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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끝모바일에서 작성

명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2 00:35:33
조회 773 추천 23 댓글 6
							

덕만이 죽기 전 생각을 글로 써본다는 생각으로? 쓴 글임


요즘 갤 상플이 폭발하는구나!! 좋다!!!!



황량하다. 내전에서 두껍게 입혀준 비단 옷도 차마 막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폐부를 스친다. 먼 곳에 선 나무에는 한 개의 이파리마저 놓아버린 채 고고하게 서있다. 가뭄 논바닥처럼 갈라진 나무 껍데기는 딱딱하게 말라있을 것이다. 그러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나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줄기를 찾아 생기를 되찾을 것이다. 나의 신라 역시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 더욱 풍요로운 나라를 일굴 것이다.


왕이 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후회할 수 없다. 개양성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듯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사람이 나고 죽듯이,  왕이 된 것 역시 운명의 순리를 따른 것 뿐이기에. 왕이 된 이유로 누군가의 오해를 사야했지만, 그를 다시 만나 함께 걸으면 그뿐이다. 미련이 많은 사람이니, 분명 가는 길 어드메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길가에 핀 꽃을 예쁘게 꺾고서, 늘 그랬듯이 눈처럼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으며.

  
누군가가 말했듯이, 끝이 보이자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걷던 사막길. 검은 비단에 금실로 놓아진 수처럼 아름답게 빛나던 밤 하늘 아래, 차갑게 신발을 감싸던 모래 위에 단단히 서면, 나는 세상 누구보다 당당하고 빛이 났다. 머리 속을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채우고 나면 따뜻한 국수로 빈 속을 채워주던 엄마의 미소도 다시 볼 수 있으니 바랄 것이 없다.


이제는 세 아이의 아비가 된 고도형님, 늘그막에 자식같은 주군을 모시느라 허리가 휜 죽방형님, 어엿한 병부의 주축이 된 곡사흔, 대풍이. 그들이 아직 철모르고 어리숙한 낭도시절, 한바탕 먼지 속을 뒹구르며 쌀가마니를 옮기고 난 후, 갓 지은 보리밥에 배를 채울 때면 엄마를 잃은 슬픔도, 문노에 대한 집념도 잊은 채 그저 좋았다. 이제보니 꽤나 괘씸한 언동을 벌였던 알천도, 지금은 완전히 내 사람이 되었으니 놀랍고 고마운 일이다.


내가 버려졌다는 것을 처음 안 날, 어리석게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한 날, 그 날도 나는 세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저 단순하고 우직한 유신, 내 손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던 어머니, 날 끝까지 지켜주려던 언니. 두 사람이 날 떠났지만, 한 사람만은 지금 이순간 마저 곁을 지키고 있다. 만일 그 순간, 왕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같은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참으로 멀고 먼 길을 다시 돌아왔구나. 이제 다시 두 사람의 손을 잡기 위해 떠나려 한다.


미실. 내겐 적이자 스승이었던 사람. 때론 분노했고, 때론 고마웠으며, 때론 닮고 싶었고, 때론 원망스러웠다. 개 중 가장 미운 것은 황후가 되기 위해 그 사람을 버린 것이었으나,  그 역시 이제는 지나간 일이다. 당신이 백옥처럼 찬란하게 깨어지기 직전, 나를 보고자 했던 이유를 나는 무던히도 궁금해했다. 이제야, 당신의 입에서 그 이유를 듣게 되는구나.


힘든 삶이었으나, 부족한 삶은 아니었다. 당시에 슬펐던 일, 자책했던 일, 서운했던 일 모두가 즐거웠던 일, 행복했던 일, 보람찼던 일과 함께 나의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자리 중에 하나이니, 후회도, 미련도 없다.

눈 앞이 깜빡.
깜빡.

검은 천막이 드리웠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한다.
저 멀리서 들리는 새울음소리가 점점 희미해져간다.

아,
나는 참으로
떳떳한 삶을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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