했으면 좀 나았을 텐데.

전체적인 느낌은 성우분들 연기 자체는 좋은데 중복이
심하다는 거였어. 홍진욱님이 여기서 마님이랑 얘기하고
있는데 저기서 홍진욱님이 이쪽으로 인사를 하고. 배정미님이 엄마를 맡으셨는데 딸내미가 또 배정미님이야. 그래서 성우분들 연기는 좋은데 이 배역에 다른 분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음.

홍진욱님은 노예 12년에 이어서 노예 제도에 희생되는 흑인 역을 맡으셨는데 처절한 연기를 정말 잘하셔. 주인공 쿤타로 나왔을 때 진욱님 청소년 연기가 나한테는 색다르게 다가왔음. 배우는 20대인데 40대까지 연기하니 사춘기 딸 둔 아빠로 나오는 부분에선 너무 젊어서 어색했는데, 진욱님 중년 연기 덕분에 아빠라는 느낌이 확실히 나더라. 키지랑 사랑에 빠지는 자유인 흑인 역할에서는 현명하면서 자기 주관 뚜렷한 캐릭터를 잘 살리셨고. 쿤타의 증손자 톰 역할도 잘 하셨지만 중복이 계속되다 보니까 톰은 다른 분이 맡으셔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키지 아빠도 진욱님, 키지 손자도 진욱님 이런 상황이니까.

배정미님은 쿤타의 첫사랑 지나, 키지의 주인 아가씨였던 미시, 치킨 조지의 아내인 마틸다 역을 맡았는데 지나랑 미시에서는 발랄한  느낌을 잘 살리셨어. 결국은 백인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미시의 얄밉고 이기적인 면도 잘 살리셨고. 마틸다 역에서 똑부러진 캐릭터를 잘 살리신 건 좋았는데 중년이랑 노년 부분에서 목소리가 너무 젊은 건 아쉬웠음.

내가 듣기론 피들러 역을 이광수님이 맡은 거 같은데 맞나?
이광수님이 배역에 비해서 좀 젊은 느낌이 들었지만 연기 좋았음. 그 밖에도 무뚝뚝하고 고집 있는 남자 캐릭터들을 맡으셨었음

작품 자체도 좋고 연기 구멍도 없는데 성우진이 적다보니 중복이 많아서 좀 더 다양한 분들이 연기했다면 캐릭터 싱크로도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해. 예산의 한계였을 테니 씁쓸하다. 편성도 새벽으로 밀리고.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도 성우분들 이름 옆에 배역 이름도 적었으면 좋았을 텐데. 가뜩이나 중복이 심해서 나 같은 막귀는 어느 분이 어느 역인지 분간하기 힘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