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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나는 진아 캐릭터에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

dd(121.141) 2018.05.20 17:00:03
조회 3279 추천 116 댓글 46

나는 사실 윤진아의 사랑/행동 방식이 그렇게 인내심을 거론할 정도로 


답답하지도 않았지만, 딴에는 나 또한 답답한 구석을 느끼기도 했으므로 


통상 여느 시청자보다는 상당히 윤진아에 대하여 너그러웠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여느 시청자들이 윤진아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마저 들더라.


윤진아는 그동안 가정에서 사랑받고 착한 순종적인 딸이었고 


그러한 역할을 사회생활에서도 능히 변주해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는 그런 인물이었어.


그러나 윤진아의 좋은 평가와 함께 달린 꼬리표 같은 '윤탬버린' 노릇은


당연히 그조차도 마냥 기꺼워서 한 것은 아니었고,


다만 다른 사람들 보다 자신의 욕구를 들여다보는 것이 서툴렀을 뿐이었음.


그런데 준희를 만나 진짜 사랑을 하면서 사랑 대해서, 연애뿐만 아니라 자기애에 대하여 자각을 하기 시작하니


오히려 그전까지 무리없이 수행했던 것들을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린 거야.


직장 상사의 추행도 그저 분위기 띄운다고, 다른 동료나 후배 대신 내가 희생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 참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거지. 이렇게 진아의 세계에는 균열이 시작된다.


그런데 그 균열은 단지 옳지 못한 것(직장 성추행)을 옳은 방향으로 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진아가 가졌던 다른 것들마저 위태롭게 만들어 버리는 거야.


진아의 베스트 프렌드였던 경선이와도 이제 시누이 관계가 되어 흔들리지. 


진아의 소중한 부모님과도 관계가 뒤틀려버리지.


그전까지 진아에게 든든한 백이 되었을 가족, 친구마저 이제부터는 안정감을 주지못하고 외려 장애가 되는 거야.


나는 이것을 보면서 진짜 인생을 생각하게 되더라. 


그들의 사랑은 보통의 통속극이 보여주는 만병통치약 같은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사랑은 이전까지의 삶에 균열을 내어 다시는 이전대로는 살 수 없게 만든다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껏 자신이 가진 것들도 사랑으로 인해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는 


그런 진리를 드라마가 충분히 잘 그려주더라고.


그래서 비록 서준희 하나면 돼, 라고 진아가 말할지언정


진아가 딛고 선 세계는 준희와의 사랑으로 시작된 균열로 말미암아 


홀로 버티기에는 너무도 불안정한 지반이 되어버렸고 


그렇기 때문에 진아를 그저 헤픈 여자쯤으로 또는 답답한 여자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매정하고 가혹하게 느껴지더라.


준희는 물론 처가에 환대받지 못하여 본인 뿐만 아니라 본인의 누나마저 당한 그 모멸감 때문에 서럽고,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부친의 여성편력으로 인하여 진아와는 다른 아픔을 겪고 있었고 그때문에 연민이 가기 쉬운 캐릭터였으나, 


준희는 어디까지나 가정사나 진아의 가족, 즉 준희의 사생활에서만 문제가 불거지는 반면(물론 준희의 사생활에서 벌어지는 문제 때문에 직장에도 여파가 가는 상황이었지만)


진아는 준희와는 차원이 다르게, 집안 뿐만 아니라 직장마저 진아를 삼키려들었어.


준희보다 진아가 준희를 만나는 와중에 더 중층의, 복합적인 문제를 껴안게 되었고,


이 상황에서 자신의 엄마의 말독으로 인해 준희에게 느끼는 부채감, 


남에게 신경쓰는 진아 본인의 천성, 자신에게 그저 참고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남자친구의 모습 등으로 


준희에게 이런 상황을 모두 말할 수가 없었던 거야.


자신이 견디는 하중을 남자친구에게 전가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진아가 상황 그대로를 말하지 않고 종종 거짓(예컨대 이사를 하면서 정수기 기사의 도착으로 알린다던가)을 말했지만, 


그렇다해도 나는 진아가 준희에게 상기의 이유로 진실하게 대했다고 생각해.


자신의 힘겨움을 이미 미안한 준희에게 떠안게 할 수는 없었으므로..


그 힘겨움은 말한다고 준희가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것도 아니었으니, 준희에게 힘겨움만 가중시켰을 것이 불보듯 뻔했지.


준희 회사에 이미 감도는 진아에 대한 소문들. 그래서 준희는 함께 딛고 설 땅을 바꾸자고 제안하지만,


진아에게 그건 어떤 대안도 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지.


회사에서 자신의 명예가 걸려 있는 와중에 이것을 해결하지 않은 채 직장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난다?


진아는 준희에게 여러 차례 말했듯, 자기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애쓰기보다 옆에 있어주는 것을 원했던 거야.


비록 진아의 세계가 균열되고 있지만 그 불안한 지반 위에 준희가 진아와 함께 지탱하며 견뎌줄 것,


그렇게 함께 살아줄 것을 바랐겠지. 만약 그러했다면 진아는 준희가 나이 어린 남자친구가 아니라 


준희를 더 믿고 의지하고 그로서 둘의 만남, 그 결실이 일찍 맺어졌을지도 모르지.


이런 이유들로 나는 진아에게 쉽게 인내심을 잃은 대중들이 오히려 밉고, 진아가 안쓰럽더라. 


드라마가 보여주는 사랑과 인생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어.


이 드라마의 초반부에 묘사된 이 둘의 예쁜 사랑을 보며 그저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를 다 보면서 이들의 사랑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


진짜 사랑을 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다 얻는 것이 있게 마련이라고.


진짜 사랑을 하는 사람은 그 사랑이 자신의 삶에 만든 균열을 통하여 


사랑을 하기 전에는 몰랐을 것들과 조우하게 되지만 그로써 이전의 것들과는 안녕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안정된 일상을 사는 것이잖아. 


사랑을 바라면서도 사랑이 다가오지 않은 강세영 대리가 여자 대리 중에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제일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 


진짜 사랑을 위해서는 사랑으로 자각된 자신의 새로운 세계를 오롯이 마주하고 


자신에게 편안했던 과거와 이별하는 용기, 그리고 상대와 대등하게 관계맺는 그러한 용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


구태여 주인공들의 연애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


결국 다시 만난 그들은 용기가 있었던 것이니. 


이 드라마는 


술 취한 준희가 독립해서 사는 진아의 집을 두드리고 사자후를 토해낼 때 


고성 소리에 문을 열며 뜬금없이 불쑥 등장하는 이름 모를 옆집 아줌마처럼, 


또는 진아와 준희가 서로 감정을 쏟아내는 장소에 공교롭게 자리하다


진아에게 준희의 우산을 건내는 준희의 회사동료처럼,


마지막으로 진아에게 준희의 장우산을 챙겨가라 했던 택시기사처럼,


현실세계의 사랑과 삶에도 그러한 중요한 만남 속에도 불쑥불쑥 다른 사람들이 끼여드는 것을 보여주며

 

두 사람만의 시각으로 편집되지 않은, 현실에서의 사랑처럼 그대로를 보여줬어.


그리고 우리를 그 드라마의 세계로 초대하며, 둘의 사랑과 삶을 관찰하도록 허락했지.


이런 드라마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가 있어?



출처: 밥 잘사주는예쁜누나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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