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중앙대 운영을 비판했던 학생을 사찰해 온 사실이 발각됐다.

사찰을 당한 학생은 지난 5월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운영을 비판하며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 퇴학당한 노영수씨로 두산관계자는 ‘노영수 동향보고’라는 문건을 만들어 노씨를 지속적으로 사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영수 동향보고’ 문건은 지난 24일 오후 동대문구 두산타워 주변에서 노씨를 사진촬영하던 두산중공업 관계자 오모씨에게서 나왔다. 오씨는 현재 중앙대 법인사무처에 파견돼 있다.



24일 당시 노씨는 친구들과 두산중공업 해고 노동자, 두산 인프라코어 노동조합원들과 함께 두산타워 앞에서 ‘중앙대 구조조정 철회, 학생징계 철회, 두산그룹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 중이었다.

집회 도중 한 노조원이 사진 촬영하는 오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집회는 경찰에 집회신고를 낸 합법집회였다. 오씨는 집회참가자들에게 발각되자 100m가량 도주했고 종로5가에서 붙잡혔다.

학생들과 노조원들에게 붙들린 오씨에게서 ‘노영수 동향보고’ 문건이 나온 것. 이 문건에는 일주일간 노씨의 행적이 시간대별로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총4페이지로 구성된 이 문건에는 ‘24일 오후 2시 40분에 동대문 두산타워 건너편 서울운동장 앞에서 두산인프라코어 노동조합 등과 함께 집결 예정’이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노씨를 밀착해 사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26일 혜화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대학교와 두산중공업을 비난했다. 총학생회는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케 하는 학생사찰이며, 나아가 사생활 침해”라고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한 노씨는 “퇴학당했다고 걱정해주며 사적으로 술까지 사주면서 ‘흉금을 터놓고 말해보자’고 해서 문과대 행정실장에게 했던 내용까지 해당 문건에 들어있다. 해당 직원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 학생은 “오늘까지 사과를 요구해 보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형법상 비밀침해죄로 고소할지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대 임지혜 총학생회장은 이어 “2010년 1학기 동안 (학과) 구조조정과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학교 측의 입장에 대해 반대하고 저항했던 사람들까지 연관이 되지 않았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중앙대 조영금 학생지원처장은 “노영수 학생과 같은 문건은 추가적으로 있을 수도 있다”고 사실상 사찰을 시인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에 대한 문건이 있는지는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했다.