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포에서 이미 레이가 다크사이드에 타락할 만할 어런저런 떡밥을 던져놨다고 생각함.

1.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라이트세이버

이 검에 얽힌 역사를 생각해보면 진짜 이건 저주받은 마검이나 다름없음.

이 검의 주인이었던 아나킨이나 루크나, 하나같이 불행한 결과가 뒤따름.

이 검이 오더 66때 수많은 제다이 파다완들과 영링들을 학할하고, 이 검을 들고 싸우던 베이더는 결국 무스타파에서 삼지 잘리고 전신화상으로 결코 예전같은 잠재력을 되찾지 못함.

오비완에게서 이 검을 물려받은 루크 스카이워커는 결국 이 검을 들고 있다가 베이더에게 무참히 패배하며 팔이 잘렸지. 

마검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때 이 검을 잃어버린 게 루크에게는 오히려 행운이었을지도 모름.

2. 공포와 분노로 인해 각성, 파워업

다들 알다시피 레이는 존나 잠재력 높은 포스 센서티브이며 (프리퀄식대로 하면 미디클로리언 수치가 엄청나게 높은)

제대로 된 포스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다.

레이가 처음으로 포스에 각성하게 되는 장면은 카일로 렌의 정신고문을 받던 도중이었다.

같이 정신고문을 받았던 포 다메론이 오줌을 지리며 자신의 임무를 토설할 정도로 강력한 공포에 휩싸였다는 것을 볼 때, 레이 역시 엄청난 공포를 느꼈을 것임.

카일로 렌을 '마스크 쓴 괴물' 이라고 부르고 작중 전반부 내내 그에게 쫒겼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한 것.

그런데도 단순히 공포에 굴복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카일로 렌의 약점을 흔드는 역공을 가하는 기염을 통함.

이때 레이의 표정을 보면 공포가 아니라 분노에 차있음을 알수 있는데, 원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공포를 맞닥뜨렸을 때, 공포에 굴복하거나 분노하며 저항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 재밌는 일임.

클라이맥스에서 카일로와 싸울 때에도, 내게는 레이를 지탱해 준 힘은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 따위가 아니라 카일로 렌이라는 괴물의 힘에 대한 공포,

핀을 쓰러뜨린 그에 대한 분노, 그리고 어쩌면, 처음 각성한 포스라는 힘에 대한 열정처럼 보였음.

물론, 루크 스카이워커 역시 클래식 3부작에서 다스 베이더를 상대로 몇 번이고 분노하고 공포했다는 점을 봤을 때, 의미 없는 추론일지도 모른다.

특히 루크가 다스 베이더를 쓰러뜨린건 평정심 따위에서 나온 화려한 기교있는 제다이 스타일의 검술이 아니라 그냥 화나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퍽퍽퍽 내리찍은 순수한 힘이었으니...

3. 자쿠에 대한 집착

자꾸 프리퀄을 들먹이게 되지만, 제다이의 미덕은 평온과 정적인 평화, 균형, 조화의 추구임.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어느 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이 가르침을 실행하려고 공화국 시절엔 제다이들의 연애와 결혼마저 금지했었음.

요다가 스스로도 에피2에서 집착은 다크사이드로 가는 길이다라며 아나킨에게 충고하지만 결국 아나킨은 어머니와 연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고,

이는 힘에 대한 갈망과 열정으로 이어저 그를 타락시키는 주 원인이 되었음.

레이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자쿠, 정확히 말하면 그녀를 자쿠에 둔 가족(?) 의 실마리에 집착이 강함.

얼마나 집착이 심한지 퍼스트 오더에게서 간신히 벗어난 직후에도 그 난장판을 벌인 자쿠로 돌아가겠다고 함. (상식적으로 자쿠엔 이미 퍼스트 오더 스톰트루퍼들이 개미떼처럼 깔렸을 게 당연함에도)

이걸 제외하더라도 한창 꿈을 꿀 젊은 나이의 소녀가 기똥찬 파일럿 실력과 포스 센서티브의 영향이겠지만 굉장히 다재다능한 재능을 지녔는데도 자쿠라는 쓰레기장에서 하루하루 고철이나 주워 목에 풀칠하는 생활을 할 정도로 레이의 가족에 대한 집착은 크다고 본다.

