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시계줄이란 그 시계와 생과 사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으나

시갤과 유튜브 덕에 줄을 바꾸면 완전히 다른 시계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몇 주 전에 중국의 누군지 모를 상인에게 9딸라짜리 시계줄 두 개를 주문하였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줄루 타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줄이 오늘 도착했습니다.

중국의 "씨앙 리" 씨가 보낸 듯 합니다.

참 신기하죠.. 배송비 무룐데 제대로 오는 거 보면.. 저는 언제나 신기합니다.

씨앙 리씨의 고맙다는 인사 카드도 한번 보고요.

역시 혜자입니다.

9딸라짜리 시계줄 두개 샀는데 스프링바도 사이즈별로 3개씩 넣어줬습니다.

아아 선생님들, 저는 절대로 스웨이드 줄을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씨앙 리씨가 착각한 것일까요.. 아니면 저 파란색 줄은 스웨이드가 아닌 것일까요.. 아무리 봐도 스웨이드인데..

오늘 줄갈기의 주인공입니다.. 

12년 된 타이멕스 캠퍼입니다. 사실 고장나면 버릴려고 건전지만 갈아서 썼는데, 여전히 "척" "척" 하는 씩씩한 초침소리를 내면서 몸 성하게 잘 살아 있습니다.

케이스 사이즈 35mm에서 나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씩씩한 소리죠..

그리고 저 나토줄은 두께가 종이 두께인데, 일 좀 열심히 하려고 꽉 조이면 살을 파고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땀 많이 흘린 후에 그냥 서랍장에 넣어놨더니 곰팡이가 핀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빨고 났더니 씽씽해 지는거 보면 역시 줄도 명줄이 장난 아닌가봅니다.

18mm짜리 줄을 끼와 보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선생님들.. 18mm가 저렇게 넓었나요?

어쩔 수 없지만 낡은 타이멕스가 더 왜소해 진거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도 착샷입니다.

케이스가 워낙 작고 가벼워서 그냥 팔찌한거 같네요. 적어도 전에 순정 나일론 줄 보다는 훨씬 편한 것 같습니다.

제게는 너무 작은 시계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랑 남아공 부터 인도까지 6대륙을함께 다닌 시계인데요.

사실 이 문제는 저 위쪽 타이멕스 줄 갈때도 있었습니다.

스프링 바랑 케이스 사이가 너무 좁아서 새 줄이 들어가질 못했습니다.

어쩌지어쩌지 고민하다가 혜자 선생님이신 씨앙 리씨가 준 여분의 스프링바를 저렇게 구부려 보았습니다.

흉하지만 잘 됐습니다..

여분의 스프링바가 없었으면 곤란했을겁니다.

Thank you!

오오...

씨앙리 선생이 "분명히 저새끼 시계에는 일반 가죽보다 스웨이드가 어울릴 것이야" 라고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제 눈에는 꽤 이쁩니다.

참 이상합니다. 내가 그냥 봤을때는 방간이 아닌데.. 분명히 아닌데

사진 찍고 나면 방간 처럼 보입니다.. 진짭니다 선생님들..

여튼 첫 줄질도 무사히 끝났습니다.

세이코 줄은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으니 다시 브슬로 돌려놨습니다.

브슬로 돌려놓는데 어찌나 힘이 드는지요.

스프링바를 브슬에 꽂은 상태로 케이스에 꽂는데... 어찌나 힘을 줬는지 방구가 뿡 나오더군요 ㅋㅋ...

어이가 없어서 혼자서 혼자서 낄낄 웃었습니다.

그럼 선생님들, 즐거운 주말 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