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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 의정부 교도소에서 온 편지.

김유식 2011.09.12 22:55:30
조회 28693 추천 34 댓글 83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입니다.

  오랜 만에 글을 쓰네요. 영구네집 이야기 시즌 2의 106회를 보면 신입 김 사장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와는 3주 정도 같이 생활하였는데 제 출소 이후에도 두어 번 편지를 주고 받은 적이 있고, 7월 달에는 "개드립 파라다이스"도 한 권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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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점검 준비를 하고 있는데 헉! 이게 웬일이냐? 이 시간에 신입이라니! 세차 아저씨의 출소 이후로 편했던 잠자리가 이제는 막을 고하게 됐다. 다들 이번 달 말까지는 다른 곳으로 가거나 출소가 확정된 사람이 장오 뿐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 들어온 신입 죄수는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법정 구속되어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벌금 7억 원을 선고 받았고,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하느라 서울구치소로 오게 됐단다.


  나이는 50세. 초범으로 부동산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 부동산 전대를 하여 7억 원 상당의 세금을 탈루한 것이 있단다. 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국세청이 알게 되어 검찰에 고발하였고, 기소가 된 것이다. 동종의 비슷한 판례에서도 대부분 징역 1년 6월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형량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으나 벌금액이 7억 원이라 이게 문제라고 했다. 판결문에 벌금액은 하루 구금에 500만 원씩 환산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5개월을 더 살면 되는데 벌금이 남아 있으면 선고형량에 대해서 가석방 혜택을 받을 수가 없게 된다. 보통 1년을 기결로 지내면 2개월 정도는 가석방으로 빼준다고 한다. 법적으로 가석방은 형기의 60%를 마치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1년에 2개월 정도 빼준다. 따라서 총 3개월 정도 가석방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입의 경우에는 벌금이 있어서 가석방 혜택을 받지 못하고 1년 6월을 꼬박 징역을 산 다음에 벌금으로 인해서 5개월 정도를 더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지만 항소심을 통해 1년 6월의 징역에서 6개월 정도를 깎던가 아니면 벌금액수를 줄여 보고자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신입이 의정부 교도소에서 가져온 물품과 음식은 서울구치소와 거의 비슷했는데 사탕 하나만 달랐다. 우리는 ‘애니 타임’과 ‘목 캔디’를 먹는데 신입이 가져온 것은 ‘롯데 스카치 캔디’였다. 어렸을 적에 꽤나 좋아하던 사탕이다. 우리가 그것에 눈독을 들이자 눈치 빠른 신입은 “드세요.”하면서 내놓았다. 이재헌 사장이 개인별로 다섯 개씩 나눠줬다. 나는 접견 때 먹으려고 평상복 상의 주머니에 넣어뒀다.


  신입 아저씨는 역시 부동산 일을 하는 아내와 대학교 1학년생 아들이 하나 있다고 했다. 성격이 활달하고 붙임성이 좋다. 목포 김 회장이 신입에게, “여그 방이 서울구치소에서 가장 좋은 방잉께. 잘 지내보더라고. 여그는 봉사원도 아무 말 안항께. 지내기 편하제~” 라고 말했는데 신입은 이재헌 사장이 봉사원인 줄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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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신입 김사장님께서 (이제는 신입이 아니지만) 저한테 보내주신 편지를 옮겨 봅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모 판사님과 술을 한 잔 했는데 그 분은 서울구치소를 "서울대학교 의왕캠퍼스"로 부르시더군요. 앞으로 저도 출신학교 기재란에 서울대라고 적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앞으로는 좀 더 자주 글을 쓰겠습니다.
 

  김유식 사장님께.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보내주신 서신과 개드립 파라다이스 잘 받아 보았으며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서울구치소의 12중 5방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군요. 박도사 박경헌의 이야기는 제사를 지냈다는 것과 야밤에 몰래 혼자 닭고기 먹었다는 것을 방에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 세세한 내용을 읽어보니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림이 그려지더군요. 그리고 압권이었던 장오의 구라 시리즈 편에서는 같이 생활을 하였기에 리얼 그 자체였던 것 같았습니다.


  청문회 때마다 창헌이의 집요한 질문 공세와 걸죽한 육두문자, 한 방 날릴 듯한 오버액션 등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이 생각나 실소를 금하지 못 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신 차리기도 힘든 구속 수감 중에서도 이러한 내용들을 일자별로 기록하며 책으로 출간하였다는 자체에 대하여 축하의 말씀을 서신으로나마 드립니다.


  저도 이곳 생활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1년 6월의 실형은 6월 11일로 끝이 났고, 지금은 벌금 7억 원에 대해서 하루 500만 원씩 까면서 가석방 없이 또박으로 살고 있습니다. 10월 말씀이면 바깥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헌이는 얼추 출소 시기가 도래되지 않았나 생각되며, 또한 이재헌 사장도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지난 1월에 조선일보를 보다가 디시인사이드가 인터넷 팩토리라는 회사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마음고생이 많았으리라 봅니다. 아무튼 꼭 재기하시어 좋은 결실 맺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잊지 않고 책도 보내주시고 연락을 주시니 고맙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제 출소 후에 찾아뵙고 차 한 잔 나눌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무더위에 건강 유의하시고 사업 번창하시길 기원합니다.


  2011. 7. 25
  의정부에서 김oo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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