가족에 대한 실마리가 어쩌면 그녀를 다크사이드로 이끌게 될지도. 

이것 외에도, 이번 새로 공개된 트레일러에서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보자면,

1. 스노크가 말하는 인물이 '레이' 일 가능성

개인적으로 RAW POWER라는 것이, 다듬어지고 제련되지 않은 그저 순수한 힘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봤을 때,

여러 해 포스를 수련한 카일로 렌보다는 이제 막 포스를 깨우친 레이에게 더 적합한 말일 수 있음.

또한 루크 스카이워커가 두렵다는 듯이 말하는 '이런 순수한 힘을 딱 한번 본적이 있다.'

이것이 베이더를 가리키는지, 팰퍼틴을 가리키는지, 혹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뭔가를 가리키는지는 모르지만, 레이를 지칭하는 말인 것은 확실함.

예고편에서 레이의 정제되지 않은 힘에 놀라는 루크의 표정들이 등장한 것을 봤을 때는.

혹시 루크가 말한 '딱 한번' 이 카일로 렌일 수도 있다, 즉 스노크는 렌에게, 루크는 레이에게 말한 것이다. 라고 생각도 해봤는데.

시스 황제랑 베이더까지 상대해본 루크가 카일로 렌을 보면서 'RAW POWER' 운운하며 전율했을거라고는 생각되지가 않음.

이 RAW POWER라는 말을 두고 해외에서도 이것저것 말이 많지만, 통제되지 않은 힘은 지극히 위험하다는 제다이 철학에 대입했을 때,

순수한 힘이라는 것 자체가 라이트사이드보다는 다크사이드에 더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됨.

본인은 구공온을 꽤 오래 플레이했는데, 시스로 스토리를 플레이하면 간혹가다 등장인물들이 "I've never seen such raw power!" 하면서 나를(내 캐릭을) 경외하는 장면들이 꽤나 됨.

반대로 제다이를 플레이할때는 "Such discipline. Your circle is strong." (이런 절제력이라니..... 당신의 사이클은 매우 강하군) 등의 말을 들을 수 있음.

2. 루크의 대사 'This is not going to go, the way you think!'

번역하자면 "이건 니가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을 거야."

내가 저말을 듣고 처음 생각한 게 레이 역시도 퍼스트 오더 vs 반란군의 싸움이 치열해지면 과거 루크가 그랬던 것처럼 트레이닝을 끝내기도 전에 루크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였음.

오리지널 삼부작을 많이 오마주하기는 했지만 지나친 복붙 스토리로 욕을 먹었든 깨포. 하지만, 과연 깨포의 제작진들이 클래식 삼부작 스토리를 그대로 베낄 거라고는 상상하기가 힘듬.

오히려 루크의 안티테제로서 레이를 에피 8에서 부각시키려는 편이 더 이해가 가고 멋진 서사시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자라온 환경, 뛰어난 재능, 그 모든것이 비슷했던 두 사람이, 어떻게까지 달라지는지를 그린다면 정말 멋진 서사가 될 것 같지 않음?

반대로, 레이가 잠깐 유혹에 흔들리지만 라이트사이드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스토리면 이거야말로 클래식 3부작 스토리 복붙의 연속이고, 그렇게 독창성이 없나 깨포에서 먹었던 욕을 몇 배로 더 쳐먹게 될거 같음.

3. 카일로 렌이 내미는 손

개인적으로 이건 레이의 다크사이드 떡밥이라고 생각하지 않음.

또한 카일로 렌의 라이트사이드 전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음.

이건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더 말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