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 싸본다.

이미 다 나왔던 얘긴데 입갤 기념으로 몇 자 적어본다.

드라마 많이 안보긴 하지만

나 진짜 로코에서 이렇게 중의적인 대사가 나올 줄 몰랐다.

"신발 바꿔 신어. 발소리 불편하게 들려."

결국 <맞지도 않는 구두 신고 애써 나 잊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받아달라>는 뜻도 되는 거 아니야... 행이 입장에서는.

그래서 잠깐 멈칫, 한 것일 테고...

행이 나레이션 중에 "발길은 앞으로 가는데 마음은 뒤로 가겠다고 울고 있을 때마다 아파라 더 아파라" 하던 건 이와 상응하는 대사지.

눈길이 마주친 것도, 입술이 닿은 것도 아닌데 이미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감정은 얽히고 설켰어. 그건 행이의 저 눈빛으로도 알 수 있지.

와 진짜 서현진 첨 봤는데, 시선처리며 감정표현이나 대사가 엄청나다고 느꼈음.

(짤은 또갤에서 펌)

9회에서는 두 사람의 애타는 마음, 그리고 이루어져선 안되는 관계를 더없이 격렬하고 말초적으로 부딪치게 했다면,

13회에는 (마지막 씬 전까지는) 아무런 접촉이 없어도 두 주인공의 대사와 나레이션만으로 모든 애증과 갈등을 다 담아냈어.

9회가 매우 시각적이었다고 한다면(특히 키스신) 13회는 대단히 문학적이고 서사적이야.

암튼 할 일도 많은데, 이렇게 또갤까지 찾아와 개념글들 정독하고 있다. 모두 고맙다.

내가 남자 사람이라 사실 도경처럼 감정과 달리 할 말만 따박따박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드라마를 보고 여자사람에겐 말 한 마디가 참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몰라서 그러는데,

예전 드라마 중에 이만큼 감정소모 심하고 서사 완벽하고 연기와 대사가 뛰어난 작품이 있었나?

알려주면 감사하다.

그건 그렇고, 이 드라마 로코보단 격정멜로에 가깝지 않냐? 베드신만 안 나올 뿐.

나는 특히 13회 키스신에서 두 사람 아랫입술 붙어서 안 떨어지는 모습과

도경 목을 안은 채로 자기 오른팔에 살짝 대고 있는 행이의 왼손 약지가 좋았다.

장담하지만 감독 배운 변태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